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제18회 아시안게임 탁구경기

잘 알려진 얘기지만 전지희(26·포스코에너지, 세계랭킹 26위)는 2011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귀화 에이스다. 특유의 안정적인 연결력을 무기로 차곡차곡 한국무대를 정복했다. 국제무대에도 꾸준히 나가 상위랭커로 자리매김했고,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과 2016년 리우올림픽 한국대표로 활약했다. 지난해 열렸던 타이베이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는 여자단체전과 여자단식, 혼합복식 등을 석권, 3관왕에 오르며 절정의 경기력을 과시했다.
 

▲ (자카르타=안성호 기자) 전지희가 16강전에서 완승을 거두고 8강에 올랐다.

하지만 전지희는 만족하지 않았다. 유니버시아드 3관왕 직후 소속팀 포스코에너지 김형석 감독과 더불어 자신의 전형에 변화를 주는 모험을 감행했다. 연결력만 가지고는 정상에 설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백핸드를 베이스로 두고, 포어핸드에서도 강한 결정구를 보유하기 위해 상체를 앞으로 당겼다. 그 같은 모험으로 인해 전지희는 지난해 하반기 이름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 못했고, 슬럼프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 지난해 유니버시아드 3관왕에 올랐었던 전지희. 월간탁구DB.

그래도 전지희는 전지희였다. 적응 기간이 끝나자마자 지난해를 결산한 종합선수권대회를 제패하고 강한 위상을 되찾았다. 출전 요건인 귀화 7년의 기간을 채워 마침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한국 국가대표로 나섰다. 이 대회에서 전지희는 에이스로 예선 전승을 이끌며 한국의 6년 만의 4강 복귀에 크게 기여했다. 남북단일팀 코리아의 일원으로도 감격을 함께 누렸다. 공격적인 능력을 한층 보강한 전지희는 이전보다 강해졌고, 이번 아시안게임은 지난 세계선수권에 이어 자신의 강해진 모습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 할름스타드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도 에이스로 한국 여자팀의 4강 복귀를 이끌었다. 월간탁구DB.

전지희는 기대대로 이번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도 맹활약했다. 예선 최대 고비였던 대만전에서, 쉽지 않은 승부가 전망되던 싱가포르전에서도 홀로 2승을 책임지며 한국의 동메달을 이끌었다. 달라진 전지희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승부가 싱가포르와의 단체 8강전 4단식 펑티안웨이(세계랭킹 11위)와의 경기였다. 전지희는 이전까지 펑티안웨이와의 국제무대 상대전적에서 8전 전패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달라진 모습을 마음껏 과시하며 3대 0(11-8, 11-8, 11-8) 완승을 거뒀다. 전지희는 예전의 전지희가 아니었다. 개인전 첫 종목이었던 혼합복식에서 조기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강해진 전지희의 플레이에서는 확실히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 (자카르타=안성호 기자) 단체전에서 맹활약하며 한국의 동메달을 견인했다.

그리고 31일,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에서 계속된 여자단식 16강전, 전지희는 펑티안웨이를 다시 만났다. 단체전에서 이미 국제무대 연패를 끊은 기분 좋은 첫 승을 거뒀지만, 전지희로서는 여전히 긴장될 수밖에 없는 승부였다. 자신의 승리가 단순한 운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도 있었다. 그리고 전지희는 목표대로 다시 승리했다. 그것도 4대 0(13-11, 11-9, 12-10, 11-8)의 완승이었다. 펑티안웨이가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두 번이나 듀스 접전을 벌였지만, 전지희는 더 이상 빈틈을 허용하지 않았다. 전지희는 강해졌고, 강해진 전지희에게는 큰 격차가 나던 세계랭킹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 (자카르타=안성호 기자) 승부처에서 물러서던 과거의 모습은 이제 없다. 메달이 보인다.

개인단식 8강에 진출한 전지희는 이제 더 큰 목표를 노리고 있다. 4강전 상대는 일본의 가토 미유와 북한의 김송이 전 승자다. 둘 다 무시할 수 없는 강자들이지만 현재 전지희의 페이스대로라면 메달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경기를 마친 전지희 스스로도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꼭 메달을 따겠다”며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더 핑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