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TF 월드투어 플래티넘 2018 호주오픈 남자단식 우승

왼손 펜 홀더의 세계적인 강자 쉬신은 코리아오픈에서 실패했다. 판젠동, 마롱(이상 중국) 등이 출전하지 않았고, 1번 시드 디미트리 옵챠로프(독일)는 6개월가량 이어진 재활로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쉬신은 누구보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하리모토 토모카즈, 미즈타니 준(이상 일본), 정영식, 이상수(이상 한국) 등이 그나마 경쟁상대로 꼽혔지만 쉬신은 그들에게도 국제무대 상대전적에서 크게 앞서 있었다. 하지만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대로 쉬신은 그들이 아닌 한국의 ‘영건’ 장우진의 파이팅에 막혀 본선 2라운드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32강전에서 장우진에게 1대 4(8-11, 8-11, 11-5, 11-13, 7-11)로 완패했다.
 

▲ 쉬신은 코리아오픈에서 부진했다. 장우진에게 충격패를 당했었다. 월간탁구DB.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또 하나의 ITTF 플래티넘 2018 호주오픈에서 쉬신은 부활했다. 일본의 아리노부 타이무, 우에다 진, 독일의 프란치스카 패트릭, 다시 일본의 하리모토 토모카즈, 그리고 자국의 후배 류딩슈오를 차례로 꺾고 이변 없이 우승에 성공했다. 쉬신은 올해 월드투어 세 번째 출전 만에 마침내 첫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값을 해냈다. 류딩슈오는 3월 카타르오픈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결승까지 오르며 선전했지만 자국 선배의 포스를 넘기에는 힘에 부쳤다.

결승전만큼 큰 관심을 모은 경기가 실은 하리모토 토모카즈와 맞붙은 4강전이었다. 하리모토는 일본오픈에서 마롱과 장지커 중국의 두 역대급 스타들을 이겼는데, 그런 이유 때문에라도 쉬신으로서는 반드시 이기지 않으면 안 되는 승부였다. 경기 결과 쉬신은 하리모토 토모카즈를 4대 2(11-5, 11-8, 9-11, 11-5, 9-11, 11-7)로 이기고 결승행을 확정했다. 이전까지 국제무대에서 하리모토 토모카즈를 상대로 2전 2승을 기록 중이던 쉬신은 기분 좋은 연승을 이어가며 ‘흔들리는’ 중국탁구를 바로 세웠다. 경기 후 쉬신은 ITTF 오피셜 인터뷰에서 “둘 다 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면서 하리모토를 칭찬했지만 “최근 몇 개월간의 경기와 비교할 때 제대로 투지를 발휘할 수 있었다”면서 경기 결과에 대해 스스로 만족하는 속내를 비쳤었다.
 

▲ 이어진 호주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며 이름값을 해낸 쉬신이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그리고 결승전에서 우승에 대한 간절함은 류딩슈오가 훨씬 더 컸을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월드투어 출전 기회도 몇 번 주어지지 않은 선수이고, 투어 최고 레벨 대회인 플래티넘에서 처음으로 결승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간절함만 가지고 세계 최고 반열에 올라있는 쉬신을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게임 별 경기 내용을 보면 류딩슈오 역시 절대 약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3번의 듀스 접전에서 고비마다 쉬신에게 게임을 내주며 아쉽게 1-4(10-12, 11-4, 10-12, 13-15, 6-11)로 패하고 말았다. 쉬신은 풍부한 경험을 가진 선수답게 고비에서 더욱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포인트를 쌓아나갔다. 1게임 10-10 상황에서는 두 선수에게 똑같이 포어핸드 기회가 있었지만 류딩슈오는 범실을 했고, 쉬신은 그대로 연결하며 12-10으로 승리했다.
 

▲ 뤼딩슈오도 선전했지만 ‘선배’의 경험을 넘기는 역부족이었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가장 큰 승부처였던 4게임에서도 류딩슈오는 6-1까지 앞서가고도 6-6으로 따라잡혔다. 이후에도 류딩슈오가 계속 앞서갔지만 듀스를 허용하고 패하는 패턴을 다시 반복하면서 13-15로 패하고 말았다. 10-8에서 연속 포어핸드 범실로 10-10이 된 상황은 류딩슈오에게 오래도록 아쉬운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4게임 승리로 승기를 잡은 쉬신은 5게임마저 가져가면서 결국 승리하고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다음은 역시 ITTF 오피셜 인터뷰 중 일부다.

“이번 경기는 중국 선수들 간의 시합이었기 때문에 서로에게 익숙했다. 나는 준결승만큼 경기를 잘하지 못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서 상대보다 능숙하게 플레이했다. 아마도 그것이 경험의 차이였을 것이다. 어린 선수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나는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더욱 대담하게 플레이했고, 그 순간 공격을 성공시키면 상대가 받는 충격은 매우 크다.”

쉬신은 이번 우승으로 월드투어 개인단식에서 통산 열세 번째 우승 타이틀을 차지했다. 호주오픈 우승은 지난해 스웨덴오픈 이후 약 7개월여 만에 다시 선 정상이다. 카타르오픈 4강, 독일오픈 준우승, 코리아오픈 16강 등 올해 투어에서 정점을 찍지 못했던 쉬신은 네 대회 만에 비로소 우승했다. 카타르오픈 4강에서는 자국의 판젠동에게 1대 4(6-11, 11-7, 8-11, 9-11, 9-11)로, 독일오픈 결승에서는 역시 자국의 동료 마롱에게 1대 4(9-11, 11-9, 9-11, 9-11, 6-11)로 패했다. 코리아오픈 16강에서는 장우진에게 충격패를 당했었다. 호주오픈은 쉬신이 그리던 하향곡선을 다시 반등 추세로 돌려놓은 대회가 된 셈이다.
 

▲ 쉬신은 아시안게임 대신 오픈대회 연속 출전을 택했다.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사진 국제탁구연맹.

 ITTF 월드투어는 8월에도 다시 이어진다. 레귤러 레벨로 치러지는 불가리아오픈(8월 14일~19일)과 체코오픈(8월 21일부터 26일까지)이 연이어 열린다. 8월은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달이기도 하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탁구경기는 8월 26일부터 9월 초까지 치러지는데 쉬신은 아시안게임이 아닌 오픈대회 출전을 택했다. 자국 에이스 마롱도 마찬가지다.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쉬신이 월드투어에서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8월로 이어지는 투어에서 다시 한 번 정상에 서는 것이 아마도 최상의 시나리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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