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무적질주, 국제오픈대회 2연속 3관왕!

한국탁구의 ‘미래’로 손꼽히는 안재현(대전동산고)이 2015년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해 대전동산고에 입학한 오른손 셰이크핸더 안재현은 출전하는 대회마다 우승을 휩쓸며 단숨에 고등부 랭킹 1위에 올랐다. 국내뿐 아니라 국제대회에서도 빼어난 성과를 거뒀다. 지난달 말 치러진 ITTF 주니어서키트 슬로바키아주니어오픈과 폴란드주니어오픈에서 두 대회 연속 3관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안재현은 중등부때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한국탁구를 이끌 유망주로 손꼽혀왔다. 작년 7월 코리아주니어&카데트오픈에서 카데트부(중등부) 단체전과 단·복식을 모두 선권하며 대회 유일 3관왕을 차지했고, 그해 9월 아시아주니어선수권 카데트부에서도 단체전과 단식을 석권하는 등 국제대회에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그렇기에 올해부터 시작된 그의 고등부 활약 역시 어느 정도는 예상됐던 바다. 그러나 고등부 안재현의 ‘돌풍’은 예상보다 훨씬 더 크고 강했다.
 

▲ 고교 진학 후 치른 개인단식 경기에서 전승행진 중이다. 월간탁구DB(ⓒ안성호).

안재현은 지난 1월, 고등부 소속으로 처음 출전한 전국중고종합대회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누르고 단·복식과 단체전 3관왕을 차지했다. 뒤이은 전국중고종별대회에서도 단·복식 2관왕에 올랐고, 국내 최대 규모 엘리트대회인 전국남녀종별탁구선수권 역시 고등부 단·복식을 휩쓸며 2관왕에 올랐다. 고교 진학 후 치른 개인단식 경기에서 아직 단 한 번도 패해본 적이 없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적질주’를 펼치는 중이다.

올해 1월, 전국중고종합대회를 마친 직후 안재현은 “앞으로 치를 고등부 모든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고 싶다”는 당찬 새해 포부를 밝혔었다. 그러나 ‘세계’에 대한 목표만은 조금 신중했다. “오픈대회에 몇 번 나가보니 확실히 세계에는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중국은 두말할 필요 없는 최강이다. 주니어부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우선 목표다.” 그렇다고 주눅이 들거나 자신감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안재현은 바로 덧붙였다. “하지만 상대가 강할수록 나 역시 승부욕이 생긴다. 세계의 선수들과 맞붙다 보면 더 큰 목표를 가지게 될 것이다.”

안재현은 지난 4월, 올해 처음 참가한 국제대회 호주 주니어오픈에서 개인단식 준결승에 올랐으나 중국 리쉬룬에게 0대 4 완패를 당했다. 동산고 선배 이장목과 함께 출전한 개인복식 역시 결승에서 리쉬룬-웨이쉬하오에게 0대 3으로 패했다. 복식 준우승과 단식 3위. 나쁘지 않은 성과였지만 세계의 벽, 특히 중국의 넓고 높은 ‘탁구장성’을 실감한 대회였다. 그리고 이날의 패배는 그의 말대로 ‘승부욕’을 타오르게 했다. 호주 주니어오픈 이후 안재현은 국제대회에서도 본격적인 ‘무적질주’를 펼치기 시작했다.

한 달 뒤 참가한 슬로바키아 주니어오픈에서 단·복식은 물론 단체전 매치까지 단 한 경기도 지지 않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대회 3관왕에 올랐다. 일본의 카나미츠 코요를 4대 0(11-7, 11-1, 11-5, 12-10)으로 완파하고 개인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동갑내기 단짝이자 라이벌 황민하(중원고)와 호흡을 맞춘 복식 결승에서도 일본의 하리모토 토모카즈-우다 유키야 조를 3대 0(11-9, 11-6, 11-5)으로 완파했다. 단체전에서도 선봉에 나서 일본B팀을 누르고 우승했다. 안재현은 결승 1번과 4번 단식주자로 나서 타나카 유타와 하리모토 토모카즈를 꺾으며 우승의 수훈갑이 됐다.
 

▲ 국제대회에서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치러진 슬로바키아/폴란드오픈에서 연속 3관왕을 달성했다. 사진은 슬로바키아오픈 개인단식 시상식 장면. 사진 flickr.com.

안재현의 거침없는 활약은 직후에 치러진 폴란드 주니어오픈까지 이어졌다. 단·복식과 단체전을 모두 우승하며 2개 대회 연속 3관왕이라는 위엄을 달성했다. 내용 면에선 더욱 진일보했다. 안재현은 단식 64강부터 결승까지 6경기를 치르는 동안 2게임 이상 내준 경기가 없었다. 결승에서 일본의 이즈모 타쿠토를 4대 0(11-6, 11-7, 14-12, 11-7)으로 완파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또 한 번 황민하와 짝을 맞춘 개인복식에서도 한국 동료 강지훈(중원고)-이장목(대전동산고) 조를 접전 끝에 3대 2(11-9, 2-11, 11-4, 7-11, 11-8)로 눌렀다. 단체전 역시 팀의 주축으로 활약하며, 일본A, 일본B, 독일A팀을 차례로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최근 주니어부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 라이벌 일본과 유럽 강호 독일의 선수들을 누르고 이룬 연속 3관왕이기에 더욱 뜻 깊었다. 6월에 발표된 ITTF 18세 이하 세계랭킹에서도 15위를 기록, 임종훈(KGC인삼공사)에 이어 한국유망주 중 두 번째로 높은 순위에 랭크됐다. 올해 실업에 입단한 임종훈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론 안재현이 고등부 최고 순위를 기록한 셈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더 높게 평가할 것은, 이런 남다른 성과에도 전혀 들뜨거나 흔들리지 않는 성실함이다. 유럽에서 2개 대회를 연달아 치른 안재현은 여독도 풀리기 전에 바로 국가대표 상비2군(청소년) 동료들과 함께 중국 전지훈련을 떠났다. 그의 ‘승부욕’은 여전히 뜨겁게 끓고 있다. 세계의 선수들과 맞붙으면서 자신이 말한 대로 ‘더 큰’ 목표가 생겨난 것이다.

현재 그가 정조준하고 있는 것은 7월에 개최되는 말레이시아 아시아주니어선수권대회다. 안재현은 대표선발전을 1위로 통과하며 아시아주니어선수권 대표로 이미 선발된 상태다. 그가 이번 대회에서 ‘더 큰’ 목표를 이루려면 ‘두말할 필요 없는 최강’ 중국과의 맞상대도 감수해야 한다. 지난 호주 주니어오픈에서의 뼈아픈 패배도 이런 큰 대회에서 복수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지만 성인무대에서는 아직 좌절을 더 많이 겪고 있다. 더 빠른 비상을 기대한다. 월간탁구DB(ⓒ안성호).

‘고등부’ 안재현은 그야 말로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지만, ‘성인무대’에선 번번이 좌절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1월 안재현은 국가대표 상비1군 최종(3차)선발전에 올라 생애 최초의 태극마크를 꿈꿨었다. 그러나 실업선배들의 기세에 완전히 눌리며 2승 20패의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탈락했다. 지난 5월에도 안재현은 또 한 번 국가대표에 도전했으나 금세 꿈을 접어야 했다. 2015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파견 국가대표 1차선발전에서 상비2군 동료이자 대전동산고 선배 박신우, 이장목에게 밀려 탈락했다. 상비1군과 본격적으로 경쟁을 벌일 최종선발전에는 참가기회를 잡지 못했다. ‘고등부’만의 대회에서는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빼어난 성적에 가렸지만 사실상 고교 신입생일 뿐인 안재현의 경험부족이 큰 대회 때마다 드러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안재현은 “아직 국가대표가 될 실력은 아니다”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그러나 주니어부에 오르자마자 빠르게 비상(飛上)하고 있는 그이기에 한국탁구가 기대하는 것은 좀 더 높은 곳일 수밖에 없다. 안재현 역시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 중이다. 앞으로는 주니어서키트뿐 아니라 국제 시니어오픈대회에도 꾸준히 참가해 주니어부 이상의 경험을 쌓아갈 계획이다. 국내와 해외, 고등부는 물론 그 너머까지, 안재현이 목표하는 바는 점점 높고 다양해지고 있는 중이다. 이제 막 날아오르기 시작한 유망주지만 이런 열정과 노력이 이어진다면, 안재현이라는 한국탁구 ‘미래’가 ‘현재’로 다가올 날도 멀지 않을 듯하다. 그의 끝없는 비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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