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2019 독일오픈

현재 세계 여자탁구는 중국과 일본이 양분하고 있다. 중국이 앞서가지만 일본의 추격도 만만찮다. 쑨잉샤(세계6위)와 이토 미마(세계7위)는 양국 탁구미래의 대표적 간판들이다. 이미 정상에서 싸우고 있지만, 둘 다 2000년생으로 향후의 대결이 더 많이 남은 10대들이다. 현재의 라이벌 대결은 단순히 ‘현재’를 넘어 ‘미래’를 걸고 싸우는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지난 두 주 동안 스웨덴과 독일에서 연이어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에서 흥미로운 양상이 펼쳐졌다. 스웨덴오픈 단식 4강전에서 둘이 만나 이토 미마가 4대 2(8-11, 8-11, 11-9, 11-9, 11-8, 11-3)로 이겼다. 하지만 이어진 독일오픈은 결승에서 만나 쑨잉샤가 4대 1(11-3, 9-11, 11-5, 11-5, 11-4)로 승리하며 일주일 전 패배를 되갚았다. 독일오픈 4강전에서는 쑨잉샤가 자국의 왕위디(세계38위)를 4대 0(13-11, 11-1, 11-8, 11-2)으로, 이토 미마는 스웨덴오픈 우승자 첸멍(세계1위)을 이기고 올라왔던 펑티안웨이(싱가포르, 세계12위)를 역시 4대 0(11-8, 11-9, 11-7, 11-6)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었다.
 

▲ 쑨잉샤가 결승전에서 이토 미마를 꺾고 우승했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결승전에서는 쑨잉샤가 첫 게임을 11-3으로 빠르게 따내며 앞서갔지만, 이토 미마가 2게임을 11-9로 잡아 곧바로 따라붙었다. 하지만 이후 쑨잉샤가 세 게임을 연달아 이기며 4대 1로 승부를 매조지었다. 경기내용에서는 쑨잉샤가 이토 미마의 백핸드 스피드에 한층 적응된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토 미마가 첫 게임에서 서비스 폴트를 받아 심리적으로 흔들린 것도 승부의 변수가 됐다. 다음은 경기 후 ITTF 홈페이지에 게재된 우승자 쑨잉샤의 인터뷰 내용이다. 쫓고 쫓기는 두 선수의 라이벌 구도를 엿볼 수 있다.

“오늘 플레이를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올해 봄 이토 미마와의 첫 맞대결인 부다페스트 세계대회에서 이겼다. 하지만 6개월 후 스웨덴 오픈에서 패했다. 이토는 새로운 전략을 개발했고, 기술이 크게 발전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모든 경기를 분석해 정확한 전술을 개발했고, 결승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독일오픈 결승전은 주니어 전적 1회를 포함 쑨잉샤와 이토 미마의 다섯 번째 국제무대 맞대결이었다. 쑨잉샤가 승리하며 5전 3승 2패의 근소한 우위에 서게 됐다. 시니어 대회만 따지면 4전 3승 1패로, 쑨잉샤가 당한 유일한 패배가 직전 스웨덴오픈 4강전이었다.
 

▲ 이토 미마는 아쉽게 두 대회 연속 준우승을 기록했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그리고 독일오픈 우승은 쑨잉샤의 개인 통산 네 번째 월드투어 타이틀이다. 쑨잉샤는 시니어 데뷔전이었던 2017년 일본오픈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결승에서 첸멍을 4대 3(9-11, 11-9, 8-11, 8-11, 11-7, 11-9, 11-8)으로 이기고 첫 우승했다. 그리고 지난해를 건너뛰어 올해 만개 중이다. 올해만 세 번(일본, 호주, 독일 오픈)이나 우승했다. 이전까지 쑨잉샤는 전부 예선라운드부터 출전했고, 시드를 받아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 독일오픈이 처음이다. 현재까지 2019년 월드투어 여자단식 최다 우승은 첸멍의 4회(헝가리, 중국, 코리아, 스웨덴 오픈)다. 쑨잉샤가 3회로 2위, 첸싱통이 2회(불가리아, 체코 오픈) 우승으로 3위에 올라있다.

월드투어 통산 기록만 따지면 이토 미마가 오히려 쑨잉샤를 앞선다. 성인무대 데뷔가 빨랐던 이토 미마는 현재까지 모두 6회(2015년 독일, 벨라루스, 2016년 오스트리아, 2017년 체코, 2018년 일본, 스웨덴 오픈)의 우승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우승은 없지만 각종 투어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직전 스웨덴 오픈에서는 쑨잉샤를 이기고 결승에 오른 뒤, 최종전에서 첸멍과 대접전을 벌이고 3대 4(11-8, 6-11, 11-7, 12-10, 8-11, 9-11, 5-11) 아쉬운 역전패를 당했다. 이어서 독일에서 2회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 여자단식 시상식 모습. 쑨잉샤는 통산 네 번째 월드투어 우승을 기록했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이토 미마는 두 대회 연속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빠르고 까다로운 백핸드 랠리와 함께 상대적으로 범실이 많았던 포어핸드 스매시가 눈에 띄게 좋아졌고, 여기에 서비스까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앞서가는 중국탁구지만 이토 미마의 존재를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그 때문일까? 중국탁구의 자세도 유달리 눈에 들어온다. 다음은 쑨잉샤의 코치를 맡고 있는 마린의 인터뷰 내용이다. 역시 결승전 직후 국제탁구연맹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독일 오픈의 성적에 대단히 만족한다. 스웨덴 오픈과 독일 오픈에서 주 임무는 중요한 국제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린 선수들의 기술과 정신적 능력을 체크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또한 모든 부담감으로부터 그들이 어떻게 하면 경기를 잘 할 수 있을지 알기를 원했다. 이번 경기를 떠나, 우리 여자 대표팀의 최대 도전자는 일본이다. 우리가 일본을 대비해 우리 스스로 준비를 잘 해왔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계속 이번 대회에서 우리의 약점을 찾아냈다. 우리는 계속 개선해야 한다.”

정상을 지키면서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대비하는 중국은 물론 그들의 뒤를 바짝 추격하는 일본도 침체기에 들어있는 한국 여자탁구에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지난 독일오픈은 그러한 판도가 집약된 대회였던 셈인데, 그 와중에 전지희-양하은 조(포스코에너지)가 복식을 우승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탁구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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