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탁구연맹(ITTF) 세계랭킹 산정방식 변화 움직임

국제탁구연맹이 연초에 발표한 올해 첫 세계랭킹이 시일이 꽤 지났음에도 여전히 화제가 되고 있다. 남녀부 모두 주목할 만한 순위가 많았던 까닭이다.

특히 여자부는 딩닝(중국)이 최고 자리인 1위에 복귀했다. 딩닝은 올림픽, 세계선수권, 월드컵, 그랜드 파이널스까지 4대 메이저 대회 우승을 모두 달성한 유일한 여자 현역선수다. 세계랭킹도 2011년 11월 첫 1위 등극 이후 계속해서 톱-랭커 지위를 지켜왔다. 이번 달 랭킹을 포함해서 세계 1위를 지킨 개월 수만도 무려 49회에 달한다. 또한 최장기간 연속 1위 기록 역시 딩닝이 보유하고 있는 22개월(2011년 11월~2013년 8월)이다.
 

▲ 세계랭킹 1위에 복귀한 딩닝. 월간탁구DB(ⓒ안성호).

하지만 딩닝은 지난해 1월 첫 랭킹에서 21위까지 뚝 떨어지며 남다른 눈길을 끌었었다. 랭킹 산정이 1년 간 베스트 8개 대회 합산방식으로 바뀌면서 2017년에 상대적으로 많은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던 딩닝이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하지만 딩닝은 불과 1년 만에 다시 최고 자리에 복귀했다. 새로운 산정방식에 맞는 꾸준한 활약으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딩닝이 세계 1위에 복귀한 것은, 2017년 10월 이후 무려 15개월여 만의 일이다.

딩닝은 지난달 인천 그랜드 파이널스 개인단식 4강에 올랐다. 16강전에서 시바타 사키(일본), 8강전에서 쳉아이칭(대만)을 이겼고, 4강전에서 자국 후배 허주어지아에게 패했다. 딩닝의 1월 랭킹 포인트는 16515점으로 전월 1위 주위링을 546점차로 제쳤다. 재미있는 것은 주위링과 랭킹 4위 첸멍은 그랜드 파이널스에서 주위링이 딩닝과 같은 4강, 첸멍은 우승까지 차지했음에도 딩닝에게 순위를 역전 당했다는 것이다. 이는 딩닝이 2017년 아스타나 그랜드 파이널스에 출전하지 않아 소멸 포인트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위링과 첸멍은 합산 방식에 따라 1년 전 그랜드 파이널스 점수가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새로운 순위에서 손해를 본 셈이다.
 

▲ 허주어지아는 무려 23계단이나 뛰어 올랐다. 세계 27위! 월간탁구DB(ⓒ안성호).

같은 이유로 웃은 선수는 또 있다. 그랜드 파이널스에서 서효원(한국), 이시카와 카스미(일본), 딩닝(중국)을 연파하고 준우승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던 허주어지아는 무려 23계단이나 상승한 세계27위에 랭크됐다. 역시 소멸 포인트 없이 2295점의 준우승 포인트를 확보한 까닭이다. 전월 50위가 개인 최고 기록이었던 허주어지아의 가파른 상승세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페인트 전형인 허주어지아가 어디까지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여부는 세계 탁구팬들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라 있는 상황이다.

남자부 랭킹 역시 그랜드 파이널스 결과가 반영되면서 적지 않은 부침이 있었다. 우승자 하리모토 토모카즈(일본)는 전월 5위에서 두 계단 상승해 3위에 올랐다. 하리모토 토모카즈는 새로운 랭킹에서 전월(13860점)에 비해 765점 상승한 14625점을 받았다. 그랜드 파이널스 우승으로 2550점을 받았지만, 2017년 아스타나 그랜드 파이널스 8강 진출로 받은 1785점이 소멸 되며 765점이 상승했다. 소멸 포인트보다 새로 획득한 포인트가 많았던 점이 순위 상승의 이유가 된 셈이다.
 

▲ 하리모토 토모카즈는 불과 15세에 세계 ‘TOP 3’가 됐다. 월간탁구DB(ⓒ안성호).

이제 15세(2003년 6월 27일생)에 불과한 하리모 토모카즈는 ‘역대 최연소(The Youngest Player)’에 관한한 거의 모든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역대 최연소 챔피언에 오른 그랜드 파이널스 우승을 바탕으로 2019년 1월 역대 최연소 세계 3위가 됐다. 지난해 5월 10위에 오르며 ‘TOP 10’에 첫 진입한 이후 불과 8개월 만에 ‘TOP 3’가 됐다.

남자부 최고 랭커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새해 1월에도 판젠동(중국)이다. 17001점의 포인트를 보유한 판젠동은 지난해 4월 이후 무려 10개월째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천 그랜드 파이널스 8강전에서 브라질의 휴고 칼데라노에게 패하는 부진을 보였지만, 워낙 확고했던 세계 1위 자리가 흔들리지는 않았다.

또 한 명 남자랭킹에서 특히 주목할 인물이 바로 판젠동을 이긴 브라질의 휴고 칼데라노(6위)다. 휴고 칼데라노는 2018년 탁구변방 브라질 출신으로는 정말이지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플래티넘 대회였던 카타르 오픈에서 준우승했고, 2017년부터 아메리카 통합 대회로 치러지고 있는 판암 컵을 우승했다. 그리고 인천 그랜드 파이널스에서는 ‘무려’ 판젠동을 꺾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 휴고 칼데라노도 어느새 세계 ‘TOP 5’를 눈 앞에 뒀다. 월간탁구DB(ⓒ안성호).

휴고 칼데라노는 지난해 6월 10위에 오르며 TOP10에 처음 진입했다. 8, 11월에 세계 9위, 12월에 6위에 오르며 자신의 최고 랭킹을 갈아치웠다. 휴고 칼데라노는 불과 3년 전인 2016년 1월만 하더라도 세계 77위에 올라있던 선수였다. 하지만 이제는 22세(1996년 6월 22일생)의 나이에 세계 ‘TOP 5’를 노리는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그랜드 파이널스 4강전에서는 비록 우승자 하리모토 토모카즈에게 패했지만, 세계1위 판젠동을 꺾은 휴고 칼데라노의 랭킹은 2018년 이전과 같은 산정 방식이었다면 더 상승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편 국제탁구연맹은 최근 세계랭킹 산정방식을 다시 손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지하는 대로 베스트 8개 대회 합산의 단순한 방식으로는 정확한 판도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다. 머지않아 최근 산정방식에다 이전과 같은 각각의 경기 승패에 따른 가감방식을 혼합한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세계랭킹은 내년 도쿄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 선발 기준점의 출발이 될 수 있어 더욱 각국 선수들이 그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탁구연맹의 움직임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더 핑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