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부다페스트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김택수 남자대표팀 감독은 “세계선수권대회는 보통의 투어와는 긴장감과 압박감이 다르다”고 했다. “엄청난 무게감을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성패가 갈린다고 했다. 하지만 대표팀 막내 안재현(삼성생명)은 “이상하게 긴장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걱정도 됐는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고부터는 별로 떨리지 않았다”고 했다. 마치 세계선수권대회를 몇 번은 나온 선수 같은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안재현이 웡춘팅을 꺾고 64강에 올랐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고 있는 2019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초반 한국남자대표팀 막내 안재현(20)이 일을 냈다. 그룹예선을 전승으로 통과하고 프레리미너리 라운드도 가볍게 통과한 것은 ‘별일’도 아니었다. 본선 첫 경기에서 만난 홍콩 에이스 웡춘팅을 깼다. 23일 오후(현지 시간) 열린 남자단식 128강전에서 웡춘팅을, 그것도 4대 0(11-3, 11-5, 11-8, 11-9)으로 완벽하게 제압했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자신만만한 안재현이다. 돌풍의 서막!?

긴장한 쪽은 오히려 웡춘팅이었다. 시작과 동시에 범실을 거듭했고, 안재현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테이블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특유의 안정적인 연결력을 뽐냈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매서운 드라이브로 득점에 성공했다. 웡춘팅은 이달 랭킹은 14위지만 3월까지도 세계 TOP10을 유지했던 톱클래스 선수다. 오른손 펜 홀더 전형으로 ‘이면타법의 교과서’로 통하는 세계적인 강자를 상대로 경기 시간도 채 얼마 걸리지 않았다. 네 게임이 빠르게 지나갔고, 랭킹 157위에 불과한 안재현이 승자가 됐다. 경기 직후 만난 안재현은 “형들이 제 스타일이라면 오히려 해볼 만하다고 이런저런 조언을 해줬다. 조언대로 빠르게 코스를 공략했는데 잘 맞았다”고 승인을 전했다. 여전히 자신만만했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이유가 있다. 이정우 코치와 많은 준비를 했다.

사실 안재현의 자신감은 이유가 있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진천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이정우 코치가 전담하다시피 안재현을 강하게 조련했다. 안재현은 “이번 대회 전에 카타르오픈을 갔었는데, 잘하는 선수들은 중진으로 떨어져서 띄워주지 않더라. 나도 가급적 그러지 않기 위해 연습했다.”고 말했다. 사실 안재현은 이전까지 중진으로 자주 떨어지는 스타일이었다. 세계대회를 향한 집념으로 스타일까지 변모시키고 있다. 안재현은 또한 “세밀한 플레이에서 잔실수를 줄이는 연습을 많이 했는데 그게 효과를 보고 있다”고도 말했다. 빈틈없는 준비가 결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경기 직후 밝은 표정으로 승인을 분석한 안재현이다.

성인무대 세계선수권 출전은 이번 대회가 처음이지만 안재현은 사실 한국 남자탁구의 대표적인 기대주 중 한 명으로 꼽혀온 선수다. 대전동산중·고 시절부터 카데트, 주니어 연령별 대표팀을 빼놓지 않고 거쳐왔다. 2016년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대회에서 1년 선배 조승민(21·삼성생명)과 남자복식을 우승했고, 2017년 세계대회에서는 동기 백호균(20·보람할렐루야), 김지호(20·삼성생명)와 함께 남자복식, 혼합복식을 준우승하는 등 성과도 많았다. 갓 2년차로 접어든 실업무대에서도 소속팀 삼성생명 주전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이번 세계대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박강현, 정영식에 이어 3차 라운드 우승으로 막차를 탔다. 그리고 부다페스트에서 초반 돌풍을 주도하고 있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박강현도 첫 세계대회에서 선전하고 있다. 64강에 올랐다.

안재현의 다음 64강전 상대는 스웨덴의 모어가드 트룰스다. 세계랭킹 153위인 모어가드 트룰스는 안재현과 같은 또래로 스웨덴의 미래로 꼽히는 기대주다. 본선 1회전에서 역시 홍콩의 호콴킷을 4대 2로 꺾고 올라왔다. 안재현은 “해볼 만하다. 실은 주니어 시절 세계선수권대회 때, 그리고 작년 월드투어에서 싸웠었다. 한 번 이기고 한 번 졌지만, 정상적인 컨디션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또 한 번 자신 있게 말했다. 섣부른 자신감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으므로 믿음이 간다. 안재현은 "한 경기라도 더 많이 하는 것"을 이번 대회 목표로 삼고 있다고 했다. 안재현의 첫 세계선수권대회 첫 64강전은 한국시간으로 24일 새벽 2시 50분에 시작된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많은 기대를 모으는 장우진(사진), 이상수, 정영식 등 대표팀 고참들도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한편 안재현 외에도 한국 남자대표팀은 개인단식 본선 첫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고 전원이 64강전으로 향했다. 정영식(미래에셋대우)이 스페인의 칸테로 예수스를 4대 0(11-8, 11-6, 11-9, 11-9), 장우진이 홍콩의 람쉬항을 4대 1(11-5, 12-10, 8-10, 11-4, 12-10), 이상수(삼성생명)가 오스트리아의 레벤코 안드레아스를 4대 2(10-12, 8-11, 11-5, 11-9, 11-9, 11-5)로, 그리고 역시 이번이 세계대회 첫 출전인 박강현(삼성생명)도 러시아의 복병 스카츠코프 키릴을 상대로 4대 0(11-7, 11-4, 11-5, 11-7)의 승리를 거두고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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