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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탁구선수권 남북 여자탁구 단일팀 ‘코리아’ 결성남북대결 30분 전 극적 합의, 27년 전 감격 재현
한인수 기자  |  woltak@wolta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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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03  18: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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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움의 연속이다. 남북의 선수들이 하나가 됐다. 한반도에 일고 있는 평화의 물결이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도 흘러 넘쳤다.

남북한의 맞대결이 예정돼 있었던 2018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 8강전에 ‘대결’은 없었다. 장내 아나운서가 경기 시작을 알리고 양측 선수들을 소개하는 것까지는 변함이 없었으나 선수들은 라켓을 들고 나오지 않았다. 시합을 하는 대신 따뜻한 악수와 포옹을 나누며 서로의 정을 확인했다. 장내 아나운서가 어리둥절해 하는 관중들에게 경과를 알렸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대결은 없고, 악수만 있었다. 관중석에서 이를 지켜보는 남자선수들의 모습도 보인다.

“본래대로면 8강전을 치르고 두 팀 중 한 팀이 준결승에 올라가야 하지만 이 순간부터 남과 북은 시합을 하지 않고 하나의 팀으로 뛰기로 합의했다. 하나의 팀으로 4강에 올라간다.”

2018 할름스타드 제54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단체전)에 출전하고 있는 남한과 북한이 여자단체 남북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예선 D그룹 1위로 8강에 직행한 남측과 16강전에서 러시아를 완파하고 8강에 올라간 북측은 애초 3일 오후 다섯 시(한국 시간) 8강전을 벌이기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대결에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양측 협회는 국제탁구연맹(ITTF)의 협조를 구해 한 팀을 구성하는 길을 택했다. ITTF 역시 남북단일팀이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가치를 인정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남북은 단일팀의 이름으로 함께 동메달을 확보했다. 남측은 2012년 도르트문트 대회 이후 6년만의 4강, 북측은 직전인 2016년 쿠알라룸푸르 대회에 이어 2연속 4강을 기록하게 된 셈이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판 접으시죠! 우리는 이제 한 팀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극적인 역사가 일사천리로 만들어졌다. 양측 협회와 ITTF는 단일팀 구성과 관련하여 최우선적으로 양측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동의를 구했다. 단일팀 구성 조건으로 선수 피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현재 참가 중인 남측 5명, 북측 4명을 모두 포함한 엔트리를 구성키로 했으며, 팀 명칭은 평창 동계올림픽 사례를 준용하여 KOREA(COR)로 표기하고 입상 시 선수 모두에게 메달을 부여하기로 했다. 국기는 한국과 북한 기를 공동으로 게양하고 유니폼은 시간상 양측이 현재 착용하고 있는 복장 그대로 경기에 임하기로 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선수들은 남측 서효원, 양하은, 전지희, 김지호, 유은총 등 5명, 북측 차효심, 최현화, 김남해, 김송이 등 4명이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남북단일팀 코리아!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탁구는 남북 체육교류의 상징이었다.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때 사상 첫 단일팀을 구성해 46일간 합숙훈련으로 호흡을 맞췄다. 결국 여자 단체전에서 세계 최강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 과정은 ‘코리아’라는 영화로도 제작됐을 만큼 적어도 스포츠 남북교류에 관한 한 최고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27년 전 감격을 재현할 수 있을까. 인사하는 양측 감독. 남 안재형, 북 김진명 감독.

그 후에도 탁구는 꾸준히 남북교류를 위해 노력해왔다. 2002년 남한 부산에서 열렸던 아시안게임에서는 단일팀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합동훈련으로 친선을 다졌고, 2011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던 피스 앤드 스포츠컵에서는 남북 선수들이 함께 복식조를 꾸려 유승민-김혁봉 조가 남자부 우승을, 김경아-김혜성 조가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었다.

피스 앤드 스포츠컵은 국제 스포츠 평화교류 비정부기구인 ‘평화와 스포츠(Peace and Sports)’가 제안했던 국제 친선 스포츠 대회다. 분쟁국 선수들이 함께 어울려 경기에 나서도록 하는 방식이었는데, 남북선수들이 힘을 합친 ‘코리아’의 복식조가 바로 그 첫 대회의 주인공이었다. 피스 앤드 스포츠컵에서 선수로 뛰었던 유승민 IOC위원이 이번 대회에 남측 선수단장으로 참가해 양측 교류를 적극 매개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남북단일팀이 현장에서 전격 성사된 데에는 유승민 IOC위원, 주정철 북한선수단장(북한탁구협회 서기장) 등 남북 탁구협회의 적극적인 소통과 ITTF의 전폭적인 지지가 큰 힘이 됐다. 이미 탄탄하게 쌓아온 양측의 신뢰가 바탕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는 양측 주장 서효원과 김송이.

지난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올 여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북단일팀 구성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대회에서 보여주고 있는 남북 탁구의 움직임은 또 다른 종목 단일팀 구성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지바 대회 이후 27년 만에 또 하나의 ‘작은 통일’을 실현한 탁구는 더욱 확실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메달을 향한 도전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를 통한 평화의 상징으로서 또 한 번 크나큰 역할을 하기 시작한 탁구다.

참으로 극적으로 구성된 이번 대회 남북단일팀의 첫 경기는 우리 시간으로 4일 밤 9시 30분에 예정돼 있는 여자단체 4강전이다. 3일 저녁 치러지는 일본-우크라이나 전 승자가 상대다. 전력상 일본이 올라올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세계 2강’을 자처하고 있는 강호다. 2014년과 2016년 대회 모두 중국과 결승 대결을 벌이고, 두 대회 연속 준우승에 올랐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시카와 카스미(세계3위), 히라노 미우(세계6위), 이토 미마(세계7위) ‘3총사’가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4강으로 만족하고 싶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각별한 감격을 경험한 코리아의 선수들이 빠르게 전열을 정비해야 하는 이유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양하은과 김송이의 포옹. 국제무대에서 자주 만난 둘은 이미 절친이다.

김진명 북한 여자팀 감독과 함께 단일팀 코칭스태프로서 중책을 맡게 된 안재형 감독은 “(아마도 올라올 것으로 보이는) 일본은 매우 강한 팀이다. 플레이 스타일이 상극이어서 우리 선수들이 중국 이상으로 어려워한다. 하지만 스포츠에서 이길 수 없는 승부라는 건 없다. 단일팀을 이루면서 선수들의 사기도 더욱 높아졌고, 시너지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남은 시간 열심히 분석해서 결승 진출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단일팀 ‘코리아’가 4강전을 넘는다면 남측은 단체전과 개인전이 분리되기 전인 1995년 제43회 대회에 이어 무려 23년 만에 ‘세계 2강’을 탈환하는 셈이 된다. 코리아는 1991년 대회 이후 27년 만에 결승 도전을 재현한다. 이번 대회 운명을 건 준결승전은 우리 시간으로 4일 밤 9시 30분에 시작된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함께 어우러진 선수들. 이제 다시 긴장하고 4강전을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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