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까지 넌 차이니스만 상대, 개인단식 본선 돌입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고 있는 2019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중국의 왼손 펜 홀더 쉬신(세계랭킹 2위)이 열두 번째 출전하는 세계대회다. 첫 출전 대회였던 2007년 자그레브대회 때는 궈옌(은퇴)과 혼합복식에만 도전해 16강까지 올랐을 뿐 단식엔 나가지 못했다. 당시 쉬신-궈옌 조는 16강전에서 자국의 동료들 치우치커-차오젠 조에 3대 4(11-4, 14-12, 9-11, 11-9, 7-11, 9-11, 11-8)로 패하고 일정을 마감했었다. 개인단식만 따지면 이번 부다페스트대회는 쉬신의 여섯 번째 도전이다.

쉬신이 개인단식에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요코하마대회부터다. 이 대회는 ‘3인방’으로 통하던 마롱, 쉬신, 장지커 중에서 마롱과 쉬신 2명이 단식에 도전했던 무대다. 3인방 중 마롱이 가장 빠른 2007년 자그레브대회부터 나왔고, 쉬신이 2009년 요코하마, 장지커는 2011년 로테르담대회부터 출전을 시작했다. 어쨌든 이후부터 쉬신은 중국 남자대표팀 핵심 주전으로 활약하며 지금까지 세계선수권대회에 한 차례도 빠짐 없이 나오고 있다.
 

▲ 쉬신이 세계챔피언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월간탁구DB.

지금까지 쉬신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총 9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단식 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단체전 5개(10, 12, 14, 16, 18), 남자복식 3개(11, 15, 17), 혼합복식 1개(15)가 지금까지 따낸 금메달이다. 단식에서는 우승은 고사하고 결승에도 한 번 오르지 못했다. 첫 출전이었던 2009년 요코하마에서는 32강전에서 첸치에게 패했고, 이후 2011년 로테르담대회 때는 16강전에서 왕리친에게 졌다. 자국 쑤저우에서 열렸던 2015년 대회 때는 역시 16강전에서 당시 돌풍의 주인공이었던 팡보에게 졌다.

쉬신의 단식 최고 성적은 2013년 파리대회와 2017년 뒤셀도르프대회에서 따낸 동메달이었다. 파리 4강전에서는 장지커에게 0대 4(8-11, 2-11, 9-11, 10-12), 뒤셀도르프 4강전에서는 마롱에게 0대 4(6-11, 9-11, 9-11, 3-11) 완패를 당했다. 장지커, 마롱 둘 다 쉬신을 이기고 결승에 올라 결국 챔피언이 됐다. 이처럼 쉬신은 중국을 이끄는 핵심 주전이었지만, 세계대회에서만큼은 늘 자국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이인자 내지는 복식에서 활약이 뛰어난 왼손 스페셜리스트의 이미지가 강했다.

바로 ‘그’ 쉬신이 이번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식 최고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주목할 것은 지금까지 쉬신은 전부 자국 선수들에만 패했을 뿐 넌 차이니스(Non Chinese)에게 패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이다. 자국의 동료들에게는 유달리 약했지만, 중국 외의 선수들에게는 늘 이겼다. 그런데 이번 대회 본선 조 추첨 결과 중국 출전 선수 다섯 명 중 4명이 모두 다른 라인으로 가고, 쉬신은 결승까지 넌 차이니스 선수들만 상대하게 된 것이다. 판젠동과 리앙징쿤, 마롱과 린가오위엔이 16강에서 만나는 대진을 만났으며, 쉬신은 결승까지 중국 선수들과의 경기가 없다. 세계랭킹을 꾸준히 유지해 이번 대회에서 2번 시드를 받은 것이 결과적으로 행운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번 대회에서 쉬신이 상대하게 될 선수들을 살펴보면, 오스트리아 스테판 페겔(64강, 오스트리아), 키릴 스카츠코프(32강, 러시아)/시몽 고지(32강, 프랑스), 트리스탕 플로르(16강, 프랑스)/다르코 요르지치(16강, 슬로베니아)/왕양(16강, 폴란드)/리암 피치포드(16강, 잉글랜드) 등이다. 16강까지는 아시아 선수 없이 전원 유럽 선수들이다. 그리고 8강에서는 마티아스 팔크(스웨덴), 로베르트 가르도스(오스트리아), 티아고 아폴로니아(포르투갈), 츄앙츠위엔(대만), 파트릭 프란치스카(독일), 오비디우 이오네스쿠(루마니아), 오마 아싸르(이집트), 이상수(한국) 등과 상대할 수 있다. 이 중에는 한국 이상수의 시드가 6번으로 가장 높다.

물론 4강전은 넌 차이니스라 하더라도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4강 상대는 4번 시드 하리모토 토모카즈(일본)나 5번 시드 티모 볼(독일)이 유력한데, 쉬신은 두 선수와의 국제무대 상대전적에서 밀리지 않는다. 하리모토 토모카즈를 상대로는 4전 전승을 기록했고, 티모 볼을 상대로는 5전 4승 1패다. 티모 볼과는 최근에 경기가 없었다는 게 변수가 될 가능성은 있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개인단식 금메달이 없었던 쉬신이 이번 대회에서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는 것이다. 쉬신은 이번 대회 개인단식과 더불어 류스원과 함께 혼합복식에도 출전했다(한국의 기대주 이상수-전지희 조의 16강 상대가 바로 이들이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는 혼합복식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만큼 복식에 강점이 있는 쉬신의 출전 가능성 역시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만일 개인단식에서도 새로운 챔피언이 된다면, 앞으로 있을 올림픽 개인단식 출전 경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개인단식 본선이 시작된다. 선전하고 있는 박강현.

한편 한국 선수들은 정영식이 칸테로 예수스(스페인), 이상수가 레벤코 안드레아스(오스트리아), 장우진이 람쉬항(홍콩)을 첫 경기인 128강전에서 만난다. 이번이 첫 출전인 박항현과 안재현은 각각 스카츠코프 키릴(러시아), 웡춘팅(홍콩)과 싸우게 됐다. 만일 과정을 더하는 중에 쉬신을 만날 수 있게 된다면, 곧 ‘메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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