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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라이벌 열전> 버터 VS 마가린
서미순 기자  |  redri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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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29  14: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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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다’는 것은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행위다. 인류는 생존이라는 절대가치를 위해 식량을 두고 오랫동안 격렬한 싸움을 해왔다. 그러나 먹거리들이 넘쳐나기 시작한 순간, 인류에게 먹는 행위의 기준은 기호와 취향으로 넘어가 버렸다. 현재, 21세기는 미각이나 시각 등의 감각을 만족시키는 것은 물론 자신의 사상을 표현하고 때로는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시대인 것이다.

   
 

우유로 만든 사치품, 버터

동물의 젖으로 만드는 버터는 중앙아시아 유목민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고도 하고 바빌로니아나 고대 인도에서 기원했다고도 추정하는 등 그 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분명한 것은 버터가 이미 고대 문명 초기부터 사용되었다는 사실인데 수메르의 기록(B.C.3,500년경)과 이집트의 기록(B.C.1,500년경), 그리고 성서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버터가 오래전부터 만들어졌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버터의 재료가 되는 우유가 매우 귀했던 데다가 무엇보다 서구 문명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그리스와 로마에서 버터가 중요한 식재료로 주목받지 못한 탓이다. 따뜻한 지중해성 날씨를 자랑하는 이곳에서 버터란 값 비싸고 변질되기 쉬운 식재료였던 데다가 올리브 기름이 이미 중요한 지방 공급원으로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에서 올리브와 올리브 기름은 단지 식재료가 아니라 그들의 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으며 현재까지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버터’라는 말은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는데 그리스어 ‘보우티론(소+치즈로 추정)’이 어원인 라틴어 ‘부티럼’이 게르만어와 결합하면서 버터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 독일 화가 휴고 카우프만(1844~1915)의 그림 속에서 교반기를 사용하고 있는 소녀.

버터에는 약간의 단백질과 수분이 포함되어 있지만 주된 성분은 동물의 젖에서 분리된 지방질이다. 지방질만을 분리해 버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힘이 필요한데 전통적으로는 가죽 주머니에 우유를 담아 흔들거나 때리는 방식이었다. 근대 이전까지는 이러한 방식으로 버터를 만들어야 했다. 초창기의 버터는 양, 야크, 염소 등의 젖으로 만들어졌는데 이는 소가 이들 동물보다 늦게 가축화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버터는 보존성이 높은 북유럽 지역이나 중앙아시아의 고산 지대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14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한 프랑스의 요리책에 실린 요리법 중 약 2%만이 버터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당시만 해도 버터는 유럽에서 보편적인 식재료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6세기에 만들어진 요리책에서는 약 30%의 요리법에 버터를 사용하고 있으니 이즈음에 유럽 전반에서 버터의 사용량이 늘어난 것 같다. 이후 19세기에 나무통에 피스톤 형식의 막대기를 꽂은 형태의 교반기와 크림 분리기가 만들어지면서 버터 생산의 공업화와 함께 버터의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화학자의 발명품, 마가린

우리나라에 ‘흰 밥에 김치’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흰 빵에 버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버터는 현대의 서양에서는 중요한 식재료다.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1808~1873)가 치세하고 있던 시기는 버터의 소비량은 늘어났지만, 생산량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시기였다. 게다가 가축 전염병으로 우유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었고, 산업화로 인해 인구는 급격하게 늘고 있었다. 민심을 다독이고 무엇보다 전쟁 중인 군인들의 사기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버터의 보급이 시급했다. 결국, 나폴레옹 3세는 버터 대용품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포상하겠다는 공표까지 하게 된다. 이에 응답한 사람 중에는 기름을 연구하던 화학자 메즈-무리에(1817~1880)가 있었다. 그는 쇠기름에서 지방을 뽑아내고 우유, 팔미트산, 마르가르산 등을 더한 다음 착색제로 버터와 비슷한 색깔을 내면서 버터와 비슷해 보이는 것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은은한 진주 빛깔을 띠고 있는 이 발명품에 그리스어로 진주를 뜻하는 ‘마르가리테’를 인용해 ‘마가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 마가린을 발명한 화학자 메즈-무리에.

메즈-무리에는 마가린을 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에서 최고의 훈장으로 손꼽히는 레종 도뇌르 훈장까지 받게 된다. 그러나 이 시기의 마가린은 현재의 마가린과는 매우 달랐던 것 같다. 주로 생선이나 고래기름으로도 만들어졌던 당시의 마가린은 탈취 공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아 악취가 나는 일이 많았고 색깔 또한 입맛을 떨어뜨리는 회색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후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고 탈취 공정을 개선하면서 마가린의 품질은 크게 향상되었다. 

특히 1880년에 싸고 맛있는 개량형 마가린이 미국에서 개발되고 2차 세계 대전이 시작되면서 저렴하면서도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한 마가린의 위상은 크게 높아졌다. 그러자 미국 낙농업계에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버터 가격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저렴한 마가린의 수요 증가가 낙농업자들에게 타격을 입힐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결국, 마가린에는 판매세가 부여되기 시작했고, 판매 상점에서는 자격증을 갖춰야 했으며, 마가린의 색깔을 만드는 식용 색소 사용이 금지되기도 했다. 

 

무엇이 더 맛있고 건강한가?

1957년경에는 마가린과 버터의 소비량에 큰 변화가 찾아온다. 세상에 나타난 지 100년도 안 되는 마가린의 섭취량이 수천 년 간 식탁에 올라온 버터의 섭취량을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동물성 지방으로 만들어진 버터에 비해 식물성 지방으로 만들어진 마가린이 콜레스테롤과 포화 지방의 함량이 적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버터를 피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요식업계가 버터의 유해성 논란으로 한참 시끄럽던 시기에는 미식의 나라인 프랑스의 고급 식당이나 호텔에서조차 버터가 아닌 마가린을 사용한다고 선전하는 일이 적지 않았을 정도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는 버터의 포화 지방보다 마가린에 들어있는 트랜스 지방이 건강에 더 해롭다는 연구가 나오면서 다시 버터가 주목받게 된다. 그래서인지 1997년 역대 최저의 버터 섭취량을 기록한 이후 2005년 이후부터는 버터 섭취량이 마가린을 앞서고 있다. 이는 마가린이 제빵과 같은 특정 요리에서는 버터를 대체할 수 없는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동안 버터를 먹지 않았던 중국인들의 버터 섭취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추어 트랜스 지방이 없는 마가린이나 저지방 마가린 등 여러 종류의 마가린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으니 앞으로의 추이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월간탁구 2018년 3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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