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전적으로 짚어보는 서효원의 금메달 가능성

  4년 전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대표팀과 올해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대표팀을 비교해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역시 ‘세대교체’다. 주세혁(삼성생명) 이정우(전 농심) 김민석(KGC인삼공사) 등 4년 전 멤버가 더 많은 남자팀보다는 여자팀의 변화폭이 특히 크다.

  오랜 기간 대표팀을 이끌어온 깎신듀오 김경아 박미영이 은퇴하면서 서효원(KRA한국마사회, 세계11위) 양하은(대한항공, 세계20위)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고, 최근까지 대표팀 키플레이어로 분류돼온 귀화공격수 자리에는 석하정(대한항공, 세계41위) 대신 전지희(포스코에너지, 세계26위)가 참가하게 됐다. 여자대표팀 같은 경우 4년 전과 비교해 단체전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은 주전선수 3명이 다 바뀐 셈이다. 양하은은 광저우에 갔었지만 단체전 주전멤버가 아니었고, 이은희는 2006년 도하에서 뛰었지만 광저우에는 가지 못했었다.
 

▲ 참가하는 대회마다 ‘첫 출전’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부담감을 떨쳐내야 한다. 사진 월간탁구DB(ⓒ안성호).

  4년 전과 비교해 주전선수들이 많이 바뀐 상황이지만 남녀대표팀 모두 수비전형 선수들이 에이스라는 것은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4년 전에도 남자대표팀에서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선수는 수비수 주세혁이었고, 여자대표팀 역시 수비수 김경아의 세계랭킹이 가장 높았었다.

  한국 여자대표팀 에이스인 서효원은 1987년 5월 10일 생으로 올해 나이 27세다. 이전까지만 해도 김경아, 박미영 두 ‘깎신’의 그늘에 가려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하다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대표팀 주전으로 활약을 시작한 ‘늦깎이 스타’다. 이번 대회에서 함께 개인단식에 출전하는 양하은의 나이가 갓 스물인 것과 비교하면 서효원의 주전발탁이 얼마나 늦었는지 알 수 있다.
 

▲ 서효원은 수비만 하는 선수가 아니다. 공격수 못지않은 공격력으로 활로를 뚫는다. 사진 월간탁구DB(ⓒ안성호).

  앞서 언급한대로 대표팀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것이 2013년부터기 때문에 2013년부터 참가하는 큰 대회는 서효원에게 거의 대부분 처음으로 참가하는 대회다. 작년에 나갔던 파리세계선수권대회도 첫 출전이었고, 인천아시안게임 역시 처음 참가하는 아시안게임이다.
 

인천과 서효원

  그런데 바로 그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인천’은 서효원에게 늘 좋은 기억을 남겨준 ‘약속의 땅’이다. 오랜 무명생활을 넘어 ‘실력을 겸비한 탁구얼짱’으로 단번에 스타덤에 오르게 된 것도 2011년 인천 코리아오픈이었고, 여자대표팀 에이스로 급부상한 이후 국제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대회도 바로 지난해 인천에서 개최된 코리아오픈이었다.

  한 가지 특기할 것은 일본 에이스 이시카와 카즈미(세계8위)와의 인연이다. 서효원은 2011년 코리아오픈에서 이시카와 카즈미를 이기면서 주목 받았고, 지난해 코리아오픈에서 첫 우승을 할 때도 결승전 상대가 바로 이시카와 카즈미였다. 이시카와 카즈미에게 인천에서 만나는 서효원은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반대로 서효원에게 인천에서의 이시카와 카즈미는 매번 작지 않은 성장의 발판이 되어줬다.
 

▲ 인천은 늘 좋은 결과를 제공해준 ‘약속의 땅’이었다. 지난해 코리아오픈에서도 우승했었다. 사진 월간탁구DB(ⓒ안성호).

  인천은 서효원에게 항상 큰 승리를 안겨준 도시였다. 이번에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만리장성을 넘어야 하지만 아시안게임 주개최지가 인천이라는 사실이 서효원에게는 반갑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왕이면 경기 장소 역시 수원체육관이 아니라 코리아오픈이 자주 열렸던 삼산월드체육관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까지 해보게 된다.

  인천아시안게임 여자단식에서 8강 시드는 중국이 2명, 싱가포르가 2명, 일본이 2명, 우리나라와 홍콩이 각 1명씩 받는다. 서효원은 싱가포르의 위멍위(세계10위)에 이은 6번 시드로 8강에 들었고, 양하은은 9번 시드를 받아 남자부 김민석처럼 코앞에서 16강 시드로 밀린 상황이다. 인천아시안게임 여자단식 본선시드의 가장 큰 특징은 딩닝(중국, 세계2위)의 불참으로 펑티안웨이(싱가포르, 세계4위)가 2번 시드를 받는다는 것. 중국에서는 부동의 1위 류스원과 함께 ITTF 9월 랭킹 6위인 주위링이 출전한다.

  8강 시드 선수들과의 국제무대 개인전 상대전적을 정리해보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서효원의 메달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비록 최강자 류스원을 상대로는 한 번도 이기지 못했지만 나머지 선수들과는 호각지세다. 주위링, 펑티안웨이와는 2전 1승 1패, 이시카와 카즈미와는 4전 2승 2패다. 2, 3, 4번 시드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승률이 50%다. 오히려 바로 위와 아래 시드인 위멍위, 후쿠하라 아이(일본, 세계14위)와는 각각 2전 2패, 3전 1승 2패로 열세다. 8번에 위치할 홍콩의 리호칭(세계16위)에게는 네 번 싸워 네 번 모두 이겼다.
 

▲ 서효원은 “누구를 상대하더라도 승산이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월간탁구DB(ⓒ안성호).

  전적만 놓고 볼 때 서효원으로서는 류스원과 위멍위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모두 해볼 만한 상대였던 셈이다. 27일 수원체육관에서 있게 될 개인전 대진추첨에서 류스원과 위멍위를 피해갈 수 있다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서효원의 개인전 메달 전망은 한층 밝아진다는 전망이 가능한 대목이다. 대회 타이틀 앞에 붙어있는 ‘인천’이라는 두 글자가 끝까지 좋은 징표가 되길 바라는 이유다. 서효원의 준비 또한 밝은 예감을 가능케 한다.

  “중국은 물론 싱가포르나 홍콩 선수들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를 대비해서 많은 훈련을 했다. 남자선수들을 상대로 꾸준히 연습게임을 했고, 중국 선수들에 대한 비디오 분석도 철저하게 했다. 누구를 상대하더라도 승산이 있다고 믿고 있다.”

  다시 한 번 최상의 시나리오를 써보자. 서효원이 펑티안웨이와 주위링이 있는 대진 쪽에서 최선의 플레이를 펼친다. 반대편 대진에서 이시카와 카즈미가 류스원을 이기는 파란을 일으킨다. 인천에서라면 늘 좋은 결과를 제공하는 카즈미와 서효원이 결승전을 벌인다. 금메달! 불가능에 가까운 시나리오지만 2010년 모스크바 세계대회 여자단체 결승전에서의 싱가포르처럼 이변의 주인공이 탄생하지 말란 법도 없는 거 아닌가. 다른 곳도 아닌 인천아시안게임이다. 인천이 승리를 넘어 금메달의 도시로 영원히 기억되길 희망해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더 핑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