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가족이 만들어가는 행복한 순간

▲ (수원=안성호 기자) 한자리에 모인 월드탁구클럽 회원들. 가장 왼쪽이 박일희 관장, 그 옆이 '아내' 이이슬 코치.

수원 월드탁구클럽은 관장과 코치, 회원이 가족처럼 어울리는 정답고도 특별한 탁구장이다. 여기서 ‘가족’이란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월드탁구클럽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박일희 관장과 이이슬 코치는 결혼 3년차를 맞이한 진짜 ‘가족’이다. 88년생 동갑내기 부부가 이끌어가는 이곳의 분위기는 여느 탁구장과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는 이이슬 코치의 첫 출산까지 앞두고 있어 또 하나의 ‘가족’을 맞이할 기대로 탁구장 전체가 들떠 있는 중이다.
 

▲ (수원=안성호 기자) 회원들의 '가족' 같은 분위기야 말로 월드탁구클럽의 특징이자 장점!

창원남산고와 경기대에서 선수생활을 한 박일희 관장은 군복무를 마친 2012년 월드탁구클럽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대학선배이자 당시 월드탁구클럽 관장이었던 조용순 현 경기대 감독의 요청으로 회원들의 레슨을 맡게 된 것이다.

“코치로만 2년 넘게 일했어요. 그러다 2014년, 조용순 선배가 경기대 감독으로 부임해 더 이상 탁구장을 운영할 수 없게 되자 제게 인수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왔어요. 마침 결혼을 앞두고 있던 저로선 둘도 없는 기회라는 생각에 바로 받아들였죠.”

가장의 책임감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으나 쉽지만은 않았다. ‘관장’으로서 회원들을 상대하는 것은, 운동만 열심히 하면 됐던 ‘코치’ 때와는 또 다른 것이었다.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챙기고 조율하며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리더의 역할은 육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을 안겨줬다. 초반 갈피를 못 잡고 힘들어하던 박 관장을 도운 이들은 바로 이곳 회원들이었다.
 

▲ (수원=안성호 기자) 충실하게 회원들을 지도하고 있는 박일희 관장. 박 관장은 언제나 자신을 믿고 따라주는 회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사실 관장이 되기엔 제가 나이도 어리고 경력도 짧은 편이잖아요. 미흡한 게 너무나 많았을 텐데 회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저를 믿고 따라줬어요. 관장이 신경 써야 할 부분도 스스로 알아서 해내며 제 짐을 덜어주기도 했고요. 덕분에 저도 차차 적응해갈 수 있었습니다.”

이곳의 회원들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 있다고 박 관장은 덧붙였다. 박 관장보다 더 오랫동안 월드탁구클럽을 지켜온 회원들도 많다. 긴 세월을 함께하며 쌓아온 깊은 우정과 ‘친화력’은 월드탁구클럽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기존 회원들은 신입회원이 입부하면 누구 할 것 없이 먼저 다가가 챙겨준다. 실력이 떨어진다고 랠리 파트너도 못 구해 헤매는 일은 이곳에선 절대 없다. 라켓을 갓 잡은 초보들도 눈치 보지 않고 찾아와 탁구를 즐길 수 있기에 다른 곳에 비해 청소년들이나 20대 젊은 층이 많은 편이다.
 

 
 
 
▲ (수원=안성호 기자) 성별, 나이, 실력에 상관없이 월드탁구클럽은 모두가 함께 탁구를 즐기는 곳이다.

“젊은 부부가 운영한다는 점도 좋은 인상을 주는 것 같아요. 코치들의 경력이나 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생활체육 탁구에선 회원들이 마음껏 웃고 즐길 수 있는 부담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그 이상 중요하거든요.”

수원시청 실업팀 출신의 ‘아내’ 이이슬 코치는 월드탁구클럽의 ‘분위기메이커’다. 남편이 관장으로 부임한 2014년부터 레슨을 도와온 이 코치는 활달하고 밝은 성격으로 회원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다. 월드탁구클럽의 대소사를 모두 살뜰하게 챙기며 ‘안방마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월드탁구클럽은 전체가 하나의 스포츠클럽 같은 분위기예요. 어떤 탁구장은 한 장소에서도 동호회별로 확연히 나눠져 활동하고 그 때문에 갈등이 일기도 하잖아요. 우리는 어느 동호회 소속이든, 동호회가 있든 없든 이곳에 머무는 순간만은 ‘월드탁구클럽’ 오직 한 팀으로 어울려요.”

이처럼 단합을 중시하는 월드탁구클럽이지만 그렇다고 ‘탁구’ 자체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박일희 관장, 이이슬 코치 모두 청소년대표 출신의 우수한 지도자로 지역 내에선 명망이 높다. 최근 출산준비 중인 이이슬 코치를 대신해 레슨을 맡고 있는 최지현 코치 역시 수원시청 실업선수출신으로, 용인대 시절엔 유니버시아드 국가대표로도 활약했었다.
 

▲ (수원=안성호 기자) 수원시청 출신의 최지현 코치. 출산준비 중인 이이슬 코치를 대신해 레슨을 맡고 있다.

또한 회원들의 실력향상을 위해 자체리그와 교류전도 정기적으로 치르고 있다. 수원에서 열리는 대회는 빠지지 않고 참가해 훈련성과를 매번 확인한다. 특히 박 관장의 모교인 경기대학교 현역선수들을 수시로 초청해 벌이는 이벤트경기와 특별강습은 월드탁구클럽만의 자랑거리.

박일희 관장과 이이슬 코치는 월드탁구클럽이 발전해가는 것을 지켜보며 최근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늘어나는 회원수에 비해 조금은 협소한 60평 탁구장의 규모를 빠른 시일 내에 확장하는 것이 그들의 우선 목표다. 다양한 편의시설도 마련해 회원들에게 보다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도 크다.

그러나 미래를 그리는 가운데서도 이 부부는 자신들이 이룬 ‘현재’에 대한 감사와 자부심을 잊지 않았다. 탁구장을 운영하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냐는 질문에 이이슬 코치는 “바로, 지금”이라고 고민 없이 대답했다. 오래 운동을 했던 두 사람에게 선수생활 이후의 삶이란 오롯이 이곳 월드탁구클럽뿐이다. 둘은 이곳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가정을 꾸렸다. 관장이자 코치, 아빠이자 엄마로서 탁구 가족들을 이끌었다. “월드탁구클럽 덕분에 우리 부부도 성장할 수 있었다”는 박일희 관장의 말에 따뜻한 진심이 느껴지는 이유다.

다정한 부부, 정겨운 탁구 가족이 머무는 월드탁구클럽. 가장 행복하다는 ‘지금’이 앞으로도 쭉 이어지길 응원한다.
 

 
▲ (수원=안성호 기자) 언제나 정다운 월드탁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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