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진종오와 2파전 경합 끝에 최종 확정

▲ 긴장된 모습으로 면접에 임했던 유승민. 큰 도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한국탁구 영웅 유승민(33, 삼성생명 여자탁구단 코치)이 선수시절과는 또 다른 차원의 큰 도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쉽지 않아 보였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후보로 최종 선정됐다. 대한체육회(KOC)가 IOC 선수위원 후보자로 유승민을 IOC에 추천키로 하고, 14일 확정 발표했다.

대한체육회는 13일 오후 서울 올림픽회관 13층 회의실에서 IOC 선수위원 KOC 후보 추천 소위원회(위원장 문대성)를 열고, 유승민과 사격 진종오(36)를 IOC 선수위원 복수 후보자로 선정했으며, 회의 직후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이 문대성 선수위원장과 논의해 유승민을 최종 후보자로 결정했다.

유승민은 긴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 탁구의 슈퍼스타 출신이다.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올림픽만도 통산 네 차례 출전했다. 특히 아테네에서는 ‘숙적’ 왕하오(중국)를 결승전에서 꺾고 한국에 16년 만의 탁구 금메달을 선사했던 ‘영웅’이다. 2008년 베이징에서는 단체전 동메달, 직전인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단체전 은메달에 기여했다. 올림픽뿐만 아니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등 굵직한 대회에서 화려한 전적을 쌓으며 한국 남자탁구를 이끌어온 주인공이다. 작년 아시안게임에서는 채 은퇴를 발표하기도 전에 남자대표팀 코치로 투입되어 한국의 단체 은메달을 견인하기도 했다.
 

▲  아테네올림픽에서 '탁구장성'을 돌파했던 영웅이 IOC 선수위원에 도전한다.

IOC 선수위원 KOC 후보자에는 유승민과 진종오 외에 역도 장미란(32), 펜싱 남현희(34)도 지원했다. 이후 남현희는 개인 사정으로 지원을 철회했다. IOC 선수위원 KOC 후보 추천 소위원회는 지난 6일 유승민, 진종오, 장미란에 대해 시행한 면접 결과와 지원자들의 외국어 등 국제활동 능력, 올림픽 경력과 성적, 후보적합성 등을 고려해 후보자를 유승민과 진종오로 압축한 바 있었다. 이후 13일 마지막 경합을 통해 유승민을 최종 후보자로 낙점한 것이다.

IOC 선수위원인 문대성 선수위원장은 “다른 항목에서는 두 선수의 점수 차가 크게 차이 나지 않았지만, 언어수준 항목에서 큰 점수 차가 났다”고 유승민을 최종 후보로 선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대한체육회는 IOC의 선수위원 후보등록 마감일인 다음 달 15일 전까지 유승민을 IOC에 추천할 예정이다. IOC가 한 국가당 1명의 선수위원만을 인정하기 때문에 한국은 2008년 선정된 문대성 선수위원의 임기가 끝나는 리우올림픽부터 새로운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 IOC는 각국에서 후보자를 추천받아 최종 선거에 나설 후보자 명단을 내년 리우올림픽 선수촌 개촌 2개월 전에 발표한다. IOC 선수위원 선거는 리우 올림픽 기간에 대회 참가 선수들의 투표로 진행되며 폐회식 전에 최다 득표를 얻은 최종 4명이 선수위원으로 선정된다.
 

▲ 유승민은 각종 대회에서 한국탁구를 이끌어온 주인공이다. 영웅의 또 다른 활약에 큰 기대가 모아진다.

총 15명인 IOC 선수위원은 임기가 8년으로 제한되지만, 개최지 선정 투표 등 일반 IOC 위원과 똑같은 권리를 누린다. 유승민은 IOC 선수위원 도전의사를 밝힐 당시 “국제탁구연맹은 가장 많은 나라가 가입해있는 거대조직인데 반해 올림픽에서 탁구는 엔트리가 축소되고 메달도 적다. 탁구선수 출신으로 IOC에서의 탁구 비중을 높이고도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었다. 비슷한 관점에서 “스포츠 변방국에 좀 더 관심을 갖는 선수위원이 되고 싶다. 약소국의 목소리를 대변해 스포츠를 통해 희망을 얻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었다.

최근 경기력 하락으로 국제무대에서 위기에 처해 있는 한국탁구는 ‘영웅’의 또 다른 활약으로 활력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탁구계로서는 간만에 쌍수를 들어 환영할만한 경사를 맞은 셈이다. 선수시절에도 불가능해 보였던 ‘탁구장성’을 넘었었던 유승민이 또 한 번의 어려운 도전을 어떻게 이뤄낼지 기대가 모아진다. 물론 탁구인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응원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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