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TF 월드투어 2019 코리아오픈, 아쉬운 패배로 16강 만족
국제탁구연맹(ITTF) 신한금융 2019 코리아오픈 우승을 위해 한국을 찾은 남녀 세계 챔피언이 같은 날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다.
먼저 경기를 치른 여자부 세계선수권자(부다페스트) 류스원(중국)은 자국의 기대주 쑨잉샤에게 2대 4(9-11, 12-10, 9-11, 7-11, 11-9, 6-11)로 무너졌다. 이어서 경기를 치른 남자부 챔피언 마롱도 패배 일보 직전까지 몰렸다가 기사회생했다.
5일 저녁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치러진 남자단식 16강전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자 마롱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간 주인공은 바로 한국의 임종훈(KGC인삼공사·22, 세계23위)이었다.
임종훈은 초반 두 게임을 먼저 내줬다. 세 번째 게임을 따내고 다시 네 번째 게임을 내주면서 1대 3까지 몰렸지만 그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5, 6게임은 임종훈의 페이스였다. 날카로운 백 플릭과 왼손 드라이브를 바탕으로 마롱의 진을 뺐다. 두 게임을 내리 따내며 균형추를 맞췄다. 경기장을 찾은 6백여 관중의 함성도 높았다.
마지막 7게임은 임종훈이 앞서갔다. 승리의 기운이 넘쳤다. 하지만 마롱은 마롱이었다. 앞서가던 임종훈을 8점에서 묶고 역전하며 먼저 게임포인트에 도달했다. 임종훈은 또 포기하지 않았다. 네트를 스치는 행운의 득점도 있었다. 듀스! 한 번의 어게인 뒤에는 오히려 역전에 성공했다. 12대 11 임종훈의 강렬한 드라이브가 단 몇 cm 차이로 사이드를 튕기면서 다시 듀스!
아쉽게도 승부는 거기서 결정났다. 썩 좋지 않은 컨디션을 보였던 마롱이지만 최후의 순간 강자의 본색을 드러냈다. 날카로운 드라이브로 임종훈의 코트를 꿰뚫었다. 두 점을 연이어 가져갔다. 피 말리던 풀-게임접전은 그렇게 3대 4(5-11, 9-11, 11-7, 5-11, 11-8, 11-9, 12-14) 임종훈의 패배로 마무리됐다.
말 그대로 ‘졌지만 잘 싸운’ 승부였다. 세계 최강자를 극단까지 몰고 갔던 임종훈은 패배 직후 아쉬운 표정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들어가는 선수는 없다.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싸웠다. 하지만 마롱이라는 선수를 상대로 이런 승부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물론 승부의 여운을 자기 것으로 돌리는 의지도 잃지 않았다. “나름대로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계기로 삼겠다. 마롱도 사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완벽할 수만은 없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게 그래도 좋은 승부를 펼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앞으로도 같은 마음으로 준비하고 뛰겠다.”고 말했다.
임종훈은 최근 있었던 아시아선수권대회 파견 대표선발전에서 대표팀에 합류하는데 실패했다. 지난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도 뛰지 못했다. 조금은 이른 하락세의 우려가 따랐다. 이번 코리아오픈에서의 선전으로 그 같은 우려도 씻어낼 수 있는 토대를 다진 셈이다. 임종훈은 “내년 세계대회 개최지인 부산에서 치러진 대회에서 좋은 경험을 쌓았다. 대표팀에 다시 들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이번 경기처럼 포기하지 않고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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