ITTF 월드투어 중국오픈 개인단식 예선1라운드

북한탁구는 세계랭킹만으로 가늠하기 힘들다. 알다시피 세계랭킹은 국제대회 참가를 기준으로 측정된다. 중국에서 개최된 대회나 일 년에 한두 번씩 참가해온 북한선수들로선 세계랭킹 비교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다. 북한여자탁구 에이스 리명순만 봐도 현재 세계랭킹은 30위에 머물러있다. 그러나 2013년 파리 세계탁구선수권대회 8강 진출이나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의 활약상 등을 비춰볼 때, 국제대회에 꾸준히 출전했다면 10위권 진입도 가능했으리란 평가다.

이처럼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북한탁구가 지난달 자국에서 개최된 평양오픈에 이어 이달 중국오픈에 모습을 드러냈다. 예선 첫 경기부터 세계랭킹을 무색하게 하는 활약을 보이며 북한탁구의 숨겨진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 북한이 중국오픈 예선 첫 경기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북한의 간판 수비수 리명순의 경기모습. flickr.com.

남자개인단식 예선(프레라운드) 64강 첫경기에서 북한의 강위훈이 오스트리아의 로베르토 가르도스를 4대 3(5-11, 10-12, 11-6, 13-11, 10-12, 11-7, 11-8)으로 누르고 32강에 진출했다. 세계 23위 로베르토 가르도스는 오스트리아의 톱랭커 에이스다. 지난주 장자강 유로 아시아 올스타챌린지에도 유럽대표로 뽑혀 출전했었다. 이런 유럽강호를 세계랭킹 185위 강위훈이 예선1라운드에서 꺾은 것이다.

북한여자팀의 활약은 더욱 놀랍다. 1992년생 최현화가 예선 64강에서 홍콩의 리호칭(34위)을 4대 1(11-8, 11-8, 8-11, 11-6, 11-7)로 이겼고, 김남해 역시 홍콩의 리칭완(127위)을 4대 0(11-3, 11-8, 11-9, 12-10)으로 완파했다. 지난 평양오픈 21세이하단식 우승자 김성이도 올해 헝가리오픈 우승자 와카미야 미사코(35위)를 4대 0(11-3, 11-8, 11-9, 12-10)으로 제압하고 예선32강에 진출했다. 최현화, 김남해, 김성이는 현재 세계랭킹 자체가 없는 선수들이다.

쳉아이칭(타이완)의 기권으로 보이는 정은주의 4대 0(11-0, 11-0, 11-0, 11-0) 승리까지 더하면, 북한여자팀은 이번 대회 출전한 5명의 선수 중 세계랭킹이 없는 4명의 선수 전원이 예선1라운드를 통과한 것이다. 북한 대표 수비수 리명순 역시 타이완의 취쓰화를 4대 1로 이기고 예선32강에 올랐다.

김성이 - "지난주 평양오픈 21세하 여자개인단식에서 우승한 것이 나에게 큰 자신감을 주었다. 나는 국제대회 출전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중국오픈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다. 와카미야 미사코와 같은 좋은 선수를 이기게 되어 영광이고, 본선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출처 : ITTF 인터뷰 내용 中)
 

▲ 평양오픈 21세이하 여자단식 우승자 김성이가 올 헝가리오픈 우승자 와카미야 미사코(일본)을 4대 0으로 완파했다. 사진 flickr.com.

북한은 이번 대회 남자 박신혁, 강위훈, 최일, 김혁준, 리강원 여자 리명순, 최현화, 김남해, 김성이, 정은주 등 총10명이 출전했다. 단 한 명도 본선시드를 배정받지 못했으나, 앞서 언급한 대로 여자부는 5명 전원이 예선32강 진출에 성공했다. 남자부에선 강위훈과 박신혁 두 선수가 예선32강에 진출했다. 예선 첫 경기부터 '남북대결'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의 이상수(삼성생명)가 최혁준을 4대 0(11-8, 11-8, 11-6, 11-9)으로 완파하고 예선32강에 올랐다.

북한의 활약이 본선까지 이어진다면, 한국과 북한이 다시 만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국제무대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남북대결이 이번 중국오픈에서 또 한 번 성사될지, 그리고 그 승자는 누가될지도 흥미로운 관심사다.
 

▲ 북한의 김혁준은 한국 이상수(삼성생명)와의 '남북대결'에 패해 탈락했다. 사진 flickr.com.

한편 한국은 이번 대회 총 16명(남자8, 여자8)의 선수들이 출전했다. 남자개인단식에서 주세혁(삼성생명), 정영식(KDB대우증권)이, 여자개인단식에서 서효원(렛츠런), 양하은(대한항공), 전지희(포스코에너지)가 시드를 받아 본선32강에 직행했다. 남자부 이상수(삼성생명), 김민석(KGC인삼공사), 김동현(S-OIL), 장우진(KDB대우증권)은 예선32강에 올랐다. 조언래(S-OIL)와 임종훈(KGC인삼공사)은 예선64강 첫 경기에서 탈락했다. 5명이 예선에 참가한 여자부는 최효주(삼성생명)만 예선32강 진출에 성공했다. 최정민(포스코에너지), 유소라(렛츠런), 조유진, 정유미(이상 삼성생명)는 모두 예선 첫 경기에 패해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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