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할름스타드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코리아’가 이번 대회 처음이자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우리는 한 팀이다.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내내 좋은 컨디션으로 팀의 연승을 이끌던 전지희(세계35위)였지만 처음 만나본 이토 미마(세계7위)의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했다. 핌플러버를 이용한 이토 미마의 백 푸시는 빠르고 집요하게 전지희의 포어 코스를 파고 들었고, 전지희는 이렇다 할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내리 세 게임을 내줬다. 게임을 거듭하면서 따내는 스코어는 늘었지만 승부를 되돌리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 있었다. 전지희는 이번 대회 첫 패배를 일본과의 4강전 이토 미마에게 당했다. 0대 3(2-11, 8-11, 9-11) 완패였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전지희가 이번 대회 첫 패배를 하필이면 일본전에서 당했다.

마지막도 좋지 못했다.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출전한 양하은(세계27위)은 히라노 미우(세계6위)의 강한 백핸드를 이겨내지 못했다. 세 번째 게임을 역전으로 따내며 잠시 희망을 키우기도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히라노 미우의 스피드를 따라가기에는 양하은의 준비가 너무 느렸다. 1대 3(4-11, 5-11, 11-9, 6-11)! 이번 경기 이전까지 히라노 미우와의 국제무대 상대 전적에서 3전 전패를 기록하고 있었던 양하은은 패배 기록만 하나 더 늘렸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양하은이 끝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코리아’의 의지를 보여준 선수는 2단식에 나온 수비수 김송이(세계49위)였다. 일본 에이스 이시카와 카스미(세계3위)와 맞선 김송이는 치열한 풀-게임접전을 펼쳤다. 첫 게임을 내줬지만 상대 패턴을 파악한 뒤부터는 내내 시소게임을 전개했다. 까다로운 회전의 커트와 허를 찌르는 역습을 바탕으로 상대의 빠른 공격에 맞서 마지막까지 팽팽한 균형을 이뤘다. 최종 5게임은 듀스만 다섯 번을 반복했다. 끝내 2연속 실점을 허용하고 돌아섰지만 동료들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던 선전이었다. 접전 끝에 당한 김송이의 2대 3(5-11, 11-6, 8-11, 13-11, 14-16) 패배보다는 기선을 잡지 못하고, 기회를 이어주지 못한 1, 3단식의 내용이 훨씬 더 아쉬웠다. 이번 대회 ‘코리아’의 처음이자 마지막 승부는 그렇게 끝났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아깝게 패한 김송이. 이기고자 하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극적으로 구성됐던 남북 여자탁구 단일팀 코리아가 막강한 전력의 일본에 0대 3 완패를 당했다. 4일 저녁 여섯 시(한국 시간), 스웨덴 할름스타드 아레나에서 치러진 2018 세계탁구선수권대회 4강전에서 남측의 전지희와 북측의 김송이, 그리고 다시 남측의 양하은이 팀을 이뤄 차례로 출전했지만 일본의 톱-랭커들 이토 미마, 이시카와 카스미, 히라노 미우에게 한 매치도 따내지 못했다. 급작스럽게 추진된 단일팀으로 맞서기에는 일본이 너무 강했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남북 코칭스태프가 힘을 합쳤다. 다음에는 좀 더 잘합시다.

이로써 남북단일팀 코리아는 이번 대회 일정을 모두 마쳤다. 비록 결승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남측은 6년 만에 4강에 복귀했고, 북측 역시 2016년 대회에 이어 2연속 4강을 달성한 것으로 만족했다. 성적을 떠나 27년 만에 재현한 ‘작은 통일’은 전 세계 스포츠인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안겼다.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추진될 것이 유력한 단일팀의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도 작지 않은 의미가 있었다. 좀 더 일찍 추진하고 좀 더 일찍 준비할 수 있다면 좀 더 잘 싸울 수 있을 거라는 바람도 남겼다.

대회가 마무리됐지만 단일팀 선수들은 그대로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어깨를 걸고 손을 흔들며 기념촬영을 했다. “코리아, 파이팅”이라고도 외쳤다. 이별이 아쉬운 듯 선수들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북측 김남해는 남측 서효원을 뒤에서 껴안기도 했다. 남측 유은총이 김송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북측 차효심은 “(헤어지는 게) 서운합니다”라고 했다. 유은총은 “이제 떨어지게 돼 아쉽다. 그렇지만 슬픈 분위기는 아니었다. 또 볼 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경기가 마무리됐지만 단일팀 선수들은 그대로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선수들은 ITTF가 준비한 대형 한반도기에 각자 이름을 적어 넣었다. 한 명씩 받은 소형 한반도기에도 서로 이름을 써서 나눠 가졌다. 북측 김송이는 남측 유은총에게 ‘김송이 바보, 유은총 언니’라고 적었다. 전날 연습 때 유은총이 김송이를 이겨 ‘바보’라고 놀린 걸 상기시킨 것이다.

안재형 감독은 “선수들은 열심히 최선을 다해줬다. 두 번째 단식이 아쉽다. 앞으로도 함께 연습하고 하면 전력이 상승해서 일본과 중국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명 감독은 “아쉽지만 다들 잘했다. 모두 고생 많았다”고 했다.

이번 대회는 3-4위전이 없다. 할름스타드에서의 남북단일팀 코리아 선수들은 여자부 결승전 후 진행될 시상식에서 엔트리에 포함된 9명의 선수들 모두 시상대에 올라 또 한 번의 각별한 감동을 전하게 될 예정이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승부와는 별개로 좋은 선례를 남긴 코리아다.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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