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 파이널스

서효원(한국마사회, 세계11위)과 이시카와 카스미(세계3위)는 한국과 일본의 톱 세계랭커다. 딩닝(세계2위)은 국제탁구연맹 스타어워즈 여자스타상을 네 번이나 수상한 현역 세계 최강자다. 그리고 이 셋은 약관의 헤주오지아(세계50위)가 2018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에서 결승 이전까지 상대한 선수들이다. 한국과 일본, 중국의 최강자들을 차례로 잡았다.
 

▲ (인천=안성호 기자) 여자탁구 국제무대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헤주오지아.

헤주오지아는 작년까지만 해도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선수다. 2014년 월드투어에 데뷔해 그해 아르헨티나오픈 여자단식을 우승한 전적이 있지만, 2015년 평양오픈(준우승)에 나간 이후에는 올해 이전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올해부터 다시 월드투어에 나와 홍콩과 오스트리아, 호주오픈에서 각각 4강에 올랐고, 월드투어 스탠딩 12위로 그랜드 파이널 출전권을 따냈다.

이시카와 카스미와의 풀-게임접전을 극복한 뒤 ‘대선배’ 딩닝까지 극적으로 잡아내며 결승에 올랐지만, 헤주오지아가 디펜딩 챔피언 첸멍(세계4위)까지 이겨낼 것으로 생각한 팬들은 많지 않았다. 작년 아스타나(카자흐스탄) 대회 결승에서 주위링을 꺾고 우승했었던 첸멍은 이번 대회에서도 첸싱통(세계12위), 왕만위(세계5위), 주위링(세계1위)까지 자국의 기라성 같은 라이벌들을 모두 꺾고 결승까지 오르는 엄청난 기세를 자랑했다. 특유의 빈틈없는 포어백 전환에 묵직한 드라이브까지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과시했다.
 

▲ (인천=안성호 기자) 그래도 첸멍은 첸멍이었다. 여자단식 2연패를 이뤄냈다.

그런데 결승전 초반 또 한 번의 파란이 일었다. 첸멍의 드라이브는 여전히 묵직했지만, 헤주오지아도 안정적으로 버텨냈다. 양 사이드를 지키다가 순간순간 백핸드의 이질러버로 튕겨내며 상대의 허를 찔렀다. 첫 게임을 먼저 잡아내며 장내를 술렁이게 했다. 스피드가 지배하는 현대 탁구에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또 다시 증명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첸멍은 첸멍이었다. 후배의 당돌한 도전에 흔들리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했다. 두 번째 게임부터 첸멍이 완전히 승기를 장악했다. 내줄 점수는 내주되 공격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았다. 상대의 까다로운 구질을 빠르게 파악한 뒤 계속해서 리드를 잡아나갔다. 4게임에서 앞서가다 역전을 허용하며 게임포인트를 내줬지만, 다시 따라잡아 역전할 만큼 심리적으로도 평정심을 유지했다. 결국 5게임에서 승부가 났다. 4대 1(9-11, 11-5, 11-8, 12-10, 11-7)로 첸멍이 우승했다. 작년 대회에 이은 2연패였다.
 

▲ (인천=안성호 기자) 경기 직후 시상식이 열렸다. 첸멍 우승, 헤주오지아 준우승!

결국 첸멍의 우승으로 끝났지만, 이번 대회 여자단식은 흥미진진한 구도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강력하게 중국을 위협했던 이토 미마(일본)가 초반에 탈락한 대신, 중국의 신예가 자국의 최강자들에게 새로운 위협을 제공했다. 상대적으로 휠씬 강한 상대들과 연속으로 대적해야 했던 첸멍은 예정하지 않았던 도전까지 이겨내며 2018년 챔피언에 등극했다. 작년 대회에서 처음 올랐던 월드투어 그랜드 파이널스 단식 정상을 지켜냈다. 한국의 탁구팬들은 기존 챔피언의 존재감과 함께 새로운 스타의 탄생도 현장에서 목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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