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약 기치 내건 한국탁구 남녀 대표팀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하는 한국탁구대표팀이 25일 격전지가 될 수원체육관에서 미디어데이 행사를 열고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각오를 밝혔다. 강문수, 유남규, 김형석, 박지현, 유승민, 김인순 코칭스태프와 함께 남녀 10명의 선수들이 전원 참석했다. 3개월 간의 치열한 훈련으로 담금질을 해온 대표선수들은 결연한 의지가 담긴 눈빛으로 차분하게 목표를 밝혔다.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선수들의 답변을 요약한다.

<탁구대표팀 미디어데이 ‘지상중계’ ①에서 계속>

▷ 이정우 선수는 소속팀이 없는 상태에서 출전한다. 감회가 남다를 텐데 조금만 더 얘기해 달라.

이정우 : 처음 선발되고 준비할 때 소속팀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심적으로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서 다르게 생각하면 이번 대회에서 잘해내면 좋은 기회가 올 거라는 믿음으로 바뀌었다. 부정적으로 생각할 때는 심적으로 힘들었는데 이번 대회를 반전의 계기로 삼자고 생각하니까 또 다른 의욕이 생겼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서 대회 이후의 진로에서도 더 나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비장한 각오로 준비했고 자신도 있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 (수원=안성호 기자) 소속팀이 없는 이정우는 이번 대회를 반전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 혼합복식이 전략종목이라고 했는데 북한도 있고 일본도 있고 강한 상대들이 많다.

유남규 : 단체전도 있지만 아무래도 금메달 가능성은 혼합복식에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다. 이정우-양하은 조와 김민석-전지희 조가 나가는데 잘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북한도 세계대회 우승조인 김혁봉-김정 조가 다시 나온다. 특히 김혁봉은 개인전도 포기하고 혼복에만 올인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조도 까다롭고, 중국의 판젠동-첸멍 조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두 조는 8강 시드를 받고 출전한다. 강한 상대들이 많지만 8강전 고비만 잘 넘길 수 있다면 충분히 결승까지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금메달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 (수원=안성호 기자) 유남규 감독은 혼합복식 메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 주세혁 선수는 2002년 부산대회 때는 막내급이었다. 이번엔 주장이자 맏형이다. 다른 종목에서는 한국에서 하는 대회가 오히려 부담돼서 실력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경험자로서 한 마디 해 달라.

주세혁 : 맏형으로서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사실 우리 대표팀은 지난 세계대회보다는 많은 준비를 했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게 정작 시합 때 제대로 나오지 않을까봐 일면 무섭다. 심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긴장감을 없애기 위해 후배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02년 경험을 비춰보면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첫 경기를 잘 풀어내면 상승세를 타서 기대 이상의 성과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어렵게 풀면 주변에서 괜찮다 괜찮다 위로를 해줘도 그 위로가 오히려 비수처럼 꽂히기도 한다. 지금으로선 첫 경기에 전부를 걸겠다는 마음이다.
 

▲ (수원=안성호 기자) 주세혁 선수는 맏형으로서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 유승민 코치는 코치로는 처음이다. 현 대표팀에서 하고 있는 역할에 대해 말해 달라.

유승민 : 코치로서 선수들과 3개월간 함께 했다. 제 역할은 선수들과 감독님 사이 중간 가교라고 생각한다. 지난 세계대회를 돌아보면 우리 선수들은 자신감이 별로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제가 짧은 기간 동안에 기술적인 부분을 어떻게 할 수 있다기보다는 감독님을 보좌하면서 선수들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역할에 치중했던 것 같다. 실제로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좀 더 자신 있는 모습으로 감동적인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 (수원=안성호 기자) 유승민 코치는 선수들의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박영숙 선수는 혼합복식에 나가지 못하는 게 좀 아쉬울 것 같다. 복식에만 나가는 느낌은 어떤가.

박영숙 : 이전까지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던 선수였지만 세계대회와 아시아선수권에서 혼합복식으로 성적을 내면서 많은 기대를 받았다. 그만큼 이번 대회 혼합복식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것은 아쉽고 솔직히 충격이기도 했다. 하지만 저보다 나은 기량을 갖고 있는 지희 선수가 출전하니까 지금은 미련을 버린 상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개인복식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혼복에서 했던 만큼 복식에서도 성적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
 

▲ (수원=안성호 기자) 박영숙 선수는 혼복 미련을 버리고 복식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충용 대탁 부회장 : 마무리 삼아서 한 마디 하겠다. 경기에 나설 때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시합에 확실한 도움이 될 거라고 조언하고 싶다. 굳은 정신력을 다지고 목표를 세워서 임하기 바란다. 개인적인 얘기를 하자면 나는 5회 아시안게임에서 단식 금메달을 땄었다. 그 메달은 당시 대회 마지막 금메달로 한국 선수단의 열두 번째 메달이었다. 그 메달 때문에 우리나라가 종합2위에 올라섰고, 모든 종목 선수들 중에서도 융숭한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메달이 지금까지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됐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다. 아시안게임 메달은 그런 것이다. 우리 선수들도 이번 대회를 그런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계기가 되는 시합이 되면 좋겠다. 모든 선수들의 선전을 당부한다.
 

▲ (수원=안성호 기자) 태극전사들이 ‘파이팅’을 외쳤다. 한국탁구 재도약을 위하여!

그리고 우리 선수들은 주먹을 모아 파이팅을 외쳤다. 마이크보다는 라켓이 익숙한 선수들은 못다 풀어낸 속내를 테이블 위에 강렬하게 풀어놓을 것이다. 2014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 탁구경기가 개막 직전이다. 태극전사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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