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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화 렛츠런파크 감독“한국탁구의 신명나는 2018년을 기대합니다!”
안성호 기자  |  spphoto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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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8  15: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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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의 대화>

현정화 렛츠런파크 감독
“한국탁구의 신명나는 2018년을 기대합니다!”


지난달 강원도 인제에서 열린 ‘현정화·양영자배 생활체육 오픈 탁구대회’는 타이틀을 수식하는 두 스타의 이름 때문에 남다른 무게감이 있었다. 올해는 서울올림픽이 열린지 30주년이 되는 해여서 더 각별했다. 현장을 찾았던 현정화 렛츠런파크 감독에게 양해를 구해 따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현 감독은 “내년이면 50대”라며 가벼운 웃음으로 얘기를 시작했다.
 

   
 

연속성 갖춘 대회로 꾸준히 발전하길

  ▷ 인제에서의 생활체육대회에 특별한 이름들이 수식됐네요. 주인공 중 한 분으로서 소감을 우선 듣고 싶습니다.
  ▶ 감사하죠. 여전히 이렇게 기억해주시고 역할을 만들어 주시니까요. 최근에 이런 식으로 엘리트 선수 이름을 수식하는 대회가 많이 열리는데, 이왕이면 이런 대회들이 탁구 저변을 확대해나가는데 보다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 탁구계는 지나치게 엘리트 위주였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어요. 실업이나 대표팀에만 너무 의존해왔던 건 아닌가, 그런 시스템이 한계에 와있진 않나 하는 거죠. 많은 동호인 분들이 즐겁게 운동하는 생활체육대회장에서는 그런 생각이 더 많아집니다. 이렇게 든든한 기반이 있는데 말이죠. 좀 더 유연하고 적극적인 어떤 상황이 탁구계에 펼쳐지면 좋겠어요.

  ▷ 지역 연고는 아니신 것 같고, 대회를 함께 하게 된 경위가 궁금하네요.
  ▶ 이해관계가 잘 맞은 거죠. 인제군은 지역 홍보를 위해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고자 했고, 우리야 탁구대회가 많아서 나쁠 이유가 없으니까요. 인제군은 인구 5만이 되지 않는 작은 지역이지만 문화유적도 많고 태백산맥이 지나는 관광자원도 많은 곳입니다. 하지만 지리적 형편상 숙박보다는 잠깐씩 들렀다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충북 단양처럼 스포츠 행사 유치로 더 많은 사람을 오게 하고 머물게 하자는 거였죠. 작년 상반기에 먼저 협약을 맺었고, 이후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내다가 ‘현정화‧양영자배’로 추진해보자는 결론을 냈던 겁니다. 복식 금메달을 땄던 서울올림픽이 곧 30주년인데 그 기념의 의미도 담을 수 있고요. 물론 영자(양) 언니도 기쁘게 수락했습니다. 인제군이 스포츠 마케팅 정책 추진을 결정한 이후로 대회 개최는 전 종목 통틀어 탁구가 처음입니다.

  ▷ 현장에서 직접 대회를 보면서는 어떤 느낌이 드셨는지, 이 대회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했으면 하는지도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생활체육 대회장에 갈 때마다 탁구인구가 참 많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이렇게 열성적인 팬들이 있는데 뭐를 해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 팬들은 준비가 돼있는데 일하는 사람들이 더디다면 문제가 있죠. 실제로 지금까지 그래왔고요. 우리가 잘해야죠. 인제대회는 이제 첫 대회를 열었으니 일회성으로 그치지 말고 계속해서 발전해나가는 대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체육관도 탁구대회 열기에 아주 적당한 규모더라고요. ‘현정화‧양영자배’를 걸고 하는 만큼 꾸준히 좋은 대회가 이어질 수 있도록 저도 열심히 도울 생각입니다.
 

   
▲ 강원도 인제에서 뜻깊은 탁구대회를 열었다. 현장에 함께 했던 두 스타.

전성기? 모두가 일치했던 의지에서 나왔다

▷ 좀 다른 얘기를 해보죠. 경기장에 당시 메달이나 유니폼도 전시돼있더군요. 방금 말씀하셨지만 서울올림픽 치른 지 벌써 30주년입니다.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 그러게요. 시간이 언제 이렇게 지나갔을까요? (웃음) 문득 문득 생각해보면 벌써 30년인데 그동안 뭐하고 살았나 싶어요. 사실 계속 탁구만 해왔는데 뭔가 남긴 게 없는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고요. 좀 더 잘하고 싶었는데 상황도 여의치 않았고, 경험도 부족했습니다. 사실 이제 탁구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도 많이 남아있지 않아요. 올림픽 때 스무 살이었어요. 30년 지났으니 오십입니다! (웃음) 남은 시간이 현역으로 길어야 십년? 거기까지 가서도 안 되겠죠. 후배들에게도 기회가 필요하니까요. 그럼 한 5년 안에 탁구계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우리 힘으로? 좀 더 열심히 해야죠.

  ▷ 일선에서 계속 선수들 지도했고, 임원으로도 여러 활동을 해오셨는데 남긴 게 없으시다니요. (웃음) 현역 지도자로서 한국탁구의 현재를 평가해주시죠.
  ▶ 전에 비해 많이 도태된 걸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콕 집어 누구 잘못이라 탓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지나치게 과거에 집착했던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작은 성적이라도 선수들에게는 첫 메달이고 뜻 깊은 기쁨이고 했을 텐데, 과거와 비교하면서 너무 아무렇지 않게 치부하고 의욕을 꺾었던 건 아닐까. 처음부터 최고 위치에서 시작하는 선수는 없는데 말이죠. 분명한 건 한국탁구는 저력이 있다는 겁니다. 집착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 지금 중요한 건 메달 색깔이 아니라 우리 터전부터 단단하게 다지는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금메달을 강조할 게 아니라 하고자하는 의욕부터 심어줘야죠.

  ▷ 80년대 중·후반 무렵은 정말 한국여자탁구의 전성기였습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뭐였다고 생각하시나요?
  ▶ 그때는 지도자의 노력, 협회의 노력, 선수들의 노력, 이런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일치가 됐었다는 게 중요합니다. 올림픽이 계기였던 건 맞는데, 한 마디로 집중력이 있었다고 해야겠네요. 협회는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이 이 선수들을 키워서 올림픽을 잘해봐야겠다는 의지로 뭉쳐 있었어요. 당연히 선수들도 확실한 목표를 갖고 훈련했죠. 저나 영자 언니나 차옥(홍)이, 또 다른 대표들도 거의 훈련원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국내대회든 국제대회든 대회 끝나면 집이나 팀이 아니라 다시 선수촌으로 갔습니다. 지금 선수들이 ‘D-365’를 보면서 훈련하는 걸 상상할 수 있겠어요? 우리는 그렇게 했어요. 그럴 수 있는 여건이었고요.

  ▷ 또 한 가지 궁금한 건 목표 이후입니다. 올림픽도, 세계대회도 금메달 따면 한 풀 접을 만도 했을 텐데 계속 열심히 한 이유? 그럴 수 있었던 힘은 뭐였을까요?
  ▶ 처음에야 개인의 목표를 갖고 시작했지만 언젠가부터 그런 차원을 넘게 되더라고요. 그게 태극마크였고, 국가관이었죠. 지금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당시 금메달을 따야 하는 목표가 절대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었어요. 금메달 딸 때마다 늘 감사하다는 생각이 먼저였죠. 응원해주고 관심 보여주고 하는 분들께 너무 감사해서 이런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또 따게 되고 또 좋아해주시고 그런 게 좋아서 또 열심히 하고 그랬죠. 전에도 말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94년 초 은퇴한 이유가 실은 더 이상 우승을 못할 것 같아서였어요. 탁구에 많은 변화가 오기 시작하던 시기였잖아요. 룰도 바뀌고, 공도 커지고 핌플에 불리한 요인들이 너무 많이 생겼죠. 더 이상은 내 탁구로 기쁨을 드릴 수 없겠다는 확신? 지금도 은퇴시기에 대한 후회는 없습니다.
 

   
▲ 80년대 중·후반 한국여자탁구는 전성기였다. 올림픽을 제패한 환상의 복식조!

어린 선수들에 대한 투자 좀 더 집중해야

  ▷ 그렇다면 그 시절에 그렇게 열심히 했던 선수들과 요즘 선수들하고 비교를 해보면 어떨까요? 어떤 차이가 있나요?
  ▶ 차이는 말할 것도 없죠. 단적으로 말해서 지금 현역 선수들에게는 당시 선배들이 감당해냈던 ‘극한’이라는 게 없어요. 아무래도 나는 내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 나라고 처음부터 그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었겠어요? 훈련을 통해서 만들어간 거죠. 체력훈련을 바탕으로 몸도 빨라지고, 힘도 생기는 거고, 스윙스피드도 빨라지는 거죠. 체력이 좋아야 정신력도 강해져요. 생각해보세요. 내가 서브가 좋기를 했어, 파워 드라이브가 있기를 했어, 거기다 펜 홀더였지, 솔직히 펜 홀더 백코스로 몰면 쥐약이에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 와중에 뭔가를 해내려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몸을 빠르게 만들어야 했겠어요.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해냈는지 모를 만큼 정말 치열하게 한 거예요. 극한을 넘어야 가능했던 일이니까. 그 시절에는 나뿐만이 아니고 다들 그렇게 열심히 했습니다.

  ▷ 현재 한국탁구는 중국은 둘째 치고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독일, 루마니아 등등 다른 강국들과도 버겁게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 전력이 약화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 확실히 예전 선배들이 지금보다 잘했어요. 그때는 커트, 쇼트 등등 이런 디테일한 기술도 잘 구사했고 작전 가지고 싸웠죠. 지금 선수들은 미안한 말이지만 특별한 기술도 없고, 작전도 눈에 띄지 않고…. 핵심은 공격력 부재에 있어요. 이기려면 포어로 돌아서서 선제공격을 해야 합니다. 저는 연습 때 돌아서는 훈련을 천 번씩 했어요. 그러면 시합 때 육칠백 번은 돌아설 수 있어요. 그 횟수에 따라 이기고 지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선수들 보세요. 다 셰이크죠. 셰이크라고 공격 안 하고 이길 수 있나요? 연습 때 보세요. 좀 과장해서 중학교 때부터 보스커트만 하고 있어요. 약해진 이유는 간단하죠. 이기는 탁구를 하지 않고 있는 것. 물론 탁구 외적으로도 요인은 많죠. 성적에 급급해 귀화 선수 들여오는 동안 주니어 육성 게을리 한 것도 분명 있고, 한두 가지 이유로 이렇게 된 건 아닐 겁니다.

  ▷ 그렇다면 한국탁구가 전성기 때의 위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냉정하게 말해서 현재 시니어에 있는 선수들 자원 가지고는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스타일이 굳어버렸으니까. 물론 이 선수들에게도 지속적인 투자와 시합 출전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병행해서 그 아래 우수자원들에게 좀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집중 투자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선발을 거쳐서 대표단에도 합류시키고, 훈련 양도 늘리고, 시합도 내보내고 그렇게 계속 하면 분명 올라오는 선수들이 있을 거예요. 또 하나 중요한 건 그 선수들 좀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지도자, 목표가 있는 지도자, 아시다시피 탁구는 같이 좀 뛰어줘야 해요. 말로만 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같이 호흡하고, 같이 뛸 수 있는 젊은 지도자들을 멘토로 붙여야 합니다. 사실 우리는 선수도 선수지만 지도자 육성도 너무 게을리 하지 않았나 싶어요. 젊고 잘할 수 있는 지도자 자원들 지금 다 어디 가있어요? 협회에서 뭐라도 대우해주고 꿈을 키울 수 있게 해줘야지 꿈이 있다고 풀만 먹고 살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대우를 해주면서 책임과 의무를 지워줘야죠.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고, 어쨌든 결론은 현재를 유지하면서 가되 좀 더 길게 보고 어린 선수들을 집중 육성하는 쪽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거라고 봅니다.
 

   
▲ 현정화 감독은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말한다.

새로운 한국탁구의 시작점을 위해

  ▷ 말씀대로 문제점들 일일이 얘기하기에는 짧은 지면이 아쉽네요. 또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리하는 차원으로 관련해서 감독님 향후 계획이나 목표를 들을 수 있을까요?
  ▶ 저는 제 이름에 걸맞게 탁구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은 사람이에요. 한국탁구가 이렇게 어려워진 것도 누구보다 가슴 아픈 사람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를 포함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때는 아니죠. 아까도 말했듯이 아직 늦지 않았다, 늦지 않았다면 시작을 해야죠. 지금 일본이 중국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는데 그들도 처음부터 잘하진 않았을 거고, 뭔가 계기가 있지 않았겠어요? 그 시작점을 찾고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죠. 제 나이도 이제 50대로 들어서는데 이제는 그런 상황, 환경, 혹은 기구를 만들고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겠죠. 최일선에서 뭐를 하겠다 하는 건 이제 공언에 가까울 거고요. 솔직히 요즘은 어디다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지 개인적으로 좀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데, 저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다면 어쨌든 또 열심히 하게 되겠죠.

  ▷ 렛츠런파크 감독 입장에서 하실 말씀은 없으세요? 실업연맹 리그 관련한 얘기들도 또 들리고 있는데요. 이 질문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바쁜 와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 우리 팀도 벌써 22년째입니다. 그동안 부족한 가운데서도 나름 잘 지켜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객관적으로 우리 팀에는 그동안 1, 2장보다는 3장, 혹은 4장급 선수가 입단해왔죠. 그 선수들 데리고 국가대표 만들었을 때 보람은 상상 이상이에요. 그동안 선수들도 잘 따라줬고 지도자들도 잘 해줬죠. 저는 우리 팀이 3등, 4등 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목표 잊지 말고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는 가져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 같이 더 큰 보람을 만들었으면 해요. 감독으로서 잘 끌고 가야죠. 그리고 실업리그 말씀하셨는데 내년(올해)엔 반드시 열게 될 겁니다. 아시안게임 끝나고 두 달 정도 일단은 작게라도 시작하자는 합의를 본 상태입니다. 인제 대회로 시작했으니 마무리도 그렇게 하죠. 생활체육 동호인 분들은 모두 잠재적인 탁구팬 분들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재미있는 리그를 만들고, 그 분들이 오셔서 함께 응원하고 환호해주시면 그게 또 새로운 한국탁구의 시작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2018년은 한국탁구가 좀 더 신명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사진/정리 | 안성호/오정수 (_매거진 공유 기사입니다)
 

   
▲ 렛츠런파크는 올해 창단 22년째를 맞았다. 선수단과 함께 선 현정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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