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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02  10: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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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탁구 기사회생, 4강 턱걸이

여자대표팀은 첫 경기에서 서독에 패한 충격을 씻고 동구의 강호 헝가리를 31, 체코를 30, 그리고 핀란드를 30으로 완파, 준결승 진출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1그룹 A8개국 중 남은 경기는 중국, 일본, 홍콩이었다.

세 경기 모두 승리할 경우는 물론 준결승 진출이 무난했으나, 8개국이 풀리그전을 벌여 승패나 승률로 순위를 결정하는 만큼 서독과의 첫 게임에서 패한 한국으로서는 자력 진출의 길이 수월하지만은 않았다. 홍콩 정도는 무난히 이긴다고 보도라도 일본, 중국의 경기는 그야말로 기사회생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위기가 아닐 수 없었다.

1981418일 새벽(한국시간) 노비사드 보즈보디나 체육관에서 벌어진 4일째 경기에서 한국은 중국에는 03으로 패하고, 준결승 진출의 마지막 고비가 된 일본전에서는 31로 승리, 준결승 진출의 희망을 이어갔다.

   
▲ 한국여자팀의 에이스 이수자. 당시 언론에 보도된 일본전에서의 선전모습이다.

대일본전에서 한국 여자팀은 황남숙과 이수자의 분투로 단식 2게임을 21, 20으로 모두 따내면서 앞서나갔다. 3번 복식에서는 이수자.김경자 조가 일본의 우메다.간다 조에게 02로 패했으나 4번 단식에 나선 에이스 이수자가 간다에 맹공을 퍼부어 20(11,14)으로 승리하면서 한국은 31의 무난한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대 중국전에서는 이수자가 제보향에게 한 세트를 탈취했을 뿐 03의 완패를 당했다.

마지막 경기가 된 약체 홍콩과의 경기를 30으로 마무리지어 52패로 전 경기를 마친 한국은 결국 7승의 수위 중국에 이어 A2위를 차지했다. 서전에서 서독에 패해 예선탈락의 위기에서 허덕였던 한국은 기대했던 천재일우의 행운이 그대로 찾아들었다. 한국을 꺾었던 서독은 헝가리에게 13으로 패해 조별리그 순위 4위로 떨어지면서 일찌감치 준결승 다툼에서 탈락했던 것이다.

이수자, 김경자, 안해숙, 황남숙 등 신진들로 구성된 한국은 일본전에서의 승리로 세계 4강으로서의 확고한 위치를 구축했다. 첫날 서독전 패배로 캐니다, 덴마크, 네덜란드 등이 국제탁구연맹에 한국 A그룹 배정에 대한 항의 소동까지 벌이게 된 수모를 만회하고 체면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성과가 아닐 수 없었다. 비록 예선에서 중국에 완패하긴 했지만 한국 여자탁구는 73년 이에리사, 정현숙, 박미라 등 선배들이 이룩했던 세계제패의 영광을 8년 만에 다시 같은 나라 땅에서 되찾을 기회를 맞게 되었다.

한편 남자팀은 인도네시아 50, 프랑스 53, 서독 54, 스웨덴 53 4승을 거뒀으나 중국, 일본, 영국에게 무너져 1그룹 A조에서 5위를 차지해 9,10위전으로 밀려났다. 이는 당초 목표했던 8위권에도 들지 못한 결과였다. 그러나 초반의 부전에서 탈피, 예선 중반전 서독전에서 박이희, 김완, 김기택의 활약으로 9단식 중 4게임을 먼저 빼앗긴 뒤 5게임을 모두 이겨 역전승을 거둔 저력과 세계최강 스웨덴을 53으로 누른 점 등은 높이 평가할 만했다.

   
▲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던 한국 남자팀의 에이스 박이희가 날카로운 커트를 날리고 있다.

 

남녀 모두 남북한전 승리

3개월 20일 만에 재현된 여자탁구의 남북대결에서 한국이 또다시 승리를 거뒀다. 준결승전에서 만난 북한을 31로 꺾은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예선에서 패했던 중국과 다시 한 번 마지막 한판의 자웅을 겨루게 되었다.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홍콩을 30으로 일축한 한국이 A2위로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했고 북한은 소련을 30으로 눌러 B1위로 올라오면서 숙명의 한판 대결이 펼쳐졌다. 그전 해 SOC 대회에서 북한에 32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던 한국은 이날 또 한 번의 대 북한전을 위해 비기를 다듬은 2명의 공격형 주전 이수자와 황남숙을 기용, 초반부터 강력한 선제공격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이수자는 다양한 공격과 드라이브로 북한의 이성숙을 공략, 20(13, 20)으로 첫 게임을 따내 순탄한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북한킬러로 명성을 떨쳤던 황남숙이 전세계 챔피언이며 노련한 경기운영을 전개하는 박영순에게 02(-18, -17)로 석패, 11 타이를 이뤘다.

이날 승패의 분수령을 가른 것은 역시 한국이 자신하는 복식이었다. 이수자.황남숙 조가 북한의 이성숙.김경선 조를 20(17, 15)으로 잡아 기세를 올렸던 것이다. 이어 이날의 히로인 이수자가 세 번째 단식에서 박영순을 20(17, 9)으로 가볍게 제압, 2시간 30분 만에 한국을 결승마당으로 이끌어 올렸다.

한국 선수단은 50여 명이나 되는 노비사드 주재 북한 공관원과 가족들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불구, 노련하고 침착한 경기운영으로 북한에 낙승했다. 한편 중국은 소련을 30으로 눌러 결승에 진출, 우리 한국과 결승에서 맞붙게 되었다.

여자부에 이어 남자부에서도 이루어진 북한과의 일전에서 한국 남자팀도 승리를 거뒀다. 남자부 9,10위 결정전에서 주전 박이희 선수가 북한의 홍순철, 홍철, 조용호를 모조리 물리치는 대활약을 펼친데 힘입어 5시간 30분에 걸친 풀게임의 격전을 54로 역전승한 것.

남자탁구의 첫 남북대결은 시종 손에 땀을 쥐는 역전의 연속이었다. 한국승리의 수훈갑은 서독 프랑크푸르트에서 활약하다 합류한 박이희 선수. 북한은 세계랭킹 22위의 조용호를 비롯 홍철, 홍순철 등 74년 테헤란 아시아경기대회 때부터 출전한 베테랑으로 구성되어 있어 새대 교체를 한 한국이 외관상 열세에 놓여 있었다.

한국은 첫 경기에서 김기택이 북한의 홍철과 듀스 끝에 12(-19, 19, -21)로 패해 스타트가 불안했다. 이후 박이희가 두 경기를 뺏어 22로 타이를 이루면서 평행을 이루었다. 그러나 5,6번째 경기에 나선 김기택, 김완이 연속 패퇴하면서 24로 뒤져 한 게임만 더 잃으면 패하고 마는 절대절명의 핀치에 몰렸다.

특히 5번째 경기에서 김기택과 맞선 조용호는 1세트를 1921로 패한 뒤 2세트에서도 47로 뒤지자 심판에게 생트집을 자바 15분간 경기가 중단되는 추태를 부리기도 했다. 조용호의 커트볼이 김기택이 치기 전에 그대로 되넘어가는 묘한 상황이 벌어졌고, 김기택이 황급히 달려가 볼을 살짝 건드렸으나 조용호는 김기택이 볼을 치지 못했다며 자신의 득점을 주장한 것이다. 대회 조직위의 심판위원까지 동원된 판정은 결국 김기택의 득점을 인정했지만 나이어린 김기택은 이때 상승무드의 리듬이 깨져 결국 게임을 잃고 말았다.

   
▲ 남자부 9~10위전에서 북한의 조용호(오른쪽)가 심판에 항의하면서 김기택(가운데)의 상승리듬을 흩어놓았다.

그러나 7,8번째에 나선 박이희와 김완이 연속 역전승, 44로 또다시 극적인 타이를 이루어 남북대결은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승부가 걸린 마지막 9번째 경기에 나선 김기택은 홍순철과 세트스코어 11을 만들고 시작한 최종 3세트 초반에는 긴장으로 범실이 잦아 38, 510, 1114로 계속 끌려가 패색이 짙었었다. 그러나 김기택은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기적같이 2118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5시간 30분간의 결전드라마를 마무리 지었다.

경기가 끝난 뒤 한국의 임원 선수들은 코트에 몰려나가 서로 얼싸안고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면 울음을 터뜨렸다.

 

평양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의 울분, 후련하게 설욕

한국은 제36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녀팀이 모두 북한을 제압, 우위를 입증했다. 한국이 탁구에서 북한과 맞서가는 74년 테헤란 제7회 아시아경기대회 여자단체전이 처음이었다. 이 대회 준결승전에서 한국은 북한을 30으로 꺾은 이래 4전 전승이란 금자탑을 쌓았다. 그러나 남자는 이번 대회가 처음으로 꼭 이긴다는 자신감을 가진 임원은 없었다.

어쨌든 남녀팀 모두 남북대결에서의 승리를 거둠으로써 한국은 79년 제35회 세계선수권대회를 유치했던 북한이 한국의 참가를 저지하기 위해 썼던 갖가지 정치적인 간계가 억지였음을 세계탁구회원국들에게 보여줬고 또 이를 설욕했다는데 커다란 의미가 있었다.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평양대회에 한국의 참가를 봉쇄했던 북한의 스포츠맨답지 못한 행동을 경기장에서 실력으로 당당히 제압한 통쾌한 승리였던 것이다.

아울러 여자탁구는 세계 상위 랭커로서 73년 이에리사, 정현숙이 누렸던 사라예보의 영광을 바로 그 나라에서 재현할 꿈에 부풀게 되었다. 여자대표팀은 서독에 불의의 일격을 당한 뒤 예산탈락 위기란 먹구름을 걷고 결승에 진출, 건재를 과시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더욱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결과적으로 쓴 약이 된 서독전은 한국에게 상대가 아무리 약체라 하다라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는 스포츠의 냉엄한 승부 자세를 일깨워준 셈이었다.

 

한국 여자 중국에 분패, 준우승

또다시 세계정상의 꿈은 사라졌다.

8년 만에 정상탈환을 노리며 예선의 난관을 뚫고 단체 결승에 올랐던 한국 여자팀은 421일 새벽(한국시간) 대회 패권을 걸고 중국과 대결했으나 역부족이었다. 03으로 석패한 한국은 결국 정상 한 걸음 앞에서 준우승에 머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수자, 황남숙 두 공격수를 내세운 한국팀은 중국의 막강한 전진 속공에 밀려 스트레이트로 패배, 그렇게 바랐던 정상탈환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이날 한국은 팀의 대들보 이수자가 스카이서브의 명수이며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세계 랭킹 4위 제보향과 대결 02(-16, -18)로 물러선 뒤, 황남숙도 체력과 기술에서 거의 완벽한 조연화와 맞서 02(-13, -15)로 패했다. 한국이 기대를 걸었던 3번 복식에서도 이수자.황남숙이 세계 랭킹 3위의 노장 장덕영.조연화 조에게 02(-13, 18)로 쉽게 무너져 결국 03으로 완패했다.

한편 이날 북한 여자팀은 소련을 30으로 눌러 3위를 마크했으며, 일본 여자팀은 9위에 그쳤다.

 

>> 남자단체전 순위

중국 헝가리 일본 체코 프랑스 영국 유고 폴란드

한국 북한 스웨덴 이태리 서독 소련 인도네시아 호주

 

>> 여자단체전 순위

중국 한국 북한 소련 서독 루마니아 헝가리 스웨덴

일본 체코 유고 영국 핀란드 프랑스 홍콩 인도

 

사라예보 꿈 끝내 좌절

같은 유고에서 열린 대회였지만 개최지는 사라예보가 아닌 노비사드였다. 이 대회에서 한국 여자탁구가 걸었던 기대는 사라예보의 꿈이여, 노비사드에서 다시 한 번이었다. 하지만 결승에서 중국에 03으로 패퇴한 한국은 사라예보의 꿈을 결국 노비사드에서 다시 피워 내지 못했다. 73년 사라예보에서 세계정상에 올랐던 한국 여자 탁구는 75년 캘커타 제33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3으로 분패하여 정상에서 밀려난 뒤, 77년 버밍엄 제34회 세계대회에서도 03으로 패해 정상문턱에서 침몰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똑같은 상황을 겪었다. 중국에만 연거푸 세 차례를 당하는 좌절이었다.

그 같은 좌절에도 불구하고 노비사드와 결과에 크게 실망하지 않은 것은 최선을 이루지 못했지만 최선을 놓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자의 준우승과 함께 남북탁구대결에서 남녀가 모두 승리를 거둔 이번 대회의 결과는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특히 전 대회인 79년 평양 세계대회에 주최측인 북한의 방해로 출전치 못하고 4년의 공백기를 보내야했던 한국 탁구가 그러한 공백기를 거치고도 여전히 난공불락의 중국에 대한 가장 강력한 도전자로 계속 남아있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 노비사드 세계대회 준의승의 주역들. 왼쪽부터 김경자, 안해숙, 이수자, 황남숙.

그러나 두 차례의 중국전 모두 연달아 영패를 당했고 예선리그에서 악전고투를 거듭한 것은 선두 중국과의 차이는 전보다 더욱 벌어지고 뒤에서 쫓아오는 그룹과는 거리가 아주 좁혀져서 도전자(2)로서 한국 여자탁구의 위치가 위태롭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도 하겠다. 중국을 앞지르려고 달리던 한국이 서독, 헝가리, 체코, 일본, 북한, 소련 등 후속 그룹의 어느 팀에도 어이없이 당할 위험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사라예보의 여운이 오래 계속되어 세계 여자탁구에 한국 지배시대가 뿌리내리지 못하고 단 한 차례로 끝났다는 것이 한국 스포츠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되고 있었다. 세계 탁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라예보 대회에서의 한국 우승을 선수 교체기 내지는 전환기의 번개 같은 기습우승으로 평가하는 의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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