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패럴림픽 대표들 개인전 위상 과시, 단체전도 계속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경상북도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개폐회식은 취소됐지만, 20일 구미에서의 성화 점화를 시작으로 공식 일정에 돌입해있다. 장애인체전은 비장애인 선수들의 전국체육대회, 전국소년체전과 함께 스포츠를 통한 국민 대화합을 내세우는 국내 3대 스포츠축제 중 하나다. 코로나 시국에 소년체전은 종목별 협회에 맡겨 자율 개최토록 했고, 전국체전은 고등부만의 대회로 축소해서 열었지만, 장애인체전만은 28개 종목 7천8백 여 명의 선수, 임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큰 변화 없이 정상 개최했다. 숱한 역경을 극복해온 장애인 선수들이 ‘WITH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 (문경=안성호 기자) 문경실내체육관에서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탁구경기가 열리고 있다.

탁구경기는 문경실내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다. 대회 전체와 같은 20일 시작해 25일 모든 경기를 마치는 일정이다. 초반 20일, 21일 이틀 동안 이미 각 종목 개인단식 경기를 모두 마쳤으며, 22일 현재는 개인복식 경기를 진행 중이다. 23일부터는 단체전 경쟁을 시작한다.
 

▲ (문경=안성호 기자) 장애인 선수들이 ‘WITH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사진은 남자3체급에 츨전한 백영복-김기성 조(전라북도)의 경기모습.

소속별 단순 구분 속에서 선수들이 경합하는 비장애인 전국체전과 달리 장애인체전은 선수들의 장애 정도에 따른 체급 구분으로 인해 매우 많은 종목의 경기가 열린다. 절단 및 기타 장애만 해도 휠체어 다섯 체급, 스탠딩 다섯 체급으로 나뉘며 각 체급별로 개인단식, 개인복식, 단체전이 남녀로 구분되어 따로 치러진다. 청각과 시각장애(동호인 오픈) 경기도 있다. 그에 따라 이번 대회에서 치러지는 경기만도 무려 60개 종목이나 된다.
 

▲ (문경=안성호 기자) 세밀한 방역 조치 아래 안전한 대회가 열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치도 일정에 어긋남 없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되는 장애인탁구대회만의 질서정연함은 이번에도 변함이 없다. 선수만 5백80여 명, 지도자와 보호자 등 관계자들까지 800여 명에 달하는 많은 인원이 그 많은 시합을 문제없이 소화해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속에 이번 대회는 경기 최소 이틀 전 PCR검사, 출입구 발열검사와 체크인, 실내 인원 50인 이하 규정에 따른 외부 대기, 인근 실내 배드민턴장을 포함한 두 개 경기장 분산 개최 등등 다양한 방역 조치들이 병행되고 있는데, 모두의 협조 속에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진행을 이어가고 있다. 높은 수준의 경기력은 물론 성숙한 엘리트정신이 몸에 밴 참가선수들의 면모는 한국 장애인탁구의 힘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대한장애인탁구협회는 경기장 외부에 천막을 이용한 대기 장소를 지역별로 구분해 설치하면서 편의를 돕기도 했다.
 

▲ (문경=안성호 기자) 다양한 종목 경기가 열린다. 사진은 여자DF(청각장애) 종목 복식에서 우승한 모윤솔-모윤자 자매.

사실 장애인탁구는 국내 모든 장애인스포츠 종목을 통틀어 가장 높은 비중을 지닌 종목이다. 무엇보다도 한국 장애인탁구는 세계적인 경기수준을 자랑한다. 지난달 끝난 도쿄패럴림픽에서도 탁구는 모두 열세 개의 값진 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전체 선수단의 기세를 이끌었다. 패럴림픽에서 맹활약한 각 체급의 스타들은 이번 대회에 총출동해 명불허전의 경기력을 과시 중이다.
 

▲ (문경=안성호 기자)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진행이 이어지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의 역할도 작지 않다.

패럴림픽에서 남자1체급 은메달을 땄던 김현욱 선수는 금메달리스트 주영대 선수와 동메달리스트 남기원 선수에 앞서는 금메달로 개인단식을 끝냈다. 2체급에서 나란히 동메달을 땄던 박진철, 차수용 선수는 결승 맞대결을 벌여 금은메달을 나눠가졌고, 4체급의 김영건, 김정길 선수도 나란히 금은메달리스트가 됐다. 6체급 박홍규 선수, 11체급 김기태 선수도 금메달을 따내면서 패럴림픽 대표로서의 이름값을 지켰다.
 

▲ (문경=안성호 기자) 패럴림픽 대표선수들이 총출동했다. 금메달리스트 주영대 선수(왼쪽)가 파트너 강창영 선수와 경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 (문경=안성호 기자) 패럴림픽 대표선수들이 총출동했다. 복식에서 팀을 이룬 남기원-박진철 복식조(광주광역시).

여자부 역시 패럴림픽 은메달리스트였던 서수연 선수가 2체급 정상을 지켰다. 패럴림픽 3체급에서 나란히 동메달을 땄던 윤지유, 이미규 선수는 동반으로 결승에 올라 금메달과 은메달을 가져갔다. 6체급과 7체급, 9체급에서 우승한 이근우, 김성옥, 김군해 선수도 모두 패럴림픽에서 한국 장애인탁구의 위상을 과시했던 주인공들이다. 대표선수들은 가슴 뜨거웠던 도쿄에서의 환희를 국내 무대에 옮겨놓으며 또 새로운 도전의 시작을 알렸다. 단식을 마친 대표선수들은 복식에서도 메달에 도전 중이다. 물론 이들을 목표로 하는 또 다른 강자들의 의지도 내내 충만한 장애인체전이다. 남자8체급 복식을 우승한 김광진-이천식 조는 60대 중후반의 노장들이다.
 

▲ (문경=안성호 기자) 패럴림픽 대표선수들이 총출동했다. 여자 9-10체급 복식에서 우승한 김군해 선수와 파트너 이화영 선수.
▲ (문경=안성호 기자) 패럴림픽 대표선수들이 총출동했다. 여자5체급 동메달리스트 정영아 선수가 파트너 정지남 선수와 경기 중이다.

그리고 이번 체전은 주관을 맡고 있는 대한장애인탁구협회에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대한장애인탁구협회는 올해 류재성 회장의 취임과 더불어 집행부를 일신하고 새롭게 출발했다. 최근 수년간 협회를 어수선하게 했던 내부 갈등과 1년 넘게 이어져 온 ‘코로나’라는 외부 위기까지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패럴림픽 등에서 큰 성과를 내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협회는 새 집행부 출범 이후 처음 치르는 이번 체전을 통해 코로나 속의 다사다난했던 2021년을 보다 완벽하게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안정적인 체계 위에서 다시 시작할 향후 일정들에도 이번 체전은 소중한 동력을 제공해줄 것이다.
 

▲ (문경=안성호 기자) 남자8체급 복식에서 우승한 김광진-이천식 조. 탁구경력만 수십년에 달하는 60대 중후반의 노장들이다. 준우승한 고영조-정관영 조와 함께 기념촬영.
▲ (문경=안성호 기자) 밝고 환한 도전 의지로 가득한 장애인체전이다.

기간 내내 경기장을 지키며 선수들과 함께 하고 있는 류재성 회장은 “소통과 화합으로 하나 되는 협회가 우리 대한장애인탁구협회의 슬로건이다. 지난 패럴림픽의 성과도 성과지만, 전국의 장애인 선수들이 코로나 속에서 열리는 이번 체전에서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어우러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자랑스럽다. 지금과 같은 긍정적인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고, 그 위에서 장애인탁구가 더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협회장으로서 계속 노력하겠다”고 취임 후 처음 치르고 있는 이번 체전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 (문경=안성호 기자) 경기장에서 내내 선수들과 함께 하고 있는 류재성 대한장애인탁구협회장.

집행부 일신, 도쿄패럴림픽, 코로나 위기, 그리고 체전! 한국 장애인스포츠 대표종목 탁구는 쉽지 않은 2021을 보내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규모를 축소해 앞서 치른 전국체전에 ‘여전히(또는 아무래도)’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겠지만, 한국 장애인탁구가 걸어가는 길의 무게도 비장애인 탁구의 그것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 22일까지 개인 단복식을 모두 끝내는 선수들은 23일부터 개인이 아닌 지역의 이름을 걸고 단체전 경쟁에 들어간다. 본지는 월간탁구 근간인 11월호에서 관련 소식을 추가 게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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