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개선 시급, 기업 팀과 대등한 경쟁 목표!!”

<차 한 잔의 대화>

최상호 수원시청 여자탁구단 감독
“구조 개선 시급, 기업 팀과 대등한 경쟁 목표!!”

수원시청 여자탁구단은 2005년 창단한 여자 시·군청부 최강팀이다. 지난해에도 춘계, 추계 회장기 실업대회를 모두 석권했고, 기업 팀들과 겨룬 챔피언전에서도 4강에 오르는 등 강호의 면모를 유지했다. 하지만 실업탁구계에서 시청 팀을 비롯한 관공서 팀들은 역할에 비해 낮은 위상으로 시름하고 있다. 최상호 감독을 만나 실업탁구 전반을 놓고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역할 비해 위상 높지 않은 관공서팀, 구조 개선 필요

▷ 이번호에는 수원시청 여자탁구단의 최상호 감독님을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역시 간략하게나마 지도자 이력을 정리하고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수원 출신으로 계속 수원에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 그렇습니다. 탁구 시작도 수원에서 했고, 서울 대광중․고로 유학했다가 경기대로 들어가면서 다시 수원으로 왔죠. 본격적으로 지도자를 시작한 건 1995년부터예요. 직전 1년간 이천 양정여고에 있었는데, 그 해에 곡선중학교 팀이 생기면서 창단 코치를 맡았습니다. 이후 2003년에 화홍고, 2005년에는 다시 수원시청을 창단하면서 지금까지 왔고요. 제가 서울로 유학한 것은 수원에 중․고 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수원에서 남자 청소년탁구팀은 곡선중, 그리고 화홍고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죠. 제가 모두 창단 지도자고요. 초․중․고를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한 것은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제가 28년간 지도자 생활을 했는데, 그 중 27년을 수원에서 한 셈이네요.

▷ 수원시청도 창단 감독이시죠. 역시 의미 있는 일일 텐데, 우리 탁구계에서는 같은 실업연맹 소속이지만 기업 팀과 관공서 팀은 아무래도 그 비중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자체 팀? 관공서 팀의 역할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 저변확대에 관한 기여가 일단은 가장 크겠죠. 운동을 시작할 때는 어쨌든 미래를 보고 하는 건데, 대학이나 기업 팀들만으로는 진로에 한계가 있으니까요. 고교 졸업 선수들뿐만 아니라 대학 졸업자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하는 면이 있고, 기업에서 일찍 그만두는 선수들 로테이션 측면도 있죠. 관공서 팀들이 없었다면 엘리트 수명은 훨씬 짧아졌을 겁니다. 현재까지만 봐도 작지 않은 역할을 해왔고,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기업 팀은 다섯이고 관공서 팀은 여섯이죠. 오히려 더 많아요. 그런데도 실업연맹은 기업 팀 중심으로만 돌아가고 있고요. 관공서 팀 비중과 지분을 지금보다 좀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말씀대로 역할에 비해 위상이 높지 않다 보니 어려움이 작지 않을 것 같습니다.

▶ 관공서 팀이야말로 성적 비례로 투자하는데 기업 팀들과 경쟁해서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수원만 해도 직장운동부가 14개 종목입니다. 밖에서는 실업탁구팀들과 경쟁하지만 내부에서는 다른 종목들과의 비교를 통해 성적 평가를 받아요. 모든 것이 성적과 직결되므로 감독 입장에서 한시도 여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죠. 무엇보다도 탁구 외 다른 종목들은 대체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팀들이라 무한 경쟁이 가능한 형태지만, 탁구는 전국체전 같은 대회에서 기업 팀들과 싸워야 하는 상황입니다. 탁구는 프로스포츠를 제외하고 기업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제일 많은 종목이에요. 다들 대기업이고요. 아무래도 다른 종목들과의 경쟁에서 탁구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거죠. 당장 수원시청이 육성하는 각 종목에는 국가대표선수들도 많아요. 탁구계가 좀 더 열린 운영으로 관공서 팀들의 성적 부담을 해소하고 좀 더 활성화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 구조적으로 그런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 관공서 팀에 중요한 시합은 아무래도 전국체전이나 도민체전 같은 지역대항전입니다. 종별선수권 우승보다 전국체전 3등이 중요해요. 기업 팀은 그렇지 않잖아요? 기업에서 많은 예산으로 팀을 운영하면서 탁구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인정합니다. 다만 지금 같은 구조를 유지하면서 기업 팀들이 지자체 팀 위에 군림하기보다 별도 리그로 빠져나가주면 관공서 팀들은 훨씬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기업 팀이 지역 연고를 맺는 것은 아마추어는 반드시 지방 협회를 거쳐서 선수등록을 해야 하는 행정 구조 때문이죠. 프로까지는 아직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해도, 세미프로든 다른 형태든 지방협회를 거치지 않고 선수등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할 필요가 있어요. 그럴 수 있다면 기업 팀은 지방에 얽매이기보다 좀 더 국제적으로, 좀 더 큰 목표를 갖고 운영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연고 지역은 전국체전 같은 성격의 대회를 위해 관공서 팀 창단을 추진할 수도 있겠죠. 탁구 저변만을 생각하더라도 긍정적 요소가 많습니다. 실업연맹도 기업 팀들과의 형평성에 얽매이기보다는 큰 틀에서의 활성화를 위해 좀 더 신중히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몇 안 되는 기업 팀만으로 계속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향후에도 기업은 팀이 늘어나기 어려운 현실 아닙니까?
 

▲ 최상호 감독은 실업탁구 경쟁력 향상을 위해 구조개선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자유로운 선수 이적, 한국탁구 경기력 향상과도 직결

▷ 이왕 말씀하셨으니 세미프로리그에 대한 생각도 여쭤보죠. 현재까지는 시·군청 팀이 배제된 채 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 사실이 그래왔죠. 하지만 앞서 얘기처럼 별도로 분리된 리그도 아니고 어차피 같은 연맹 소속으로 진행하는 형태라면 무조건 배제하고 가는 것이 옳은 방향은 아닐 겁니다. 앞서 얘기도 좀 보완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우리끼리 ‘도토리 키 재기’를 하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서 제대로 도전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급선무라는 거죠. 세미프로리그도 마찬가지입니다. 선택을 팀에 맡겨야지 무조건 문을 닫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좀 더 많은 시합으로 경기력 향상을 도모해야 하는 것은 기업이나 관공서나 다르지 않습니다. 시·군청팀도 여건이 되면 뛸 수 있어요. 좀 더 많은 투자로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하지만 여기서도 또한 여건을 갖추기에 벽이 되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적동의서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데,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에서 관공서 팀은 기업 팀에 비해 많은 제약을 안고 있으니까요.

▷ 이적동의서는 그간에도 여러 번 문제제기가 된 만큼 민감한 사안인데요.

▶ 한국탁구는 변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변화는 꼭짓점에 있는 실업에서부터 가져가야 할 거고요. 몇몇 선수에 의존하기보다 더 많은 선수층 확보를 위해 제도도 개선해야 하고, 대회운영시스템도 다양하고 획기적으로 바꿔가야 합니다. 지금은 스파르타식으로 강하게 시켜서 성적을 올리는 시대도 아니죠.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면 주는 것도 받는 것도 바뀝니다. 당장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동기부여가 필요한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문제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탁구는 지금도 선수가 계약이 끝나도 기존 팀에서 동의서를 안 해주면 타 팀으로의 이적이 안 되잖아요. 계약기간 끝나면 자기 평가를 받아서 재계약으로 보상을 받든지 퇴출을 당하든지 확실한 동기부여가 필요한데, 입단하면 그걸로 끝입니다. 초기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기 어려운 관공서 팀 입장에서는 선수 영입으로 전력을 끌어올리는 일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고요.

▷ 각 팀 경쟁 관계 속에서 전력 유지라든가 고려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을 텐데요.

▶ 어느 팀이든 주전급들은 어차피 우선 계약할 수 있으니 뺏기지 않습니다. 주전 외 선수들조차 상황이 다르지 않으니 문제죠. 몇 년 동안 시합도 제대로 못 뛰고 연습파트너만 하는 선수들을 보세요. 다른 팀 가면 에이스로 뛸 수도 있는 선수가 그렇게 선수생활을 접어요. 계약기간 끝나도 다른 팀으로 옮길 수 없으니까. 가능성 있는 선수를 우선적으로 잡으려고만 하지 데려다 놓고 못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겁니다. 시대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여전히 몇 십 년 전 제도를 못 바꾸고 있다면 문제죠. 선수 뺏기면 내가 잘못될까봐 지레 두려워하는 것 외에 이유가 있나요? 지도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해야 하는데 안주하려고만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잘하는 선수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왼손잡이가 필요하면, 또 수비선수가 필요하면 데려올 수 있고, 전력 외라고 판단되면 방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탁구인들이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좋겠네요.

▷ 이적이 자유로워진다고 관공서 팀 전력 향상에 당장 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 그게 다는 아니지만 가능성은 높아지겠죠. 우리 팀만 해도 필요한 선수에게는 투자할 용의가 있으니까. 이건 한국탁구 전체 경기력 향상과도 직결되는 문제예요. 최근 하향평준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강조하지만 동기를 먼저 부여해야 합니다. 계약기간 이후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게 하면 선수들은 자신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할 겁니다. 그게 프로정신이죠. 스스로 뛸 기회를 확보하고, 또 그렇게 업그레이드 시켜 기업 팀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요. 그렇게 각 팀 전력 차를 줄이면 더 치열한 경쟁이 가능할 거고, 한국탁구도 전반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 가지 덧붙여 또 아쉬운 부분이 국내 대회 활성화입니다. 지금까지는 몇몇 선수들 오픈대회 일정으로 국내 대회가 소홀해지는 경우도 있어 왔습니다. 안 그래도 시합을 많이 못 뛰는 선수들은 또 그렇게 경험을 못 쌓고 시간을 허비하죠. 에이스 몇 명에게만 집중해서는 나머지 선수들 기량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탁구계에는 유능한 지도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구조에서 안주한다면 훗날 발전에 기여 못한 이들로 남을 수밖에 없어요. 이 시기를 미루지 말고 모두가 머리를 맞대 각자 역량을 발휘한다면 한국탁구도 다시 옛 영광을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수원시청 여자탁구단은 국내 최고의 팀워크를 자랑하는 팀이다. 밝은 분위기에서 선수들과 대화하는 최상호 감독.

최고의 팀워크!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겠다!

▷ 전반적인 얘기를 하다 보니 정작 팀 얘기를 못했네요. 현재 수원시청 전력은 어떤가요?

▶ 2005년에 창단했으니까 벌써 14년째가 되는군요.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즐거웠던 일과 힘들었던 일들이 순간 스쳐가네요. 나름대로 팀을 운영하면서 매년 큰 차이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실력이 좋은 선수들이나 조금 부족한 선수들이 있을 때도 늘 시즌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일상의 반복이었죠. 작년엔 춘계, 추계대회, 도민체전 등을 우승했고, 기업 팀들과 함께 뛴 챔피언전에서도 4강에 올랐으니 성과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안산시청 전력이 강해져서 조금 부담되지만 올해도 작년 이상의 성과를 목표로 하고 있고, 주장 최문영을 비롯해서 다들 열심히 하고 있으니 가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물론 우리 팀도 현재 시스템에서 안주해선 안 된다는 생각도 하고 있죠. 우리는 이런 현실에 익숙해져 있지만 팀을 운영하는 회사나 프런트에서는 예를 들어 1부, 2부 같은 현 실업탁구 상황을 언제까지 바라봐줄 것인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제도개선이 가능하다면 우리도 좀 더 기업 팀들과의 격차를 줄여서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은 있습니다.

▷ 시 체육회의 지원 상황을 여쭤 봐도 될까요?

▶ 체육회는 올해 배민한 사무국장님께서 부임하셨습니다. 탁구단 단장도 맡게 되시는 건데 잘 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체육회 지원은 적어도 관공서 팀들 중에서는 최고라고 자부할 만합니다. 수원시는 한때 27개 팀까지 운영하던 직장운동부를 2015년 14개 팀으로 구조 조정했죠. 아쉽지만 당시 남자탁구팀도 해체했고요. 지금은 선택과 집중으로, 남아있는 팀들의 업그레이드 과정 중이라고 보면 됩니다. 시 계획은 3년 안에 전 종목 감독, 코치 체제를 목표하고 있죠. 현재는 저 혼자 감독으로 꾸려가고 있는 탁구단도 유능한 코치를 물색하게 될 겁니다. 스포츠단에 걸고 있는 시의 관심과 기대는 매우 높은 편입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수원시 각 종목에는 대표선수들도 적지 않아요. 그리고 아시겠지만 수원에서 탁구는 특별한 종목입니다. 남녀 초·중·고 팀과 성인팀이 다 있는 전국 유일한 지역이니까요. 백상열 수원시탁구협회장님께서 정말 눈물 날 정도로 열심히 하십니다. 목표하고 있는 ‘탁구메카’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시에서 각 학교 팀에 대한 지원도 상당히 많이 하는 편입니다. 우리 팀 역시 기대에 맞게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 말씀하신대로 바람직한 제도개선이 이뤄져서 실업연맹 소속 팀들이 모두 대등한 경쟁을 펼치게 될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합니다. 여자 시·군청 최강팀인 수원시청이 많은 역할을 하게 될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저희도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끝으로 선수들에게 전하는 당부 말씀을 듣고 마무리하겠습니다.

▶ 자랑 같지만 우리 팀은 모든 실업팀을 통틀어 가장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실제로 다른 팀에서 마음에 상처를 입고 적응하지 못하던 선수도 우리 팀에 와서 밝아지고 기량도 올라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선수들 모두 최선의 팀워크를 위해 화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죠. 저 또한 감독으로서 선수들 모두가 좋은 분위기에서 가진 기량을 부담 없이 풀어놓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는 마음뿐입니다. 당부라기보다는 충분한 기회를 줄 테니 원 없이 해보라는 말을 하고 싶네요. 계속 지켜보며 응원해주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정리_한인수 | 사진_안성호 (월간탁구 2018년 4월호_매거진 공유 기사입니다)
 

▲ 선수들과 함께 선 최상호 감독. 시·군청부 정상 수성은 올해도 1차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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