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조선형탁구동호회

▲ (대전=안성호 기자) 조선형탁구동호회의 회원들이다.

  탁구는 혼자서 할 수 없는 운동이다. 내가 쳐서 넘긴 공을 받아서 넘겨주는 상대가 있어야 랠리가 된다. 흔히 복식 짝을 ‘파트너’라 부르지만, 랠리를 가능하게 하는 상대도 그러므로 ‘파트너’다. 실제로 탁구라는 스포츠에서 ‘파트너십’만큼 자주 강조되는 덕목도 드물다.
  하지만 탁구의 파트너십은 쉽게 유지되기 어려운 덕목이다. 일단 서로간의 수준 차가 많을 경우 랠리가 재미없어지기 때문이다. 탁구에 갓 입문한 초보자들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부터가 일단 쉽지 않다. 잘 치는 사람에게 배워서, 잘 치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잘 치는 사람은 잘 쳐주지 않는다. 일명 ‘탁구고수’들이 주도하는 동호회 활동도 먼 나라 얘기로 들린다.
 

▲ (대전=안성호 기자) 조선형탁구클럽은 초보자들이 많이 찾는 구장으로 유명하다.

  대전 조선형탁구클럽의 ‘조선형탁구동호회’는 그와 같은 ‘초보자들의 딜레마’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한 모임이다. 안창인 회장의 말이다.
  “사실 대부분의 동호회는 99% 잘 치는 사람이 우대받는다. 초보자들은 한 20분쯤 레슨을 받고 어색하게 구장을 서성이다 슬며시 집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같이 어울리면서 정말 탁구동호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고수들의 양해와 봉사가 필요하다.”
  조선형탁구동호회는 지지난해 2월 창립됐다. “구장을 서성이던” 초보자들이 중심이 됐고, 취지에 공감한 “고수들” 몇몇이 함께 했다. 실업팀 대우증권 출신의 조선형 관장과 모종철 코치가 지도하는 조선형탁구클럽은 소문난 레슨 실력으로 애초부터 초보 입문자들이 많은 구장으로 유명했다. 모임 환경에는 적격이었다. ‘잘 치는 사람이 없는 모임’이 아니라 “탁구실력에 비례해서 우선순위를 나누지 않는 동호회”가 그렇게 탄생했다.
 

▲ (대전=안성호 기자) 짝을 맞춰 볼까요? 웃음이 끊이지 않는 동호회.

  조선형탁구동호회는 자주 모인다. 사실 한창 재미를 붙여가는 사람들일수록 더 자주 모이는 법이다. 매주 목요일 주 모임이 있고, 토요일은 ‘번개모임’이다. 셋째 주 목요일에는 월례회가 있다. 물론 정해진 모임 외에도 치고 싶을 때면 언제나 구장을 찾고, 구장에는 늘 ‘부담 없는’ 파트너가 기다리고 있다. 모임 때는 주로 복식 경기로 토너먼트를 하는데 모임 내 고수와 하수를 짝 지워 수준을 맞춘다. 가장 잘 치는 회원과 가장 못 치는 회원이 짝이 되는 식이다. 단식 경기도 고수와 하수가 맞붙는다. 물론 고수에게 핸디가 주어진다. 시합도 시합이지만 회원과 회원이 마치 레슨처럼 지도를 주고받는 것도 어느덧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 (대전=안성호 기자) 회원들은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실력을 키워나간다.

  회원들은 동호회를 두고 스스로 “못난이 동호회”라고 칭한다. 동호회 시합에 나갈 정도 수준은 “20% 정도가 다”라고 덧붙인다. ‘셀프 디스’ 같지만 웃음 가득한 회원들의 표정에는 오히려 자부심이 가득하다. “즐기기 위해 하는 운동인데 실력만으로 서열을 나누면 오래 갈 수 없다. 우리는 서로 잘 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배려하며 함께 운동하는 진짜 동호회다.”
  동호회는 ‘같은 취미를 가지고 함께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함께 즐기기 위해서 필요한 최고 덕목은 또 한 번 ‘파트너십’이다. 파트너십을 강조하며 모인 회원들은 어느새 가족과 다름없는 사이가 됐다. 조선형탁구동호회의 회원은 현재 30명, 전부가 형님, 누님, 동생이다. 초보자의 ‘어색한 고민’이 사라진 뒤 회원들의 실력도 부쩍 향상됐다는 것이 안창인 회장의 전언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탁구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실력에 관계없이 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 이 동호외의 운영방침이다.
 

▲ (대전=안성호 기자) 조선형탁구동호회 파이팅!

  입문자들이 부담 없이 와서 칠 수 있는 곳, 대전 조선형탁구클럽의 ‘백조’들은 ‘미운 오리’ 시절을 숨기지 않으며 또 다른 ‘미운 오리’들을 기다리고 있다. 잘 치는 사람도 못 치는 사람도 마음껏 랠리를 즐기는 사이 우리 생활탁구의 저변도 계속해서 넓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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