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인의 피에는 탁구가 흐른다”

 

오늘 우리는 황망하게 떠나신 당신과의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한국탁구 외교의 선구자이자 파수꾼이셨던 박도천 부회장님과의 이별을 우리 모두는 진정으로 애석해하고 있습니다.
  ‘탁구인 박도천’은 참으로 열정적이고 현명한 사람이었습니다.
  척박하던 한국탁구 개척기 시절 힘든 선수 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세계탁구 흐름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기 위해 애썼고, 독학에 가까웠던 공부에도 온 힘을 다해 일찍이 일본어 영어에 능통함으로써 한국탁구의 국제무대 진출에 소중한 발판이 되어주었습니다.
  명석한 두뇌와 판단력으로 가장 이른 나이에 대한탁구협회 국제이사로 등용된 이래 해외 무대에서 싸우는 한국선수단에게 당신은 늘 가장 빠른 정보통이자 든든한 언덕이었습니다.
  한국탁구의 가장 소중한 한 페이지로서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 코리아를 기억합니다. 코리아 선수단 구성을 위해, 선수단의 원활한 훈련을 위해, 감격적인 세계제패의 기쁨을 만방에 알리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니던 공보관 박도천을 기억합니다.
  또한 당신은 기록과 홍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빠르게 인식해 탁구라는 스포츠의 문화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올려놓은 주인공이었습니다. 넉넉지 못한 형편에도 사재를 털어 전문지를 창간했으며, 그렇게 만들어진 300권이 넘는 책과 수십만 장에 달하는 사진이 지금도 한국의 탁구역사를 빛내고 있습니다.
  이왕이면 또 한 번의 ‘코리아’, 또 한 번의 세계제패를 보실 수 있었더라면, 그래서 환희가 가득한 월간 탁구를 보면서 웃을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당신은 늘 “탁구인의 피에는 탁구가 흐른다”는 얘기를 입에 달고 다니셨었지요. 개인의 영화보다 탁구발전에 더 열정을 기울였던 당신은 영원한 탁구인입니다. 당신의 말씀대로 푸른 탁구피가 흐르는 우리 후배들이 유업을 이어가겠습니다.
  불의의 병마와 싸우기 직전까지도 아시아탁구연합 경기위원장으로, 국제탁구연맹 임원으로 쉼 없이 활약했던 당신은 한국탁구의 외교에서 정말이지 믿음직한 버팀목이었습니다.
  특유의 ‘촌철살인’으로 탁구계를 일깨우던 모습을 아쉽게도 더는 만나지 못하겠지만 ‘탁구인’ 박도천은 우리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부회장님, 박이사님, 정말이지 한평생 고생 많으셨습니다.
  후배들 걱정은 이제 그만하시고, 하늘에서 평안하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2021년 2월 1일, 함께하신 모든 분들과 애도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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