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단식 유일 출전 서효원, 중국 신예에 완패

현재 인천 남동체육관에서는 2018 ITTF 월드투어 그랜드 파이널스가 열리고 있다. 13일 개막했으며, 16일까지 올 시즌 월드투어 각 종목을 결산하는 올해 마지막 경쟁을 벌인다.

장우진-차효심 조의 코리아 혼합복식조, 그리고 장우진(미래에셋대우)과 임종훈(KGC인삼공사) 등 남자대표팀 ‘영건’들의 활약에 가렸지만, 이번 대회는 드러난 성적만으로도 한국탁구의 밝지 못한 미래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무대가 되고 있다. 특히 여자부는 대회 폐막까지 이틀이나 남겼지만 이미 모든 경기를 마감했다.

14일 오후 열린 여자단식 16강전에서는 노장 수비수 서효원(한국마사회·31·세계11위)이 중국의 20세 신예 공격수 헤주오지아(세계50위)에게 0대 4(5-11, 5-11, 8-11, 4-11)로 완패했다. 헤주오지아는 아직 어린 선수지만 좀처럼 기복 없는 안정된 플레이로 서효원의 수비벽을 뚫어냈다. 서효원 외에 한국 선수들은 아무도 단식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 (인천=안성호 기자) 서효원은 이번 대회 여자단식에 출전한 한국 유일의 선수였다.

오전에 먼저 치른 여자복식 4강전에서는 전지희(포스코에너지·26)-양하은(대한항공·24) 조가 일본의 이토 미마-하야타 히나 조와 접전을 벌였지만 2대 3(10-12, 11-3, 11-9, 10-12, 6-11)으로 지면서 먼저 경기 일정을 접었다. 잘 알려진 대로 이토 미마도, 하야타 히나도 아직 주니어 연령인 2000년생들이다.

그랜드 파이널스는 출전 자격을 획득하기까지 일정 횟수 이상 투어에 참가해 기준 랭킹을 넘어서야 하는 선결 조건이 있다. 상위랭커들만의 제한된 경기로 적은 숫자의 시합이 열리는 대회 특성상 입상권 경쟁만이 남는 종반 일정을 일찍 끝낼 수도 있다. 문제는 결과보다 그 이전까지의 과정이다.

서효원은 지난해에 이어 한국 유일의 그랜드 파이널스 단식 출전선수다. 이미 30대로 들어선 서효원은 중국, 일본, 홍콩 등의 10대 후반, 20대 초반 선수들과 외롭게 경쟁 중이다. 20대 중반에 든 전지희도 양하은도 확고한 경쟁력을 아직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투어랭킹에서 드러난다. 올 시즌 월드투어를 결산한 스탠딩에서 전지희는 17위, 양하은은 20위로 16위까지에게 주어지는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9회라는 적지 않은 대회에 참가해서 얻어낸 성적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나마 그 둘 외에는 30위권 안쪽으로 눈에 띄는 한국 선수도 없다. 중국은 차치하고, 라이벌로 여겨왔던 일본이 다섯 명이나 출전한 것과 비교된다.
 

▲ (인천=안성호 기자) 중국의 헤주오지아는 어린 선수지만 좀처럼 기복이 없었다. 한국여자탁구는 결국 일찍 모든 일정을 접었다.

지난 9일 호주 벤디고에서 끝난 올해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여자주니어대표팀은 단체전 4강에 올랐지만, 개인전에서는 한 종목도 16강 이상에 들지 못했다. 전 종목을 휩쓴 중국이나 나름의 선전을 펼친 일본의 진짜 주니어대표들은 주니어선수권이 아니라, 현재 인천에서 열리고 있는 그랜드 파이널스에서 뛰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선수들에게 현재 한국의 시니어 간판들이 좀처럼 승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시합을 지켜보고 있는 한 실업팀 지도자는 “일본이나 중국이나 어린 유망주들에게 많은 도전 기회를 주는 것이 일단 현재 나타나는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일찍부터 강한 상대들과 싸우면서 재능을 키워가지만, 우리는 좀처럼 실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중학생과 고등학생조차 구분해서 시합을 한다. 이런 식으로는 강국들과의 차이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제한된 몇몇 인원에게 집중투자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유망주 육성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한다. 기득권이 문제라면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 (인천=안성호 기자) 한국 여자탁구 간판 전지희-양하은 조가 일본의 하야타 히나-이토 미마 조에 패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해당 지도자의 의견은 사실 많은 탁구인들이 공감하는 내용이다. 꽤 오래 전부터, 어쩌면 일본에 ‘역전’당한 순간부터 한국 탁구계의 화두는 ‘유망주 육성’이었다. 아쉬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실질적인 방안과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장우진, 임종훈을 중심으로 20대 초반 선수들이 맹활약하며 관심을 끄는데 성공하고 있지만, 남자탁구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이번 세계주니어대회에 남자대표팀은 출전조차 못했다.

대부분이 공감을 하면서도 어째서 계속해서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일까? 실제로 정체불명의 ‘기득권’이 문제인 걸까? 2016년 리우올림픽 노메달 이후 한국탁구계에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어느덧 2020년 도쿄올림픽이 약 2년 앞으로 다가온 시점까지도 선뜻 내놓을만한 성과가 떠오르지 않는 것은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남북단일팀 ‘코리아’의 감동과 환호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갑고 가슴을 뜨겁게 하는 일이다. 국제탁구연맹은 12일의 스타어워즈에서 올해 '코리아'의 활약을 기려 남북탁구계에 특별상을 전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혹시 한국탁구의 무거운 이면을 그 뒤로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막 절반의 일정을 넘어가고 있는 2018 ITTF 월드투어 그랜드 파이널스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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