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TF 순위 산정방식 변경, 마롱은 7위, 이상수, 서효원 한국 최고

국제탁구연맹(ITTF)이 랭킹 산정 시스템을 바꾸면서 2018년 새해 첫 세계랭킹이 대폭 수정됐다.

남자부에서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지키던 마롱(중국)이 7위로 내려앉았고, 최근 놀라운 활약을 이어왔던 독일의 드미트리 옵챠로프가 중국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판젠동(중국)은 2위를 유지했지만, 3위는 다시 독일의 티모 볼이다. 그 뒤를 이어 중국의 린가오위엔과 쉬신이 4, 5위, 일본의 니와 코키가 마롱보다도 한 계단 높은 6위에 랭크됐다. 홍콩의 이면타법 선수 웡춘팅은 마롱과 공동 7위다. 프랑스의 시몽 고지와 일본의 마츠다이라 켄타도 9위와 10위로 ‘TOP10’ 안에 들었다.
 

▲ 독일의 옵챠로프가 세계랭킹 1위가 됐다. 사진_국제탁구연맹.

여자부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라이벌 다툼을 벌여온 주위링과 첸멍이 자리를 맞바꿔 첸멍이 1위, 주위링이 2위가 됐다. 전달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던 펑티안웨이(싱가포르)가 3위로 다시 급상승했고, 일본 선수들이 그 뒤를 이어 4, 5, 6위다. 이시카와 카스미, 이토 미마, 히라노 미우 순이다. 최근 대회 출전이 거의 없었지만 3위권은 유지하고 있었던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선수권자 딩닝은 21위까지 처지는 ‘수모’를 당했다. 쳉아이칭(대만)과 왕만위(중국), 두호이켐(홍콩)과 첸싱통(중국)이 7위부터 10위까지 ‘TOP10’이다.
 

▲ 여자부 1위는 첸멍이다. 지난해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우승자! 사진_국제탁구연맹.

새해 첫 세계랭킹부터 급격한 변화가 있었던 것은 국제탁구연맹이 랭킹을 산정하는 방식을 이전까지와 다르게 적용했기 때문이다. ITTF는 이전까지 연맹 주최 주관 각종 대회의 단계별 진출실적에 따른 보너스 포인트와 해당 대회 개인별 경기 승패에 따라 가감하는 레이팅 포인트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랭킹을 매겨왔었다. 하지만 새해부터는 레이팅 포인트를 없애고 오로지 각 단계별 진출 실적에 따른 포인트만으로 순위를 매기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자면 월드투어 플래티넘의 경우 우승이 2100점, 준우승이 1890점, 4강이 1680점… 하는 식이다. 이전까지 각 선수들이 보유하고 있던 레이팅 포인트를 모두 없애고 기본 점수부터 다시 시작했다. 최근대회였던 지난해 독일오픈, 남자탁구월드컵을 연속 우승하고, 그랜드파이널에서 준우승했던 옵챠로프가 1위까지 치솟을 수 있었던 이유, 아예 시합 출전을 하지 않았던 딩닝이 20위권 밖으로까지 추락한 까닭도 그래서다.
 

▲ 한동안 대회 출전이 뜸했던 딩닝은 21위까지 내려갔다. 사진_국제탁구연맹.

물론 대회마다 주어지는 포인트는 차이가 크다. 국제탁구연맹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를 가장 높은 등급으로, 메이저이벤트로 분류되는 월드컵과 그랜드파이널을 다음 등급으로 구분했다. 월드투어 역시 플래티넘과 레귤러 대회에 따라 주어지는 점수에 차이가 있다. 각 대회별 포인트는 기본 1년을 유지하되, 4년에 한 번씩 치르는 올림픽에서 획득한 포인트는 48개월, 개인전을 2년에 한 번씩 여는 세계선수권은 24개월 동안 지속된다. 단, 매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올림픽의 경우 첫 해는 100%, 다음 해는 75%, 다시 다음해는 50%… 하는 식으로 시간에 따라 적용 비율을 순차적으로 줄인다. 세계대회 역시 첫 해 100%, 다음 해는 50%.
 

▲ 한국 최고 랭커는 이상수(국군체육부대)다. 14위다. 사진_국제탁구연맹.

새로운 랭킹 방식에 따라 한국 선수들의 순위에도 눈에 띄는 변동이 있었다. 남자부는 12월 랭킹에서 10위로 ‘TOP10’에 진입했던 이상수(국군체육부대)가 다시 내려섰지만 14위로 한국 최고를 기록했고, 정상은(삼성생명)이 30위, 장우진(미래에셋대우)이 33위, 임종훈(KGC인삼공사)이 50위로 50위 안쪽에 턱걸이했다. 충격적인 것은 부상 이후 세계대회 첫 경기에서 탈락했고, 이후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정영식(미래에셋대우)이 100위권 밖으로까지 밀려났다는 것. 101위다.
 

▲ 정영식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충격을 당했다. 다시 분발이 요구된다. 사진_국제탁구연맹.

여자부는 수비수 서효원(렛츠런파크)이 18위로 전 달 22위에서 4계단 상승한 반면 12월까지 한국 최고 랭커였던 전지희는 46위까지 하락했다. 전지희는 귀화선수 규정상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반면 44위까지 처져 있었던 양하은(대한항공)은 27위까지 올라서면서 다시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 여자 중 이 세 명 외에 50위권에 들어있는 선수는 없다.
 

▲ 수비수 서효원도 다시 한국 최고 랭커가 됐다. 사진_국제탁구연맹.

국제탁구연맹이 랭킹 산정 시스템을 바꾼 이유는 연맹 주최 주관 대회의 비중을 좀 더 선명하게 부각시키려는 의도 때문이다. 오래된 레이팅 포인트를 삭제하여 최근 전력을 보다 정확히 정리하려는 이유도 있다. 이전까지는 은퇴 선수가 복귀해서 다시 출전할 경우도 이전까지의 레이팅 포인트를 다시 부활시켜 상위권에 위치할 수 있었다. 충분한 레이팅 포인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시합에 출전하지 않아도 톱-클래스를 유지할 수 있었던 마롱이나 딩닝 같은 선수들도 이제는 대회 참가를 게을리 할 경우 자신의 수준에 맞는 랭킹을 지킬 수 없게 된 것이다.
 

▲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 부동의 세계1위였던 마롱도 7위로 밀려났다. 사진_국제탁구연맹.

세계랭킹은 각종 대회 시드 배정의 기준이 되는 중요한 순위다. 높은 순위를 지킬수록 유리한 상대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각국 협회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같은 대회를 앞두고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대표선발 규정을 달리하는 이유도 보다 좋은 성적을 목표로 하는 때문이다. 이 달 국가상비군 선발전을 치르는 대한탁구협회는 새로운 방식이 아닌 12월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선발규정을 확정했다. 보다 빠르게 국제탁구연맹의 새 시스템에 녹아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달라진 세계랭킹 앞에 선 선수들 역시 각자의 순위를 앞에 두고 세계무대로 향하는 길을 다시 그려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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