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신한금융 한국탁구 챔피언십 제71회 전국남녀 종합탁구선수권대회

중학교 3학년 조대성(대광중)이 4강까지 올랐다. 26일 오전 대구체육관에서 계속된 2017 신한금융 한국탁구챔피언십 제71회 전국남녀 종합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 8강전에서 승리했다.

대이변이었다. 조대성의 8강 상대는 국내 최강자 이상수(국군체육부대)였다. 이상수는 국내뿐만 아니라 12월 현재 세계랭킹 10위에 올라있는 세계적인 강호다. 올해 뒤셀도르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국제탁구연맹 월드투어 플래티넘 독일오픈에서 연속 4강에 올랐었다. 장지커(중국)를 비롯한 세계적인 강자들을 연거푸 무너뜨렸던 선수다.
 

▲ (대구=안성호 기자) 조대성이 이상수를 이기는 이변을 일으켰다. 중학생 선수 단식 첫 4강이다.

그런 세계적 강호를 상대로 조대성은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닥공’을 앞세우는 이상수를 상대로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섰다. 까다로운 서비스를 앞세워 계속해서 먼저 선제를 잡았다. 후배의 예상을 넘어서는 적극적인 대시에 당황한 이상수가 수차례 범실을 남발했다. 첫 게임을 먼저 조대성이 잡았다.

물론 이상수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특유의 빠른 공격을 앞세워 2, 3게임을 따냈다. 애초 경기 전 전망대로 쉽게 승리를 가져가는 듯 했다. 하지만 4게임 들어서며 경기 양상은 다시 바뀌었다. 조대성은 서브 때도 리시브 때도 공격적인 반구를 거듭했다. 이상수의 리시브는 자주 떴고, 드라이브도 자주 테이블을 벗어났다. 5게임을 지나면서 게임스코어는 다시 역전돼 있었고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 (대구=안성호 기자) ‘닥공’ 이상수보다 더 공격적이었다. 작전이 통했다.

심상찮은 분위기는 나머지 게임에서도 이어졌다. 6게임을 접전 끝에 이상수가 따냈지만 후배의 거센 반격에 당황한 이상수는 흥분한 표정이 역력했다. 마지막 7게임, 조대성이 이상수를 5점에 묶어두고 연속으로 드라이브를 성공시켰다. 이상수의 범실도 다시 나왔다. 11-5, 조대성의 승리! 결국 전체 스코어도 4대 3(11-8, 3-11, 6-11, 11-9, 11-8, 8-11, 11-5)으로 조대성이 기적적인 승리를 일궈냈다. 개인단식 4강에 올랐다.

71회가 이어진 종합탁구선수권대회 사상 남자부에서 중학생 선수가 4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이전까지는 88년 서울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유남규(현 삼성생명 여자팀 감독)와 유승민(현 IOC선수위원)이 중3 시절 8강에 올랐던 게 남자부 최연소 진출기록이다. 조대성의 선전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기록을 떠나 실제로 조대성은 이번 대회에서 믿기 어려운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128강 첫 경기에서 장흥중의 임유노를 이긴 뒤부터는 계속해서 실업 강자들을 상대하고 있다. 64강전 김경민(KGC인삼공사), 32강전 조승민(삼성생명), 16강전 이승준(한국수자원공사), 그리고 8강전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이상수마저 격파했다.
 

▲ (대구=안성호 기자) 후배의 거센 반격에 당황한 이상수는 끝내 8강으로 단식 일정을 마감했다.

내년 대광고에 진학하는 조대성은 ‘될 성 부른 떡잎’으로 일찍부터 탁구인들의 기대를 모아온 유망주다. 까다로운 왼손 드라이브 전형으로 뛰어난 두뇌플레이 능력까지 겸비했다. 지난 2016년에는 ITTF가 주최하는 월드카데트 챌린지에서 개인단식과 단체전, 혼합복식을 우승하고 남자복식은 준우승하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카데트 연령이지만 자력으로 주니어대표에 선발돼 세계 주니어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아산에서 열렸던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 역시 주니어대표로 뛰었다. 대한탁구협회는 올해 초 유공자 표창식에서 신인상의 주인공으로 조대성을 선정했다. 생애 단 한 번 받을 수 있는 신인상을 이례적으로 중학생 선수에게 시상했을 만큼 탁구계가 조대성에게 걸고 있는 기대치는 아주 높다. 그런 기대를 조대성은 채 고등학교에 올라가기도 전에 충족시키기 시작한 셈이다.

조대성은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어려운 상대지만 배운다는 마음으로 시합에 임했다. 서브가 잘 통했다. 적극적으로 선제를 잡으려고도 노력했는데, 작전대로 시합이 풀려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대성의 삼촌으로 이번 대회에서도 벤치를 맡고 있는 조용순 경기대 감독은 “이상수가 자신의 공격에 물러서지 않고 맞받아치는 대성이의 기세에 당황한 면이 있었다.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한 게 이길 수 있었던 이유”라고 승인을 밝혔다(대광중·고 선수단은 현재 US오픈에 출전 중이어서 혼자 출전한 조대성의 벤치를 삼촌이 맡았다).
 

▲ (대구=안성호 기자) 승리를 확정하고 환호하는 조대성! 이제는 4강전이다!!

4강에 오른 조대성의 다음 상대는 장우진(미래에셋대우)이다. 또 한 번 실업 최강자다. 지금까지 드러난 객관적인 전력만으로는 역시 이기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조대성이 이번 대회에서 예상과 같은 결과를 낸 것은 128강 첫 경기밖에 없다. 시합은 다시 해봐야 안다. 조대성도 “우진이 형과는 공식 대회 실전 경험은 거의 없지만 연습 과정에서 자주 싸웠던 선배다. 역시 어려운 상대지만 지금까지처럼 열심히 싸우겠다.”고 각오를 말했다. 조대성의 이번 대회 활약은 지금까지도 ‘역사’다. 중학생 첫 4강이다. 그 역사가 어느 지점에서 마무리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조대성과 장우진의 4강전은 26일 오후 5시경에 시작될 예정이다.
 

▲ (대구=안성호 기자) 죄송합니다. 선배님! 끝까지 잘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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