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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는 여인들라이벌 열전> 제인 오스틴 vs 브론테 자매
서미순 기자  |  redri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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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31  1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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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에 가입된 동안에도 유로화와 더불어 파운드화 사용을 병행했던 영국에서 올해 새로운 형태의 동전을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2파운드짜리 동전에는 소설가 제인 오스틴을 새겨 그녀의 사망 200주기를 기념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 사랑을 받는 영국의 여류작가는 제인 오스틴만이 아니다. 브론테 자매로 불리는 세 명의 소설가는 자신들만의 독특하고 강렬한 이야기로 현대 소설에까지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제인 오스틴

1775년, 영국 햄프셔 지방에서 시골 목사의 딸로 태어난 제인 오스틴은 여덟 남매 중 일곱 번째 아이였다. 그녀의 유일한 여자 형제이자 평생 가장 가까운 관계였던 카산드라와 함께 2년간 기숙학교에서 공부한 일도 있지만, 거의 독학으로 학문과 글쓰기를 익혔다고 전해진다. 그렇다 해도 당시 다른 여성들에 비해 충실한 교육을 받은 편인 데다가 학구열과 창작열이 높은 부모 밑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글 쓰는 일에 열정을 쏟게 된다. 덕분에 오스틴은 열두 살 때부터 시와 희곡, 단편 소설 등을 썼는데 저녁 식사 후엔 그것을 가족들에게 들려주고 평가받는 것이 평범한 일과이기도 했다.  
 

   
▲ 제인 오스틴의 언니인 카산드라가 그린 초상화.


오스틴이 20세가 되던 해에는 한 남성과 교제하여 결혼을 계획하게 된다. 하지만 결혼 지참금이 많은 부유한 여성과 결혼하길 원했던 남성 측 가족의 반대로 결혼은 무산되고 말았다. 그즈음에 집필을 시작해 1797년에 탈고한 <첫인상>이란 소설의 출판을 위해 아버지와 출판사를 수소문하기도 했지만 모두 거절당한다. 이후, 아버지가 1801년에 목사 자리를 큰 오빠에게 양도하고 은퇴하면서 당시 유명한 온천 휴양지이자 사교활동의 중심지였던 바스로 이사한다. 오스틴은 이런 생활의 변화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바스에서의 생활은 오스틴의 소설 속에서 크고 작은 소재 거리로 등장하게 된다. 한편, 오스틴은 바스에서 한 부유한 남자에게 청혼을 받게 되는데 여성의 경제 활동에 제약이 따르고, 미혼의 여성이라면 부모나 형제에게 의존하며 살아야 했던 당시의 현실 속에서 오스틴은 이 청혼에 크게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녀는 결혼 승낙 하루 만에 이를 번복하고 만다. 도저히 마음에도 없는 남자와 현실 조건에 따라 결혼해 행복하게 살아갈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 제인 오스틴이 새겨진 영국의 파운드화.

얼마 후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어머니, 카산드라와 함께 몇 년간 셋집을 전전하며 어렵게 생활하다가 1809년부터는 부잣집에 양자로 간 셋째 오빠가 마련해준 초턴의 집에 머물게 된다. 그렇게 생활이 안정되자 한동안 정체기에 있었던 창작 활동을 열정적으로 재개하게 된다. 1811년, 처녀작으로 <이성과 감성>이 출판되었고, 1813년에는 자신의 첫 소설이었던 <첫인상>을 <오만과 편견>이란 제목으로 출판하게 된다. 그리고 초턴에서 세상을 뜨는 1817년까지 왕성한 창작 활동을 이어나가며 <맨스필드 파크>, <에마>, <노생거 사원>, <설득> 등의 작품을 완성해냈다.


샬럿, 에밀리, 앤 - 브론테 자매

제인 오스틴이 세상을 뜨기 한 해 전, 영국 요크셔 지방에서 태어난 샬럿 브론테 역시 시골 목사의 딸이었다. 6명의 자녀 중 셋째였고 다섯 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가 세상을 뜨자 자녀 중 큰 아이 네 명이 근교의 기숙 학교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러나 그곳은 배고픔과 추위, 엄격한 훈육뿐인 열악한 곳이었고 이로 인해 두 언니가 결핵으로 사망하자 충격을 받은 아버지가 샬럿과 에밀리를 집으로 데리고 오게 된다. 두 명의 자매가 세상을 떴지만, 샬럿에게는 에밀리와 앤, 그리고 유일한 남자 형제인 브론웰이 아직 남아 있었다. 문학에 조예가 깊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이들은 항상 책을 가까이했고 그중에서도 여자 형제들은 함께 어울리며 글을 쓰는 일을 즐겨했다. 몇 년 후 샬럿은 에밀리와 함께 다시 사립 기숙학교에 들어갔지만, 그곳에 적응하지 못하고 3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이후 자립을 위해 교사 생활을 했고, 직접 사설 학교를 설립할 학력을 쌓기 위해 에밀리와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학교에 유학을 가기도 했지만, 그곳에서 유부남 교사를 사랑하며 우울한 생활을 하다가 결국 영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 브론테 집안의 유일한 아들이었던 브론웰이 그린 초상화. 왼쪽부터 앤, 에밀리, 샬럿. 원래는 에밀리와 샬럿 사이에 브론웰의 모습도 있었지만 스스로 지워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희미한 흔적이 남아있다.


1846년에 세 자매는 자신들을 돌봐주었던 이모에게 받은 유산으로 공동 시집인 <커러, 엘리스, 액턴 벨의 시집>을 출판한다. 당시에는 여성 작가를 폄하하는 선입견을 피하고자 남자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필명까지 붙여 발표한 이 시집은 거의 팔리지 않았다. 그래서였는지 이듬해에는 각자 시가 아닌 소설을 써서 출판하게 된다. 샬럿은 <제인 에어>, 에밀리는 <폭풍의 언덕>, 앤은 <에그니스 그레이>를 각각 출판했으며 그중에서도 <제인 에어>는 당대의 호평을 받으며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에 힘입어 샬럿은 <셜리>, <빌레트> 등의 소설을 계속해서 발표했지만,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의 반응은 영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당시에 비윤리적이고 광기 어린 작품이라 비난받았던 <폭풍의 언덕>은 20세기에 들어 재조명되어 현재는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멜빌의 <백경>에 필적하는 고전 명작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에밀리가 남긴 200편에 가까운 시들은 뛰어난 시인으로서의 자질까지 인정받게 하고 있다. 하지만 브론테 가의 사람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았다. 소설을 발표한 이듬해, 브론웰이 약물 중독으로 세상을 뜨고, 에밀리와 앤까지 결핵에 걸려 차례로 숨을 거두게 된다. 마지막 남은 샬럿 역시 그들보다 불과 6, 7년을 더 살았을 뿐 서른아홉의 나이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여성들이 그린 여성의 삶

오스틴의 작품 속 주인공은 언제나 결혼 적령기의 여성이다. 그들은 중산층의 마을 사람들로 구성된 작은 사회 안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을 만들어간다. 하지만 산업 혁명, 프랑스 혁명, 미국 독립과 같은 사건이 일어난 세계사적 격변기를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오스틴의 소설에서는 그런 것들이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프랑스와의 전쟁에 참전하는 젊은 장교들이 마을에 출몰하는 일 정도가 제법 흥미로운 화젯거리로 등장할 뿐이다. 

따라서 오스틴의 소설은 역사의식과 사회의식이 결여된, 그저 결혼과 연애, 일상생활에만 초점이 맞춰진 소설이라고 비판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소설의 ‘위대한 전통’을 만들어냈다는 극찬까지 받으며 현재까지 계속해서 영화, 연극, 소설, 드라마 등에서 리메이크되는 이유는 세심한 관찰에서 비롯된 서술 방식, 재기발랄한 유머, 물질 지향적 의식과 도덕성에 대한 무겁지 않은 풍자까지 곁들여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주인공들이 안정적인 배우자와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는 통속적인 줄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풍조를 비판하고 그저 현실에 따라가지 않으려는 저항을 보인다. 따라서 소설 속의 여주인공들은 언제나 평범하지 않은 행동방식을 보여주곤 한다. 부유한 남자의 구혼을 거절하거나(오만과 편견),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경솔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이성과 감성), 평생 독신으로 살 것을 결심하기도 한다(에마). 
 

   
▲ <폭풍의 언덕>에 등장하는 하워스 지방의 황량한 들판 풍경. 


하지만 그다음 세대 여성 작가라고 할 수 있는 브론테 자매에게는 오스틴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그리 혁명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샬럿은 ‘오스틴의 소설에 등장하는 사랑에는 정열이 빠져있다’며 비판한 적이 있을 정도다. 어린 시절 기숙학교에서 경험한 참담한 생활과 벨기에에서 기혼남을 사랑하고 말았던 불행한 경험 등을 투영한 소설 <제인 에어>에서 주인공은 그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며 관습과 인습을 거부하고 열정을 불태운다. 에밀리의 소설 <폭풍의 언덕>은 보다 더 파격적이다. 출판 당시 ‘야만적이고 비윤리적이며 등장인물들은 음산하다’는 혹평을 받았던 이 소설은 현대에 와서는 <제인 에어>보다 높은 평가를 받으며 사랑받고 있다. 또한,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현재와 회상을 오가는 플래시백 구조를 선보이며 현대 소설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주인공들의 순수하고도 파괴적이며 열정적인 사랑 이야기는 외딴 시골 지방에서 조용히 생활한 브론테 남매들의 생활상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어 에밀리의 작품이 아니라는 오해까지 받았을 정도다. 

오스틴과 브론테 자매의 소설들이 현대까지도 사랑받는 것은 바로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것에 멈추지 않고 당시 여성들이 감히 넘보지 못한 그 너머의 세계를 꿈꿨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자신들이 쓴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사회적 분위에 저항하고, 비판하며, 파격적인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들은 자신의 가슴을 울리는 진실한 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 소리를 따라 살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었다. 

<월간탁구 2017년 7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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