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탁구경기 현장

  인천광역시는 지난 9월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장애인아시안게임을 치르고 있다. 그런데 아시안게임과 달리 장애인아시안게임은 각 경기장에서 예상치 못한 여러 문제들이 자주 돌출하고 있다. 아무래도 자주 접하지 못했던 장애인스포츠다 보니 비장애인들의 경기를 치러냈던 직전의 경험이 원활하게 들어맞지 않는 까닭이다. 예를 들어 경기장과 숙소를 이어주는 버스 수송 같은 경우 휠체어 장애인들의 수용 규모에 한계가 있어 훨씬 많은 수의 차량이 필요하지만 충분한 사전 준비가 되어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경기 시간도 비장애인들의 경기와 차이가 있어 비장애인들과 비슷하게 맞춰놓은 일정이 계속해서 늘어지곤 한다. 조직위원회와 현장 인력들의 사전 준비와 교육이 충분치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인천=안성호 기자) 탁구경기가 무리 없는 진행으로 호평 받고 있다.

  그런데 송도글로벌대학 체육관에서 치러지고 있는 탁구경기는 그와 같은 문제들에서 비켜서있다는 평가다. 아시아 26개국 215명(남 144명, 여 71명)이 참가하고 있는 탁구경기는 수송이나 일정, 장비지원, 자원봉사 등등 모든 분야가 사전에 짜놓은 각본에 맞춰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에 따라 각국 선수들은 별다른 불편 없이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중이다.
 

▲ 대한장애인탁구협회는 지난 2009년부터 매년 코리아오픈을 열어오고 있다. 사진은 작년 대회 장면. 월간탁구DB.

  탁구경기가 이처럼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는 이유로는 해마다 치러오고 있는 장애인탁구 코리아오픈에서 축적된 경험이 우선 꼽힌다. 지난 2009년부터 세계 각국 장애인선수들을 초청하여 국내에서 국제대회를 치러온 대한장애인탁구협회(회장 우기만)는 장애인탁구경기에 필요한 각 분야의 모든 요소들을 완벽에 가깝게 준비했다. 많은 경기종목으로 인해 탁구대 설치와 해체, 시상대 준비 등등 경기장 내에서만도 다양한 동선의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충분한 사전 교육을 받은 봉사자들이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면서 일정 지연을 최소화하고 있다. 방송 중계 역시 장애인스포츠로는 이례적으로 네 시간에 달하는 생중계 기록을 썼다.
 

▲ (인천=안성호 기자) 이례적으로 네 시간에 달하는 생중계 기록을 썼다. 한국과 일본의 남자11체급 단체 결승전.

  또 하나의 이유로 박도천 TD(테크니컬 디렉터)의 존재도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TD는 경기 운영의 모든 권한을 갖고 최종 대표권을 행사하는 고위 요직이다. 한 종목의 경기가 문제없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그 종목 TD와 국내 임원들, 현장 인력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필수다. 실제로 TD의 경험과 친한적 혹은 반한적 성향에 따라 경기 진행과 마무리의 속도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는 모두 23개 종목 경기가 열리고 있는데 그 중에서 한국인이 TD를 맡고 있는 경우는 박도천 TD를 포함해서 단 네 명뿐이다.
 

▲ (인천=안성호 기자) 박도천 TD는 아시안게임과 장애인아시안게임 두 대회 모두를 감독하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국제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특기할 것은 박도천 TD는 지난 아시안게임 때도 TD를 맡아 탁구경기를 주관했었다는 것. 아시안게임 역시 한국인 TD는 네 명뿐이었는데 장애인아시안게임과 같은 인물들은 아니다. 이번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참가하고 있는 네 명의 한국인 TD 중에서 아시안게임과 장애인아시안게임을 연속으로 주관하고 있는 사람은 박도천 TD가 유일하다. 박도천 TD가 두 대회 연속 중책을 맡게 된 이유는 그가 아시아탁구연합(ATTU, 경기위원장)과 국제탁구연맹(ITTF, 이사)의 임원을 맡고 있는 ‘국제통’이기 때문. 아시안게임 탁구는 ATTU가, 장애인아시안게임 탁구는 ITTF가 운영을 맡았다. TD 임명권을 가진 두 단체가 한국인 임원을 선임해서 원활한 진행을 꾀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스포츠 외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 (인천=안성호 기자) 이번 장애인아시안게임은 북한선수단의 참가로 더 많은 관심을 모았다. 김문철 북한선수단장과 함께 했던 박도천 TD.

  박도천 TD는 탁구종목 진행에 대한 좋은 평가에 관해 “이순주 레프리를 비롯한 현장의 임원들이 노력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공을 돌리면서도 TD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레프리와 심판장, 외국 초청 인사들이 모두 밀접한 유대관계에 있는 분들이다. 특별한 의견충돌 없이 유연한 진행을 할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박도천 TD는 30대부터 국제탁구 행정가로 경력을 쌓아온 것으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그가 축적해온 경험들은 실제로 한국탁구 국제외교에 작지 않은 힘을 제공해왔다. 아시안게임과 이번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도 톡톡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때문일까. 박도천 TD가 덧붙여 전한 인사도 의미심장하다.

  “국제관계를 조율하는 단체들에 후배들이 더 많이 진출해야 한다. 더욱이 지금은 글로벌시대다. 국제무대에서 한국탁구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은 어떤 분야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나는 탁구인들의 후원으로 다양한 무대에 진출할 수 있었다. 뒤를 이을 수 있는 후배들이 더 많이 양성되고, 더 많은 한국인 국제탁구단체 고위 임원들이 배출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럴 수 있도록 탁구인들도 힘을 모아주면 좋겠다.”
 

▲ (인천=안성호 기자) 진행 임원들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있다. 중국에서 온 장잉추 부레프리와 이순주 레프리(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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