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무게 감당할 수 있는 몸과 마음으로 돌아오겠다”

정영식(미래에셋증권‧29)이 국가대표팀을 잠시 떠난다.

정영식은 이달 19일 끝난 세계탁구선수권 파이널스 파견 국가대표선발전 직후 대한탁구협회와 각 팀 지도자들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 올해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탁구선수권 파이널스에 나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양해를 구했고, 대한탁구협회가 이를 전격 수용했다. 정영식은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랭킹에 의거 해당 두 대회 국가대표로 자동 선발됐었다.
 

▲ 남자탁구 간판스타 정영식이 국가대표팀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활약하던 모습이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정영식이 대표팀을 떠나기로 한 데는 도쿄올림픽에서의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정영식은 메달 획득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작지 않은 부담에 시달려야 했다. 올림픽 대표팀 역시 협회 추천을 받아 합류했던 정영식은 선발 과정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면서 충실한 준비를 하기 어려웠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선발전 없이 자동 출전하게 된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 파이널스에 대해서도 그 이상의 압박감을 느꼈을 거라는 짐작이 가능한 대목이다.

정영식의 소속팀 미래에셋증권의 총감독이기도 한 김택수 대한탁구협회 전무는 “(정)영식이가 올림픽에서 결과를 내지 못해 힘들어했다. 추천을 받은 이유를 경기력으로 증명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스스로 작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올해 남은 두 대회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라면 대표로 뛰는 대신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정영식의 상황을 설명했다.
 

▲ 남자탁구 간판스타 정영식이 국가대표팀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활약하던 모습이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그렇다고 정영식이 완전히 국가대표를 은퇴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협회 추천 혜택을 포기하는 대신 떳떳하게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것이 정영식의 입장이라는 것. 김택수 감독은 “체력적, 기술적으로 자신을 더 단련해 내년부터는 선발전을 거쳐 정정당당하게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것이 영식이의 뜻”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정영식은 협회에 보낸 편지에서 “(태극마크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몸과 마음으로 돌아오기 위해 충분한 휴식을 통해 건강한 정신을 만들고 피나는 노력을 통해 누구나 인정할 수 있을 만한 실력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린다”는 다짐을 전하기도 했다.

세계랭킹을 출전 기준으로 정한 ITTF의 고육책을 따라 올해 남은 국제대회 국가대표팀 선발에 이전까지와 큰 변화를 주지 못했던 대한탁구협회는 향후 “명확한 국가대표 선발기준을 마련하고 공지하여 선수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공표한 바 있다. 올해 남은 국제무대 도전 기회를 후배들에게 양보한 정영식의 결단은 결국 그와 같은 공정경쟁 여건 아래에서 자력으로 선발될 때까지 대표팀 입성을 미룬 셈이 된다. 한국남자탁구 간판스타의 ‘결심’이 어떤 열매의 수확으로 이어지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 협회는 혼합복식 엔트리에도 변화를 줬다. 한국탁구 기대주로 꼽히는 조대성과 신유빈이 아시아선수권 혼복에 도전하게 됐다. 2019년 체코오픈 우승 당시. 사진 국제탁구연맹.

한편 예정에 없던 정영식의 불참으로 한국 대표팀 엔트리에는 불가피한 변화가 생겼다. 대한탁구협회는 지난 23일 경기력향상위원회(위원장 김택수)를 열고 대표팀 명단을 수정했다. 회의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선수권은 조승민(국군체육부대, 기선발자 외 세계랭킹 최상위 기준), 세계선수권 파이널스는 황민하(미래에셋증권, 대표선발전 차순위(4위) 기준)가 정영식의 빈자리를 메운다. 정영식과 함께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던 이상수는 개인복식에 출전하지 않는다. 남자복식은 아시아선수권은 장우진-임종훈, 조승민-안재현, 세계선수권 파이널스에는 장우진-임종훈, 안재현-조대성 조가 출전한다.

대한탁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는 정영식의 불참과 관계없이 혼합복식 엔트리도 변화를 줬다. 올림픽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이상수-전지희 조 대신 장우진-전지희 조와 안재현-신유빈 조를 아시아선수권에 출전시키기로 했다. 세계선수권 파이널스에는 장우진-전지희, 조대성-신유빈 조가 나선다. 조대성은 부상으로 세계선수권 파이널스 파견 선발전에 출전하지 못했으나 협회의 혼합복식 육성 전략에 따라 신유빈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조대성-신유빈 조는 2019년 체코오픈을 우승하면서 국제무대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같은 해 오스트리아오픈에선 선배 혼복조인 이상수-전지희 조를 누르고 4강에 진출하기도 했다.

여자복식은 두 대회 모두 전지희-신유빈, 이시온-최효주 조가 출전한다. 수비수 서효원은 단체전과 개인단식에 전념한다. 다음은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파이널스 한국탁구 국가대표팀.

▶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2021. 9.28~10.5, 카타르 도하)
남자단체전, 남자단식 : 이상수, 안재현(이상 삼성생명), 장우진(미래에셋증권), 임종훈(KGC인삼공사), 조승민(국군체육부대)
남자복식 : 장우진-임종훈, 조승민-안재현
여자단체전, 여자단식 : 서효원(한국마사회), 전지희(포스코에너지), 신유빈(대한항공), 이시온, 최효주(이상 삼성생명)
여자복식 : 전지희-신유빈, 이시온-최효주
혼합복식 : 장우진-전지희, 안재현-신유빈

▶ 세계탁구선수권 파이널스(2021. 11.23~11.29, 미국 휴스턴)
남자단식 : 이상수, 안재현(이상 삼성생명), 장우진(미래에셋증권), 임종훈(KGC인삼공사), 황민하(미래에셋증권)
남자복식 : 장우진-임종훈, 안재현-조대성
여자단식 : 서효원(한국마사회), 전지희(포스코에너지), 신유빈(대한항공), 이시온, 최효주(이상 삼성생명)
여자복식 : 전지희-신유빈, 이시온-최효주
혼합복식 : 장우진-전지희, 조대성-신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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