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식, 8강전 마롱에 석패, 국제 탁구계 새로운 출발

29일 마카오에서 막을 내린 WTT대회는 포인트제도도 기존 대회들과는 차별화했다. 예선 격으로 진행된 ‘BATTLE ROUND’와 8강전은 5게임제, 4강전은 7게임제, 그리고 결승전은 9게임제로 진행했다. 각 게임별 포인트도 마지막 게임에서만 듀스를 적용했다(한 게임 5포인트제였던 TOP4 시드결정전은 모든 게임 듀스 없이 진행).
 

▲ 흥미로운 방식이 적용됐던 WTT 대회가 끝났다. #RESTART시리즈도 모든 막을 내렸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점수제도 외에도 이번 대회는 여러 면에서 기존 대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선수 16명을 랭킹별로 구분한 뒤 배틀라운드1, 2를 치러 8강 진출자를 가렸고, 최상위권 네 명도 별도의 시드결정전을 치렀다. 재미있는 것은 시드결정전 순위에서 상위에 오른 순서대로 8강 상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1번 시드 선수가 배틀라운드를 통과한 네 명을 놓고 상대를 정하면, 2번 시드가 남은 세 명 중에서 상대를 고르고, 또 3번 시드가 남은 두 명 중에서 한 명을 선택한다. 자연히 4번 시드는 남은 한 명과 8강을 치르는 방식이다.
 

▲ 마롱의 8강 상대로 지목됐던 정영식이 치열한 접전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중간 랭킹그룹에 속해 배틀2부터 출전한 정영식(국군체육부대, 세계14위)은 잉글랜드 에이스 리암 피치포드(세계15)를 배틀라운드에서 꺾고 8강에 올랐는데, 시드결정전 2위 마롱의 상대로 지목되어 8강전을 치렀다. 하지만 마롱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할 뻔했다. 독이 오른 정영식이 순순히 물러서지 않고 마지막 게임까지 가는 진땀 승부를 펼친 것이다. 초반 두 게임을 내준 정영식은 3게임 10-10에서 서든데스 포인트를 따내 승리한 뒤 이어진 4게임도 잡아 마지막 게임까지 끌고 갔다. 결국 5게임을 내주고 최종 2대 3(8-11, 7-11, 11-10, 11-9, 5-11) 패배를 당했지만, 치열한 접전으로 마롱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든 정영식이다. 정영식은 이번 시리즈를 월드컵 8강, 파이널스 16강, WTT 8강으로 끝냈다.
 

▲ 남자단식은 결국 마롱이 우승했다. 세계챔피언이 돌아왔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대회 우승을 결국 마롱이 차지한 것을 생각하면 정영식의 근성은 더 가치 있었다. 스코어만 보면 정영식과의 승부가 가장 힘들었다. 마롱은 4강전에서 린가오위엔(세계5위)을 4대 1(11-5, 11-10, 8-11, 11-7, 11-3)로 꺾고 결승에 오른 뒤, 최종전에서는 왕추친(세계12위)을 5대 1(11-5, 11-9, 11-4, 11-5, 10-11, 11-8)로 이겨 우승했다. 직전 끝난 2020 ITTF 파이널스를 우승하며 자존심을 세웠던 마롱은 이어진 WTT대회도 우승하면서 세계챔피언의 위용을 뽐냈다. 월드컵을 우승하고, 파이널스를 준우승했던 세계1위 판젠동은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 여자부 우승은 쑨잉샤가 차지했다. 세계1위 첸멍은 4강전에서 패했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한편 여자부 우승은 쑨잉샤(세계3위)가 차지했다. 쑨잉샤는 8강전에서 왕이디(세계12위)를 3대 2(11-6, 10-11, 11-3, 6-11, 11-9), 4강전에서는 왕만위(세계5위)를 4대 3(8-11, 11-7, 7-11, 2-11, 11-7, 11-10, 12-10)으로 꺾은 뒤, 결승전에서는 첸싱통(세계13위)을 5대 1(11-10, 11-8, 11-6, 9-11, 11-6, 11-4)로 이겼다. 쑨잉샤는 시드결정전에서는 왕만위와 딩닝(세계6위)에게 모두 패해 4번 시드로 8강전을 시작했지만, 결국 우승하면서 달라진 경기방식의 흥미를 높였다. 월드컵에서 준우승, 파이널스에서는 3위를 했던 쑨잉샤는 #RESTART 시리즈 마지막 대회를 우승으로 장식하면서 중국탁구 차세대 에이스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월드컵과 파이널스를 모두 우승했던 첸멍(세계1위)은 4강전에서 첸싱통에게 3대 4(11-10, 11-1, 11-7, 10-11, 9-11, 5-11, 7-11) 역전패를 당했다.
 

▲ 국제탁구대회는 내년부터 매우 새로운 분위기에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이로써 11월 한 달을 흥미로운 국제대회로 가득 채웠던 ITTF의 #RESTART 시리즈는 모든 막을 내렸다. 남녀월드컵과 ITTF 파이널스, WTT대회로 이어진 이번 시리즈는 지난 3월 이후 모든 대회가 정지됐던 국제 탁구계를 깨웠다. 의미 그대로 COVID-19(코로나19)를 극복하는 의지를 담은 ‘재출발(RESTART)’이었지만, WTT 주도의 국제대회 구도를 알리는 ‘새 출발’의 포석이기도 했다. 올해 창설된 WTT는 탁구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명분을 세워 내년부터의 모든 국제탁구대회를 재편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많은 상금과 새로운 경기방식을 적용한 WTT대회가 이번 시리즈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전 세계 탁구팬들은 2021년부터 보다 치열하고 흥미로운 경기들을 관전하게 될 것이다. 한국탁구 역시 새로워지는 국제대회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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