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우승기록으로 돌아보는 전국남녀 종합탁구선수권대회

제68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7일부터 21일까지 전남 여수에 위치한 진남체육관에서 2014년 한국탁구 챔피언이 탄생한다.

종합탁구선수권대회는 국내 모든 탁구대회를 통틀어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진 대회로 우승자에게 최고의 명예가 주어지는 챔피언전이다. 이 대회가 곧 한국탁구의 역사이며, 이 대회 우승자가 곧 한국탁구 챔피언이다. 종합선수권대회 역대 우승자명단이 ‘족보’라는 별칭으로 통하는 이유도 곧 그와 같은 전통의 무게 때문이다.
 

▲ 한국탁구 챔피언을 가리는 종합선수권대회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부산에서 열렸던 지난해 대회 경기모습. 월간탁구DB.

그렇다면 현재까지 67회를 이어오는 동안 ‘종합선수권 우승족보’에 이름을 올리고 한국탁구 역사를 선두에서 이끌어온 주인공들은 누가 있을까? 역대 우승기록을 바탕으로 이전 대회들을 돌아보는 것도 새로운 챔피언 탄생을 앞둔 시점에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종합선수권대회는 1947년 제1회 대회를 시작해 올해 68회를 앞두고 있지만 실제 경기가 치러진 횟수만 따지면 금년 대회가 63회째다. 일제로부터 벗어나던 해인 1948년과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던 1950년, 1951년, 1952년, 그리고 정치적 격변기로 4.19의거가 일어났었던 1960년까지 다섯 번의 대회는 연도를 따라 회차에 포함돼 있지만 실제 경기는 치러지지 못했다. 초창기에는 남녀단식과 남녀복식만 열렸고, 단체전은 제17회인 1963년부터 시작된 것도 특기할 점이다. 혼합복식은 더 늦은 23회 대회(1969년)부터 도입됐다.
 

▲ 남자 개인전 최다 우승기록 보유자 유남규(현 S-OIL 감독). 사진은 서울올림픽에서의 경기모습. 월간탁구DB.

예순세 번의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개인전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기록한 주인공은 남자 유남규, 여자 류지혜다. 유남규 현 S-OIL 감독은 단식 5, 복식 3, 혼복 8회의 우승으로 총 16회 정상에 섰다. 국가대표로 많은 활약을 했던 여자부 류지혜(은퇴) 역시 총 16회로 단식 4, 복식 8, 혼복 4회의 우승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전성기 시절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만큼 소속팀 동아(유남규)와 삼성(류지혜)의 단체우승 기록을 더하면 종합대회 우승 기록만 20여 회를 훌쩍 넘는다.
 

▲ 여자 개인전 최다 우승기록 보유자 류지혜(삼성, 은퇴). 국가대표로도 많은 활약을 했다. 월간탁구DB.

최고기록보유자들의 뒤를 이어서 남자부는 현역 선수 오상은(KDB대우증권)이 15회로 2위, 김택수 KDB대우증권 총감독과 유승민 삼성생명 코치가 11회로 3위에 위치해 있다. 여자부의 경우는 현정화 KRA한국마사회 감독이 14회로 2위, ‘사라예보의 영웅’ 이에리사 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12회가 역대 3위 기록이다.

하지만 장기간 훈련보다 종합대회만의 이벤트성이 강한 혼합복식을 제외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혼합복식은 도입 이후 몇 번의 대회는 정식종목에서 제외되기도 하는 등 종합대회에서 가장 낮은 비중을 가진 종목이다. 개인단식과 개인복식만 따질 때 남자부는 오상은과 김택수가 11회로 공동 1위, 여자부는 류지혜와 이에리사가 12회로 역시 공동1위다. 김택수와 이에리사의 경우는 혼합복식 우승 기록 없이도 최다 우승 기록 상위권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남자 개인단식 최다우승자는 6회의 오상은(KDB대우증권)이다. 우승횟수를 늘릴 수 있는 기회도 아직 있다. 월간탁구DB.

여기서 다시 한 번 실질적인 챔피언 성격이 주어지는 단식만 따져보면 남자부는 오상은의 6회가 최다 우승기록이다. 오상은은 2011년 제65회 대회에서 여섯 번째 정상에 오르며 역대 1위로 올라섰다. 이전까지 남자부는 유남규, 김택수, 오상은이 5회씩의 우승을 기록하고 있었다. 아직도 현역에서 뛰고 있는 오상은은 우승 횟수를 더 늘릴 수 있는 기회도 갖고 있다.

여자부의 경우는 이에리사가 7회로 최다 우승자다. 특히 이에리사는 이 일곱 번의 우승을 23회부터 29회 대회까지 연속으로 달성했다. 횟수를 넘어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불멸의 기록’이 아닐 수 없다. 현역 국회의원으로 체육정책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에리사 의원이 현역 시절 탁구계에서 차지했던 비중이 어느 정도였는지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역 은퇴 이후 지도자 생활을 거쳐 현재의 의원신분에 이르기까지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남녀를 통틀어 종합대회를 기준한 한국탁구 챔피언은 여전히 ‘이에리사’다.
 

▲ 여자 개인단식 최다우승 기록은 이에리사 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세운 7회다. 남녀 통틀어 최다기록을 연속우승으로 작성했다. 선수시절의 경기모습. 월간탁구DB.

여자부 단식 우승횟수 2위는 한국탁구의 일세를 풍미했던 현정화, 류지혜, 이은실로 각각 4회의 기록을 썼다. 여자 현역 선수 중에서는 디펜딩 챔피언인 석하정(대한항공)이 3회의 우승을 기록했지만 잠정적인 은퇴상황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기록을 세울 수 있는 주인공은 당분간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여자탁구의 상황은 이런 기록적인 측면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 여자탁구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현정화-홍차옥 복식조. 종합대회 여자복식에서도 둘이 4회의 우승을 기록했었다. 월간탁구DB.

단체전에서는 남녀 모두 삼성생명이 최다 우승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남자팀은 18회, 여자팀은 19회다. 특히 여자팀은 전신 제일모직 시절부터 팀 간판을 바꿔가며 이어왔던 9연패(47회~55회)의 기록을 쓰기도 했다. 남녀부 통틀어 최고 기록이다. 남자부 최다 연속우승의 기록은 역시 삼성이 갖고 있는 7연패(51회~57회)다. 현 최강팀으로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여자부의 대한항공은 지난해까지 7연패를 기록하고 올해 대회에서 8연패를 노리고 있는 중이다.
 

▲ 남자단식 디펜딩 챔피언 김민석(KGC인삼공사). 새로운 기록을 향해 달려간다. 월간탁구DB.

국내 최고 탁구스타들이 모두 나와 ‘진검승부’를 벌이는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지난해 각 종목 우승자들은 남녀단식 김민석(KGC인삼공사), 석하정(대한항공), 남녀복식 이정우-최원진(당시 농심), 전지희-유은총(포스코에너지), 혼합복식 서현덕(삼성생명)-양하은(대한항공), 남녀단체전 KDB대우증권, 대한항공이었다. 플라스틱볼이 처음 도입되는 68회 대회에서는 누가 정상에 설까? 새롭고도 풍성한 기록들을 기대해본다(68회 대회 각 종목 대진표 아래 관련기사 목록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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