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플래티넘 2020 카타르 오픈

다음은 여자단식. 지난 주 끝난 카타르 오픈(2020.3.3.~8, 도하)에서는 첸멍(중국)과 이토 미마(일본)의 맞대결이 성사된 여자 개인단식이 특히 많은 주목을 받았다. 첸멍은 8강전 왕이디, 4강전 왕만위 등 자국 후배들을 연파한 뒤 중국탁구에 강력한 위협이 되고 있는 이토 미마를 결승전에서 4대 1(3-11, 11-7, 11-9, 11-7, 11-7)로 꺾었다. 이로써 첸멍은 올해 첫 월드투어였던 독일 오픈에 이어 2020년 월드투어 플래티넘 대회 2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독일 오픈 결승에서는 자국 선배 딩닝을 4대 1(3-11, 11-1, 11-7, 11-3, 11-1)로 꺾었었던 첸멍이다.
 

▲ 첸멍이 카타르 오픈도 우승하며 무적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2020년 도쿄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토 미마는 중국 주전 선수들에게 대단히 부담스러운 존재이다. 올림픽 전에 넌 차이니스 최고 ‘대항마’ 이토 미마의 기를 꺾어야 하는 것이 모든 중국 선수들에게 주어져 있는 과제인 까닭이다. 이토 미마는 이번 대회에서도 32강전 구위팅, 4강전 딩닝 등 중국 선수들을 이겼다. 특히 올림픽 챔피언 딩닝에게는 4대 0(11-6, 14-12, 11-0, 11-5)의 완승으로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첸멍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토 미마는 중국의 강자들이 나오지 않았던 올해 헝가리 오픈 우승자다. 결승에 오른 두 선수 모두 월드투어 연속 우승을 노렸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첸멍의 승리로 이토 미마는 준우승으로 만족해야 했다.
 

▲ 중국에 강력한 위협이 되고 있는 이토 미마. 이번 대회에서도 딩닝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첸멍과 이토 미마의 결승전에서 먼저 앞서 나간 쪽은 이토 미마였다. 이토 미마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서비스와 자신의 주무기인 빠르고 날카로운 백핸드를 앞세워 첫 게임을 11-3으로 따냈다. 하지만 2게임부터 첸멍이 이토 미마의 백핸드를 버텨내고, 포어핸드 연결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조금씩 앞서가기 시작했다. 첸멍은 중반까지 접전이었던 2게임을 11-7로 승리하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고, 이후 플레이에 안정감까지 더해지며 3, 4, 5게임을 연이어 따내 최종 결과 4대 1로 승리했다. 다음은 우승 직후 진행된 국제탁구연맹과의 오피셜 인터뷰에서 전한 첸멍의 소감이다.

“나는 여전히 빠른 경기에 충분히 익숙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2게임부터 내가 중점적으로 보여주려 했던 것은 오로지 내가 패한 첫 게임처럼 하지 말자는 것뿐이었다. 경기를 시작할 때는 항상 긴장하고, 충분한 여유가 없다. 이토는 게임을 읽는 대단한 능력을 지니고 있고, 주기적으로 준결승전, 결승전에 올랐다. 그녀는 여전히 중국 주전 선수들을 상대로 두려움 없는 경기를 하길 바라고 있다.”

이번 결승전은 첸멍과 이토 미마의 국제무대 통산 네 번째 맞대결이었다. 첸멍이 승리하며 4전 전승을 이어갔다. 이토 미마가 가장 아쉬웠을 경기는 지난해 스웨덴 오픈 결승이었다. 이토 미마가 4게임까지 3대 1로 앞섰지만 5, 6, 7게임을 연달아 내주고 3대 4(11-8, 6-11, 11-7, 12-10, 8-11, 9-11, 5-11)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주목할 것은 올림픽 단식 출전을 노리는 중국 주전 선수들 중 첸멍만이 유일하게 이토 미마에게 아직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 선수들에게 이토 미마가 숙제가 되고 있다면, 이토 미마에게는 첸멍이야말로 풀지 못한 문제다. 도쿄에서도 대결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 세계 탁구팬들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구도다. 
 

▲ 아직은 명확한 천적 관계! 첸멍이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참고로 이번 대회 우승은 첸멍 개인통산 열다섯 번째 월드투어 타이틀이다. 첸멍은 2019년(헝가리 중국 코리아 스웨덴), 2020년(독일 카타르) 두 해 동안에만 무려 6개 대회를 우승하는 놀라운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2020년은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첸멍의 기록에서 더욱 놀라운 것은 우승 확률이다. 첸멍은 지금까지 월드투어 여자단식에서 총 19회 결승에 올랐는데, 그중 15회나 우승을 차지했다. 일단 결승에만 오르면 우승 확률이 80퍼센트에 육박하는 셈이다. 국제탁구연맹(ITTF)은 이런 첸멍을 두고 ‘결승전의 여왕’이라고 부른다.

첸멍의 여자단식 외에 남자단식은 판젠동, 남자복식은 마롱-쉬신, 여자복식은 왕만위-주위링이 우승했다. 혼합복식만 일본의 미즈타니 준-이토 미마 조가 우승했고, 중국이 네 종목을 가져갔다. 코로나19 사태로 독일 오픈 이후 자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해외에서 훈련을 지속하고 있는 어려움도 중국 탁구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 이토 미마는 혼합복식에서는 우승했다. 미즈타니 준과 함께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이토 미마는 개인단식 우승은 놓쳤지만, 미즈타니 준과 출전한 혼합복식은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미즈타니 준-이토 미마 조는 4강전에서 홍콩의 호콴킷-리호칭 조를 3대 0(11-7, 11-6, 11-5)으로 이겼고, 최종전에서는 중국의 왕추친-쑨잉샤 조를 3대 1(11-8, 7-11, 11-4, 15-13)로 꺾었다. 미즈타니 준-이토 미마 조는 지난 독일 오픈 혼합복식 결승에서는 중국 주전 조인 쉬신-류스원 조에게 1대 3(10-12, 11-13, 11-7, 7-11)으로 패해 준우승했었다. 이번 대회를 우승했지만 올림픽에서 싸워야 하는 상대는 쉬신-류스원 조다.

한편 국제탁구연맹(ITTF)은 오는 4월 21일부터 26일까지 일본 기타큐슈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올해 일본오픈을 연말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현재 상황으로는 5월 예정된 홍콩오픈(5.5∼10일, 홍콩)과 중국오픈(5.12∼17일, 선전) 역시 연기 또는 취소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제탁구연맹은 앞서 이달 말 개막 예정이던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도 6월로 연기한 바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가 국제탁구계의 일정도 심각하게 꼬이도록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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