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오세아니아 지역예선 & 대륙 선수권대회 출전, “꿈을 펼쳐라!”

글로벌 시대, 해외로 진출하는 한국 탁구인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도 지도자나 선수로 타국에서 랠리를 이어가는 사례들은 적지 않았으나, 최근 WTT 유스 컨텐더 청양대회에 호주 대표로 나왔던 배환-배원 형제처럼 부모의 이민으로 현지에서 출생한 한국계 자녀들이 해당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는 것은 새로운 경향으로 관심을 둘 만하다.
 

▲ 한국계 2세 최준혁이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눈길을 끌고 있다.
▲ 한국계 2세 최준혁이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눈길을 끌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최준혁(15·Jun Hyuk Timothy Choi)도 같은 경우다. 2007년생으로 뉴질랜드 최대도시 오클랜드에서 나고 자랐다. 탁구는 8세 무렵 거주지 인근 시설에서 시작했다가 재질이 눈에 띄어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인상적인 것은 그의 아빠 최윤철 씨가 바로 대전 한남대 탁구동아리 ‘FIRST’의 창립 멤버라는 것. 엘리트 경기인 출신은 아니지만 동아리를 직접 창설할 만큼 탁구에 적극적인 윤철 씨가 아들의 탁구를 전폭적으로 지지했으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만하다.
 

▲ 한국계 2세 최준혁이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눈길을 끌고 있다.
▲ 한국계 2세 최준혁이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눈길을 끌고 있다.

실제로 최윤철 씨는 아들 준혁이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지속했다. 특히 그는 대학 시절 열혈 동호인으로서 한남대 탁구부의 엘리트 선수들과도 돈독한 인연을 이어왔는데, 이것이 준혁이의 기량 향상에 중요한 동력을 제공한다. 2002년에 뉴질랜드로 이민한 윤철 씨는 준혁이가 탁구를 시작한 이후 거의 매년 겨울방학(뉴질랜드는 여름)마다 아들과 함께 대전동산중·고 체육관을 찾아 약 3주간의 전지훈련을 하고 돌아갔다. 대전동산중·고는 바로 한남대 출신 권오신 감독이 이끄는 명실상부한 국내 주니어 최강팀이다. 수많은 재능들이 모여 있는 이 팀에서의 훈련은 기량 향상은 물론 선수로서의 의욕도 부채질했다. 뉴질랜드로 돌아간 준혁이가 꾸준히 탁구에 매진할 수 있는 힘도 제공한 셈이다.
 

▲ 일찍부터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최준혁이다. 국내 대회 시상식에서.
▲ 일찍부터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최준혁이다. 국내 대회 시상식에서.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준혁이는 가파른 성장 가도를 달렸다. 10세가 되던 2018년에 이미 13세 이하 호프스 대표가 됐다. 2019년에는 U13은 물론 U15 대회 챔피언에도 올랐으며,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당연히 뉴질랜드 카데트 대표로 활약했다. 이 기간 동안 최준혁은 카데트와 주니어(U19)를 넘나들며 수많은 전적을 쌓아올렸다. 그의 지나온 활약상은 20236월 발표된 뉴질랜드 국내 랭킹 현황만 봐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U17 1, U19 1, U21 1, 시니어 포함 오픈랭킹 남자 전체 6. 20239월 현재, 15세 최준혁은 뉴질랜드 남자탁구 국가대표다.
 

▲ 탁구에 대한 강한 애정과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동료들과 응원하는 모습.
▲ 탁구에 대한 강한 애정과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동료들과 응원하는 모습.

뉴질랜드 국가대표 최준혁은 그리고, 9월 자신의 탁구인생을 걸 만한 중요한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ITTF 오세아니아 유스 & 시니어 챔피언십을 겸해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 지역예선에 도전하는 것이다. 탁구가 많이 활성화되어있지 못한 오세아니아에 배정된 올림픽 출전권은 남녀단체전 각 1장(개인전 2장)에 불과하지만, 좁은 문을 뚫기 위해 최준혁은 국가대표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국가대표로서 중요한 대회에 출전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좋은 기회이고, 큰 영광이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 자리까지 올 수 있도록 저를 지지하고 힘을 주신 아버지께도 감사드립니다. 우리 팀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습니다. 저에게 행운을 빌어주세요.”
 

▲ 국가대표로서 뉴질랜드 탁구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뉴질랜드 탁구협회가 대표선수를 소개하는 영상의 한 장면이다.
▲ 국가대표로서 뉴질랜드 탁구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뉴질랜드 탁구협회가 대표선수를 소개하는 영상의 한 장면이다.

2024 파리올림픽 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은 92일과 3일 열린다. 4일부터 9일까지는 ITTF 오세아니아 유스 & 시니어 챔피언십이 이어진다. 대륙 최강팀 호주를 넘어 출전권을 따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다는 전망이지만, 아직 어린 만큼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닌 최준혁 입장에서 중요한 것이 당장의 결과만은 아닐 것이다. 아빠 최윤철 씨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뉴질랜드가 한국만큼 탁구 인프라가 갖춰진 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탁구로 성공의 길을 개척하고 싶은 열망이 클 수 있습니다. 준혁이가 탁구에 대해 열정을 갖고 있고,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에 대한 자부심도 강한 만큼, 이왕에 발을 디딘 선수의 길에서 힘든 과정을 견뎌내고 궤도에 오를 때까지 힘을 다해 지원할 생각입니다.”
 

▲ 꿈을 펼쳐라! 최준혁은 아직 어린 나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 꿈을 펼쳐라! 최준혁은 아직 어린 나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글로벌 시대,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탁구인들이 늘고 있다. 현지에서 출생하고 성장하는 한국계 선수들도 새롭게 눈에 띈다. 세계적인 탁구강국 중 하나인 고국에서 보내주는 응원도 이들에게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오세아니아에서 올림픽 예선이 한창일 무렵에는 한국의 평창에서도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린다.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는 한국팬들의 성원이 먼 나라에서 뛰는 또 다른 한국 대표선수에게도 가닿기를 기원해본다. 최준혁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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