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 성과 더 큰 도약의 발판으로 삼기를…!”

탁구경기장 누비는 덴마크대사
  제53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중국 쑤저우 인터내셔널 엑스포센터. 한국선수단의 시합은 모두 끝났지만 아직 일정이 남아있는 한국대표들이 있다. 바로 이번 대회에 파견돼 활약하고 있는 국제심판들이다.
  대한탁구협회는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박인숙, 이계순, 마영삼 심판까지 모두 세 명의 국제심판을 파견했다. 이들은 탁구강국 한국에서 온 요원들답게 중요 시합 주/부심으로 배치되어 매끄러운 진행 능력을 과시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활약하는 세 국제심판들 중에서도 특이한 이력을 지닌 한 사람이 유독 눈길을 끈다. 박인숙 씨와 이계순 씨가 엘리트 경기인 출신으로 심판의 길을 걷고 있는데 반해 마영삼 심판은 순수 생활체육 동호인이다. 게다가 그는 한국이 아닌 덴마크에 거주하고 있다. 단순 거주라고 말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그는 바로 덴마크 한국대사관을 책임지고 있는 주 덴마크 한국대사 신분인 것.
  마영삼 대사는 사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지독한 탁구애호가다. 한국대사라는 신분의 부담이나 바쁜 업무의 와중에도 어렵사리 틈을 만들어 심판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회 기간만 8일인 이번 세계대회도 여름휴가를 미리 당겨쓰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 (쑤저우=안성호 기자) 마영삼 주 덴마크대사가 국제심판으로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활약 중이다.

빨강 파랑 심판복, 근엄한 포청천에 반해 심판 입문
 
마영삼 대사가 탁구 국제심판이 된 사연은 한국 탁구가 남북단일팀을 이뤄 세계를 제패했던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일본에서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기 전 한국의 청소년대표팀이 마침 당시 마 대사가 근무하던 방글라데시를 방문했다. 지금은 국회의원인 이에리사 당시 코치가 강희찬, 이철승, 박해정, 박경애 등 선수들을 이끌었다.
  그 대회에는 북한팀도 참가했다. 단일팀 성사와 함께 남북간 분위기도 무르익던 시절 마 대사에게는 외교관으로서 한국에서 온 어린 선수들을 챙겨야 하는 업무가 주어졌다. 자연스럽게 탁구경기장을 찾았는데 거기서 예정하지 않았던 광경을 만나게 된다. 선수들도 선수들이지만 빨간색 파란색 심판복을 번갈아 입으며 경기를 진행하는 심판들의 모습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는 게 마 대사가 전하는 회고담이다.
  이후 6년간의 외국 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마 대사는 당시의 설렘을 기억해내고 본격적으로 심판이 되기 위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선수출신이 아닌 까닭에 취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했지만 발품을 팔아가며 끈질기게 노력했다. 가까운 탁구장을 찾아 운동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3급에서 2급, 2급에서 1급, 그리고 마침내 국제심판 자격을 얻기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21년. 그 사이 다시 외국 근무가 주어졌지만 필요한 실습기간을 현지에서 채우는 열성도 마다하지 않았다. 마영삼 대사는 2012년 꿈에 그리던 탁구 국제심판 배지를 옷깃에 달았다. 그리고 다양한 국제대회에 참가하면서 6차례의 추가테스트를 연속 통과하여 2014년 상급 국제심판(블루배지)으로 승급됐다.
 

▲ (쑤저우=안성호 기자) 정확한 진행 솜씨로 주요 경기 주심을 맡고 있다.

마롱의 8강전 등 주요경기 진행, 큰 보람 느껴
 
국제심판이 된 이후 마영삼 대사는 국내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 스웨덴오픈, 덴마크 선수권대회, 유럽챔피언스리그 등등 여러 대회에 참가했다. 작년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던 세계장애인탁구선수권대회에서도 심판을 봤다. 그리고 올해 탁구심판으로 참가할 수 있는 가장 큰 대회인 세계선수권대회 무대를 밟은 것이다. 마영삼 국제심판은 정확한 판결 능력을 인정받아 남자단식 8강전 마롱 대 탕펭 전 주심을 맡는 등 막바지까지 꾸준한 활약으로 민간 외교관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아니, 참 진짜 외교관이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기라성 같은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진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마영삼 대사는 “큰 보람을 느낀다. 다른 대회들과는 규모부터 다른 세계선수권대회라 흥분되지만 심판으로서 차분해지려고 신경을 쓰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본업과 다른 영역의 일이지만 삶이 무척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이들에게도 자신의 일과는 별개로 열심히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도록 권하고 싶다”고도 했다.
 

▲ (쑤저우=안성호 기자) 마영삼 대사는 이번 대회 성과가 한국탁구 발전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 성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길
 
쑤저우 인터내셔널 엑스포센터에서 한국 탁구의 기량과 위상을 또 다르게 전하고 있는 마영삼 대사는 경기일정을 모두 마친 한국 선수들에게는 “한국 탁구가 최근 예전만큼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까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대회에서 목표했던 성적을 이룬 만큼 이를 바탕으로 더욱 노력해서 세계 정상에 도전하길 바란다.”는 격려의 말을 전했다. 그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한국탁구 저변을 넓히려는 탁구인들의 더 많은 노력이 따라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당부와 함께.
  근엄한 백발과 사람 좋은 미소로 남다른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마영삼 대사는 외교관 신분으로 심판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업무에 문제가 되지 않는 한에서 하는 일이다. 심판 활동은 오히려 일을 열심히 할 수 있게 하는 활력소다. 지금 입고 있는 심판복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탁구 국제심판 마영삼 주 덴마크 한국대사는 앞으로도 탁구경기장에서 자주 만나게 될 것 같다. 한국인이므로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진행하진 못하겠지만, 세계정상에 다시 서는 태극전사들의 모습을 그의 바람대로 심판복을 입고 지켜볼 수 있게 되길 기원한다.
 

 

▲ (쑤저우=안성호 기자) 이계순(위), 박인숙 국제심판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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