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세계주니어 탁구선수권대회 담금질

▲ (용인=안성호 기자) 올해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한국 여자대표팀.

결국 올해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대회에는 여자선수들만 나간다. 세계대회 예선 격이었던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단체 4강 진입에 실패한 남자대표팀은 끝내 출전할 수 있는 길이 막혔다. 2003년 주니어세계대회가 생긴 이래 처음이다.
 

▲ (용인=안성호 기자) 박지현 국가대표 후보선수단 전임지도자도 훈련 지도를 돕고 있다.

초유의 과정을 겪고 있는 대표팀 분위기도 낯설다. 여자팀 정예멤버들만 모여서 강화훈련을 하고 있다. 다행히 위기감을 공유한 각 실업팀들이 협조적이다. 대표팀은 21일 첫 훈련을 삼성생명 탁구단 체육관에서 시작했고, 이후 미래에셋대우, 한국마사회, 포스코에너지 등을 돌며 훈련을 이어갈 예정이다. 실업 선배들이 담금질을 돕는다. 호주에는 가지 않는 박지현 국가대표 후보선수단 전임지도자도 강화훈련 지도에는 참여하고 있다.
 

▲ (용인=안성호 기자) 남자선수들 몫까지! 대표선수들이 남다른 각오를 다지고 있다.

남자선수들이 없는 자리는 각별한 각오가 채우고 있다. 윤정일 감독(대광중), 석은미(독산고)-김상학(문산수억고) 코칭스태프는 “선수들도 좀 낯설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똘똘 뭉쳐 남자동료들 몫까지 열심히 하겠다는 의욕을 보인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일궈낸다면 특별한 반전의 계기도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 (용인=안성호 기자) 윤정일 감독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여자주니어대표팀은 신유빈(청명중), 위예지(문산수억고), 최해은(독산고), 유한나(문산수억고)로 구성됐다. 대한탁구협회와 중‧고연맹이 지난 9월 대표선발전을 열어 이들을 선발했다. 이 중 신유빈은 작년 리바델 가르다 대회에 이은 연속 출전이다. 막내지만 가장 많은 국제 경험을 지닌 에이스다. 작년 기억을 바탕으로 이번 대회에서 존재감을 키우려한다. 올해 아시아선수권에 이어 주니어대표로 연속 출전하는 ‘문산수억 듀오’ 위예지와 유한나도, 첫 국가대표 출전인 최해은도 날카로운 스윙을 다듬고 있다.
 

▲ (용인=안성호 기자) 막내지만 팀 에이스의 중책을 맡고 있는 신유빈이다.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대회는 전 세계 탁구강국의 미래를 짊어진 18세 이하 선수들이 남녀단체전과 남녀개인단‧복식, 혼합복식 등 모두 일곱 개 종목 우승을 놓고 겨루는 주니어들의 국가대항전이다. 개인전(홀수해)과 단체전(짝수해)을 번갈아 개최하며 2년 주기를 유지하는 시니어들의 세계선수권대회와 달리 연말을 전후해 모든 종목 경기가 매년 개최된다. 이탈리아 리바델 가르다에서 열렸던 작년 대회에서 한국 주니어대표팀은 남녀단체전 동메달, 남자복식과 혼합복식 은메달 등 모두 네 개의 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 (용인=안성호 기자) 대표팀 최고참 위예지. 팀 분위기를 이끌어야 한다.

이번 대회 한국대표팀은 여자단체전과 여자단식, 여자복식에 엔트리 전원이 출전한다. 개인복식은 신유빈-유한나, 위예지-최해은 조로 구성됐다. 각 종목 4강 진입을 일차 목표로 세우고, 더 큰 목표에 도전할 계획이다. 물론 높은 단계에서 만나게 될 강팀들을 넘어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중국도 일본도 이번 대회에 최강의 멤버들로 팀을 꾸려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쑨잉샤도 나오고 나가사키 미유도 나온다. 대표팀 감독을 맡은 윤정일 중‧고연맹 전무는 “강팀들을 많이 상대하게 될 텐데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많이 배우고 오겠다. 여자대표팀만 가게 돼서 아쉽지만 훈련 잘 해서 좋은 성적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용인=안성호 기자) 대표팀 핵심으로 꾸준히 출전하고 있는 유한나.

혼합복식은 아무래도 아쉽다. 남자대표팀이 출전 못하면서 한국 선수들은 파트너를 ITTF에 청했고, 결국 외국 선수들과 짝을 이루게 됐다. 선발전 4위 유한나를 제외한 세 명이 출전하는데, 신유빈이 오렌첼 알렉시스(아르헨티나), 위예지가 코솔로스키 올라브(벨기에), 최해은이 푸엔테스 레안드로(아르헨티나)와 각각 합을 맞춘다. 원활한 호흡이 가능한 남자동료들이 없는 자리가 커보인다. 현재 실업에 가있는 조승민-김지호 조가 재작년 금메달, 안재현-김지호 조(이상 삼성생명)가 작년 은메달 등 한국이 혼합복식에 강했던 것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 (용인=안성호 기자) 최해은은 이번 대회가 국가대표로서 첫 출전하는 대회다.

한국중‧고등학교탁구연맹 손범규 회장은 “현재 세계 주니어 탁구는 중국, 일본 양강에 싱가포르, 홍콩, 인도, 이란까지 우리가 한 수 아래로 보던 나라들 기량도 급상승했다. 독일이나 스웨덴 등 유럽 강국들 위력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 선수들과 지도자들의 분발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세계 탁구는 변하고 있는데 한국 탁구는 제자리걸음을 하다 보니 계속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변화를 주지 않으면 변방국가로 밀릴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평상시 훈련방법에서부터 기존의 상비군, 국가대표 후보군 등의 합숙훈련까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체력훈련 비중을 늘리고, 실전 위주의 응용력을 키워야 한다. 대회의 경기방법도 효율적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용인=안성호 기자) 국내 최강팀 문산수억고의 김상학 코치가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아쉬움에 매몰될 이유는 없다. 돌이킬 수 없으니 더 나은 방향을 찾아서 나아가야 한다. 외롭게 각오를 다지고 있는 여자주니어대표팀은 오히려 똘똘 뭉치는 중이다. 대한탁구협회는 이번 대회에 세 명의 코칭스태프 외에도 김정철(근화여중), 이종산(호서중) 두 지도자도 파견한다. 세계 탁구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대표팀이 각오대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위기상황에 처한 한국탁구도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게 될지 모른다. 올해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대회는 오는 12월 2일부터 9일까지 호주 벤디고에서 열린다. 실업팀 훈련장을 돌며 강화훈련을 시작한 여자주니어대표 선수들은 오는 29일 격전장으로 떠난다.
 

▲ (용인=안성호 기자) 국가대표 출신 석은미 코치가 국제무대의 노하우를 전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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