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2018 아시안게임 탁구경기

 

남북 남자탁구 에이스 이상수(28·국군체육부대, 세계랭킹 8위)와 박신혁(24, 세계랭킹 95위)은 지난 7월 남측의 대전에서 열렸던 올해 코리아오픈 남자복식에서 같이 뛴 ‘파트너’였다. 국제탁구연맹(ITTF)의 적극적인 협조로 대회 직전 극적인 단일팀을 이뤄 출전했다.

짧은 기간의 훈련이었지만 ‘코리아’의 깃발 아래 뭉친 둘의 호흡은 오래 같이 뛴 선수들 못지않았다. 날카로운 공격과 질긴 수비로 서로의 뒤를 받쳤고, 세계적인 강호들이 대거 출전한 플래티넘급 월드투어였던 코리아오픈에서 당당 4강이라는 성과를 이뤄냈었다. 시합 중에도 훈련 중에도 형, 동생을 부르던 둘의 다정한 호흡에 많은 매스컴이 집중되기도 했다.
 

▲ 이상수와 박신혁은 올해 코리아오픈 남자복식에서는 파트너로 4강에 올랐던 동지다. 월간탁구DB.

약 한 달 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만난 둘은 얄궂게도 이번에는 동지가 아닌 상대로 맞서야 했다. 개인단식 32강전에서 각각 무난한 승리를 거두고 확인한 16강 대진에서 둘은 메달 목표를 향해가기 위해선 서로를 넘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에 섰다. 객관적인 전력상 이상수의 근소한 우위가 점쳐졌지만 북한탁구를 대표하는 박신혁 역시 다크호스로 지목되던 복병이었기 때문에 승부를 앞두고는 각별한 긴장감도 흘렀다.
 

▲ (자카르타=안성호 기자) 피할 수 없었던 승부, 이상수가 승리하고 8강에 올랐다.

피할 수 없는 승부는 결국 31일,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에서 치러진 남자단식 16강전에서 벌어졌다. 승부는 팽팽했다. 첫 게임을 박신혁이 가져가자 이상수가 다음 게임에서 바로 균형을 맞췄다. 이후 이상수는 내리 두 게임을 더 따내 우위에 섰다. 박신혁도 만만치는 않았다. 다섯 번째 게임을 따내면서 승부의 끈을 이어갔고, 이어진 게임에서도 난타전을 벌였다. 하지만 승자는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한 선수는 이상수였다. 듀스까지 이어진 6게임 10-10에서 강한 드라이브와 박신혁의 범실을 유도해내 결국 경기를 끝냈다. 4대 2(9-11, 11-4, 11-9, 11-6, 9-11, 12-10) 이상수의 승리였다.
 

▲ (자카르타=안성호 기자) 박신혁도 잘 싸웠다. 꼭 메달 따시라요!

이상수와 박신혁은 어쩔 수 없이 승부는 냈지만 이미 파트너였고, 인도네시아에 와서도 같은 팀은 아니었지만 파트너와 다름 없는 인사를 나누던 사이다. 국제탁구연맹(ITTF)의 협조 아래 향후 각종 월드투어에서도 짝으로 경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경기 후 두 선수는 아쉬움과 격려를 담아 진한 우정의 악수를 나눴다.

이로써 이상수는 이번 아시안게임 남자단식 8강에 올라 혼합복식에서 실패한 메달의 꿈을 이어가게 됐다. 이상수의 8강전 상대는 대만 에이스 츄앙츠위엔(세계14위)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인도의 아찬타 샤라드 카말(세계33위) 중 하나다. 둘은 현재 16강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상수는 누가 올라오더라도 이기겠다는 각오다. 16강에서 멈춘 북의 동생 박신혁의 소망도 포함해 메달 도전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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