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열전> 아이언맨 VS 배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SNS에 올린 그림.

몇 달 전 영화 아이언맨 주인공인 배우 로버트 다우니주니어의 SNS에 재미있는 그림 하나가 올라왔다. 슈퍼 히어로인 아이언맨과 배트맨이 경쟁하듯 돈을 마구 뿌려대는 가운데 스파이더맨이 바닥에 떨어진 돈을 허겁지겁 줍고 있는 그림이었다. 최근 몇 년간 잇달아 개봉되었던 미국발 히어로 영화를 빼놓지 않고 본 사람들이라면 웃음을 터뜨렸음직한 이미지였다. 평소 재벌의 삶을 사는 아이언맨과 배트맨, 그리고 슈퍼 히어로의 존재를 감춘 채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는 스파이더맨을 희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언맨과 배트맨은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의 대표적인 갑부 히어로이다. 수많은 히어로들이 있지만, 갑부라는 캐릭터가 겹치면서 종종 비교되며 흥미의 대상이 되곤 한다.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

미국 코믹스 산업의 양대 산맥으로 손꼽히는 두 회사의 역사는 193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마블 코믹스(캡틴 아메리카, 헐크,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엑스맨, 토르, 블레이드, 판타스틱4 등)는 월트디즈니 컴퍼니의 자회사 출판부 소속이며 DC 코믹스(슈퍼맨, 배트맨, 원더 우면, 그린 랜턴, 캣우먼, 플래시맨 등)는 워너브러더스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출판부 소속이다. 둘 다 영상물을 만드는 회사를 모회사로 두고 있으니 코믹스가 인기를 얻을수록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영화로까지 영역을 넓혀 나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이 두 회사는 미국 코믹스 산업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막강한 인기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그 속의 히어로들도 다양한 이야기를 축적하고 있으며 캐릭터들이 코믹스 북 안에서 여러 작품을 넘나들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세계관이 형성되었다. 이를 각각 ‘마블 유니버스’와 ‘DC 유니버스’라고 부르는데 예를 들면, 헐크가 같은 마블 코믹스에 연재 중인 스파이더맨에 등장한다든지, 슈퍼맨이 마찬가지로 DC코믹스에 연재 중인 원더우먼에 모습을 보이는 식의 에피소드가 생겨나면서 같은 코믹스 북에 연재되는 히어로들이 공통의 목표나 적을 무찌르기 위해 힘을 합치는 일이 빈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마블 코믹스의 팀을 ‘어벤져스’, DC 코믹스의 팀을 ‘저스티스 리그’라 부른다.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의 대표적인 갑부 히어로.

 

슈퍼 히어로가 되다

수많은 슈퍼 히어로가 존재하지만 유독 아이언맨과 배트맨이 자주 비교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앞서 말했듯 각 코믹스의 대표적인 재벌 히어로이기 때문이다. 외계인인 슈퍼맨이나 약물의 힘으로 초능력을 갖게 된 캡틴 아메리카 같은 캐릭터와는 달리 아이언맨과 배트맨은 사실상 막강한 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평범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사실 아이언맨 수트를 직접 만든 토니 스타크나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갖춘 브루스 웨인을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라 부르기엔 무리한 점이 있긴 하지만 그들이 재벌이 아니었다면 최소한 악당들을 물리치기 위해 직접 몸으로 나서 싸우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소리다.

사람들의 호기심이란 모두 비슷비슷한 건지 세계적인 경제잡지 포브스에서조차 이 두 사람의 재산을 직접 책정한 적이 있었고(고담 시에서 사업을 하는 브루스 웨인보다 전 세계를 상대하는 토니 스타크가 당연히 더 갑부인 걸로 결론이 났다) 미국의 영화잡지 클레버 무비에서도 두 사람이 슈퍼 히어로가 되기 위한 비용을 책정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배트맨이 되려면 수트와 탈것, 무기 등을 준비하는데 총 한화 7,800억 원, 아이언맨은 다양한 수트에 컴퓨터 시스템 가격 등을 포함해 총 1조 6,700억 원이 있으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뜻밖에 놀라운 초능력을 갖게 되어 스파이더맨이 되겠다고 결심한 후 골방에서 직접 수트를 만들고 꿰매던 피터 파커를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토니 스타크와 부르스 웨인.

토니 스타크와 브루스 웨인

그러나 이들을 그저 금전적 수치만으로 비교하고 그치기에는 흥미로운 점들이 너무나도 많다. 먼저 토니 스타크는 뛰어난 두뇌를 소유한 천재 공학자다. 군수 산업체인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소유자이지만 직접 경영을 하는 일은 미뤄두고 연구실에서 자신의 조수 역할을 하는 슈퍼컴퓨터 자비스와 함께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내는 일에 더 열을 올린다. 한편 배트맨 수트를 벗은 브루스 웨인은 웨인 프라이즈의 최고 경영자가 된다. 비록 배트맨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껄렁껄렁한 한량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더 많지만 말이다. 토니 스타크처럼 직접 무언가를 만들거나 하는 일은 드물지만, 그에게는 만능 집사인 알프레도와 말만 하면 뭐든 만들어주는 루시우스가 있으니 걱정 없다.

재벌가에서 태어나 자신과 같은 천재 아버지를 두었던 토니 스타크에게 어두운 과거란 존재하지 않는다.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되어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원자로를 가슴에 담고 다녀야하지만 덕분에 아이언맨이 되는 계기가 만들어졌을 뿐이다. 천진하고 악동 끼가 다분해 어린 아이 같은 느낌이 강한 토니 스타크에 비해 브루스 웨인은 어릴 때 직접 부모의 죽음을 목격하고 일찍부터 애늙은이 같은 성격을 갖게 되어버린 음울한 캐릭터다. 대표적인 다크 히어로라고 불릴 만큼 언제나 고독하며 수많은 갈등과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그런 두 사람의 성격 차이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토니 스타크는 자신이 바로 아이언맨인 것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지만, 배트맨은 늘 수수께끼의 존재이며 그에게 보호를 받는 고담 시의 시민들조차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배트맨이 과연 선한 존재인지 매일 물음표를 던진다.

 

아이언맨과 배트맨이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아이언맨 VS 배트맨

만화나 영화 속의 슈퍼 히어로는 언제나 우리에게 많은 즐거움을 준다. 특히 아이언맨과 배트맨이야말로 최근 우리 가슴을 가장 설레게 하는 캐릭터다. 함께 두고 비교하면 재미있는 이 두 히어로의 맞대결이 성사된다면 누가 이길까 하는 질문엔 많은 사람이 아이언맨의 손을 들어줬다. 아니, 그보다 아이언맨 수트의 손을 들어줬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주로 수트만 입은 채 격투기로 적과 싸우고 강력한 무기는 자동차나 바이크에나 장착한 배트맨에 비해 아이언맨은 수트를 입는 것만으로 대기권 가까이까지 날아가거나 그에 장착된 무기로 적을 소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상은 상상일 뿐 두 캐릭터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는 모습은 절대로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다. 세상의 정의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각자의 수트를 입은 두 캐릭터는 말 그대로 사람들을 위한 ‘착한 히어로’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입은 수트의 무게가, 또는 가격이 얼마이든지 간에 말이다.

(월간탁구 201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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