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모토 토모카즈, 이토 미마 일본오픈 남녀단식 우승! 코리아오픈에서는?

일본 탁구의 기세가 심상찮다. 이토 미마가 왕만위를 이겼고, 하리모토 토모카즈가 장지커를 꺾었다. 일본 홈그라운드에서 치른 대결이었다고는 해도 남녀단식을 모두 일본이 우승했다는 것은, 그것도 최강을 자부하는 중국 에이스들을 최종전에서 꺾었다는 것은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중국탁구가 개최지 따라 성적에 영향을 받는 수준이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더 그렇다.

일본 키타큐슈에서 10일 끝난 ITTF 월드투어 2018 일본오픈에서 일본이 대회 마지막 경기로 치러진 개인단식을 모두 우승했다. 먼저 치러진 여자단식 결승에서는 이토 미마(세계6위)가 왕만위(세계3위)에게 4대 2(11-7, 12-10, 8-11, 11-7, 6-11, 12-10) 승리를 거뒀다. 이 경기 이전까지 국제무대 상대전적에서 왕만위에게 6전 전패로 밀리고 있던 이토 미마였지만, 자국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는 지난 전적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왕만위를 압도했다. 특유의 속공을 앞세워 초반부터 빠르게 앞서나간 끝에 무난한 승리를 거뒀다.
 

▲ 중국의 강자들을 연파하고 여자단식을 우승한 이토 미마. 사진 국제탁구연맹.

게다가 이토 미마는 준결승전에서도 중국이 많은 투자를 해온 기대주 첸싱통(세계10위)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역시 이전까지 이겨보지 못했던 강자를 자국에서 꺾었다. 나이만 따지자면 이토 미마는 17세, 왕만위는 19세, 첸싱통은 21세다. 모두 여자탁구 미래를 짊어진 주역들이다. 가장 어리지만 국제무대에서는 오히려 가장 많은 경험을 쌓아온 이토 미마가 마침내 중국도 앞서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대회에서 확실히 증명한 셈이다.

남자단식에서는 그보다 더 어린 만 14세의 하리모토 토모카즈(세계10위)가 우승했다. 결승 상대는 장지커였다. 장지커는 랭킹시스템 변경으로 한참 처진 순위에 있지만 그가 세계 톱-랭커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이 막강한 상대에 맞서 하리모토는 4대 3(9-11, 8-11, 11-9, 11-4, 10-12, 11-7, 13-11)의 역전승을 거뒀다. 과열된 분위기를 틈 타 어쩌다 만들어낸 운 좋은 승리가 아니었다. 초반 열세를 딛고, 마지막 게임에서는 9-10으로 매치 포인트까지 내줬던 상황을 뒤집었다.
 

▲ 하리모토 토모카즈가 마롱도, 장지커도 다 이겼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장지커는 직전 중국 선전에서 열렸던 올해 중국오픈에서 하리모토에게 0대 4(8-11, 3-11, 8-11, 6-11) 완패를 당하고 자존심을 구겼었다. 따라서 이번 재대결에서는 남다른 각오와 더불어 많은 준비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이 어린 선수를 넘지 못했다. 엄청난 스피드로 좌우 코스 깊숙이 찔러 넣는 까다로운 랠리스타일에 폭발적인 파이팅까지 더해 상대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하리모토의 위력이 단순한 일회성이 아님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결승 이전부터 이미 큰 화제를 모은 일이지만, 하리모토는 8강전에서 이미 현역 세계 최강자 마롱(6월 랭킹 세계2위)을 꺾었다. 4대 2(11-8, 11-9, 11-7, 3-11, 2-11, 11-6)의 쾌승이었다. 랠리 양상을 단번에 급변시키는 카운터펀치는 마롱의 상징과도 같은 기술이지만, 하리모토는 이 경기에서 상대가 카운터를 도모할 수 있는 여지를 아예 원천봉쇄했다. 이어 스피드와 스피드의 대결이 된 이상수(한국)와의 4강전도 하리모토는 4대 2(11-5, 10-12, 11-4, 11-5, 5-11, 11-9)로 이겼다. 스타일상 상대 전형을 많이 탈 수 있다는 이제까지의 평가가 무색하게 하리모토는 다양한 전형의 강자들을 모두 돌려세우고 우승까지 도달했다.
 

▲ 우승을 확정짓고 환호하는 하리모토 토모카즈. 세계 탁구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이토 미마도 하리모토 토모카즈도 10대 중반 어린 선수들이지만 이미 숱한 국제경험을 쌓아왔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일이다. 벌써 월드투어 우승만 이번 대회로 다섯 번째를 기록한 이토 미마는 2015년 독일에서, 두 번째 정상에 오른 하리모토는 작년 체코에서 이미 최연소 월드투어 우승기록을 썼다. 역대 남녀 최연소 월드투어 우승기록을 모두 일본이 보유했다. 2020년 올림픽을 여는 일본이 자국에서의 올림픽 제패를 목표로 해온 오랜 투자가 마침내 최강 중국까지 제치고 빛을 보는 것일까. 오랜 동안 중국의 독주로 굳어져왔던 세계 탁구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뜻밖의 사태’에 직면한 전문가들은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세계 정상을 지켜왔던 중국이 호락호락 자리를 넘겨주진 않을 것”이라는 거다. 사실 중국 탁구는 아직 건재하다. 이번 일본오픈에는 현역 1위인 판젠동도 최강 펜 홀더 쉬신도 나오지 않았고, 여자부 역시 딩닝, 주위링, 첸멍 등 톱-클래스 선수들이 다수 불참했다. 마롱이나 딩닝 같은 선수들이 자신의 대에서 전성기를 넘겨줄 경우 그동안 쌓아온 숱한 전적들이 ‘무너지는 공든 탑’이 될 것임을 모를 리도 없다. 무섭게 성장한 일본 탁구의 위력을 제대로 실감한 중국이 경계심을 바로 세우게 될 지금부터가 바로 ‘싸움의 시작’이 될 거라는 거다.

당장의 평가와 전망이 어쨌든 분명한 것은 일본이 우승했다는 것. 그것도 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강자들을 모두 꺾고 이뤄낸 성과라는 것. 가능성으로만 존재하던 ‘지각변동’의 조짐이 2020년 올림픽이 열리는 일본에서, 일본 선수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중국의 독주로 흥미가 떨어져가던 세계 탁구에 엄청난 흥행요소가 더해진 것도 사실이다.
 

▲ 코리아오픈에서는 한국 선수들의 반란을 기대한다. 복식 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한 이상수-정영식 조. 사진 국제탁구연맹.

고조된 관심은 그리고, 다음 대회인 코리아오픈에서 절정에 이를 공산이 커졌다. 플래티넘 대회로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전초전의 성격도 갖게 될 코리아오픈은 7월 17일부터 22일까지 대전에서 열린다. 주요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는 평양 챌린지대회를 논외로 하면, 일본오픈 이후 강자들이 맞부딪치는 첫 월드투어다. 일본에서 큰 충격을 받은 중국은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한창 달아오른 일본은 상승세를 유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한국 팬들은 세계 탁구계에 일고 있는 강력한 소용돌이를 현장에서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홈그라운드에서 세계의 강호들을 맞게 될 한국의 선수들도 이왕이면 급변하는 양상에 가세해 판도를 뒤흔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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