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화가 협업, 3색 표지 이색 출간

▲ 3명의 화가와 협업, 각기 다른 표지로 동시 발간된 김흥기 시인의 첫 시집 『첫눈이 내게 왔을 때』
▲ 3명의 화가와 협업, 각기 다른 표지로 동시 발간된 김흥기 시인의 첫 시집 『첫눈이 내게 왔을 때』

홍안의 소년이 백발 내비치는 육순에 이르는 과정을 두고 한 사람의 일생이라 부를 수 있을까? 여기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지금 이순과 고희(古稀)의 중간 지점에 도달한 시인, 방년 18세에 시에 입문하여 반세기 가까운 기간을 시와 더불어 살아온 시인이 있다. 그에게 시는 무엇이며, 그의 삶에 어떤 의미였고 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예순 중반의 연륜에 첫 시집을 상재하는 김흥기 시인의 얘기다. 시집 한 권을 책으로 묶어내는 일을 오래 망설였으나, 그 오랜 시간에 걸쳐 보여준 시적 행보가 그리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한 시인이 자신의 작품세계를 가꾸고 형성해 가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으며, 그럴수록 그 길이 보람 있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터이다. 김흥기의 시를 두고 바라는 바도 바로 그렇다. 이 시집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서울의 여러 면모와 풍광, 그 편린들을 스케치하듯 쓴 시들이다. 자기 삶의 터전으로서 서울과 그 갈피마다에 숨은 내밀한 모습들을 적출했다. 2부는 시인의 가족사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시들이다. 각기 가족과의 관계를 열어 보이고, 또 거기에 시인의 유년기 기억을 덧붙였다. 3부는 1970년대 중반 이후 1990년대 초반까지 민주화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4부는 비교적 근작들로 삶의 주변을 살핀 짧은 시들을 포함하고 있다.

▲ 김흥기 시인
▲ 김흥기 시인

김흥기 시인은 경북 경산에서 출생하여 고등학교 2학년 때 대구백화점 갤러리에서 삼인 시화전을 열었다. 시인이며 영문학자였던 신동집 교수의 추천을 받았다. 20대 후반이던 1984년에는 다락방문학동인집 내 사랑 이 땅에서를 간행했다. 그로부터 2년 뒤에는 그림동인 실천및 시인들과 함께 시화집 어울림을 발간·전시했다. 1987아버지의 바다로 노동문화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해 1987심상의 해변시인학교 특집호에 연작시 서울 스케치, 우리문학창간 특집호에 할아버지의 나라5편을 발표함으로써 본격적인 시인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동국문학인회, 충북작가회의 회원이며, 다락방문학동인이다. 또한 오랫동안 광고계에 몸담고 전문성을 확보한 연유로 현재 런던국제광고제 한국 대표이며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그림 애호가인 김흥기 시인의 이번 시집은 동일한 내용에 3명의 화가와 협력하여 표지화를 달리하여 3종으로 발간된 것도 특기할 사항이다. 초판은 최근 10년 이상 인간의 양면성을 닮은 얼개를 주제로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젊은 추상화가 전지연의 Flowing 2112(2), 2판은 자연을 벗 삼아 놀던 유년시절과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바탕으로 맑고 순수한 마음을 담은 그림들을 소박하면서도 해학적인 인간 내면의 기억을 압축해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신철 화가의 봄이다 2015, 3판은 캔버스에 붓이 아니라 조각칼로 형상과 색채를 만들어 가는 독특한 화풍의 이미애 화가의 꿈꾸는 겁쟁이 - 2021를 표지화로 각각 다르게 편집됐다. [출판사 개미 발간, 가격 : 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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