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월드투어 첫 대회, 끝 대회 석권한 복병

올해 마지막 월드투어였던 스웨덴 오픈 여자 개인단식 우승자 첸싱통(Chen Xingtong).

올해 20세(1997년 5월 27일생)인 이 젊은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현 ITTF 세계랭킹 TOP5 중 무려 네 명이나 연달아 꺾고 우승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자신의 세계랭킹이 소멸되어 그룹별 예선부터 참가해야 했지만 큰 고비 없이 본선에 진출한 뒤, 본선 첫 경기였던 32강전에서 일본의 히라노 미우(세계5위)를 4대 1(6-11, 11-8, 11-4, 11-7, 11-8)로 가볍게 꺾어 ‘워밍업’을 시작했고, 16강전에서는 비교적 약자지만 무시할 수 없는 중국계 선수 휴멜렉(터키)을 역시 4대 1(11-5, 11-4, 11-6, 6-11, 11-4)로 제압하고 8강에 오르며 돌풍의 서막을 올렸다.
 

▲ 올해 마지막 월드투어 스웨덴오픈을 우승한 첸싱통. 사진 국제탁구연맹.

8강전부터는 내리 자국의 세계 최강자들을 상대했다. 현 세계3위인 첸멍에게 8강전에서 4대 3(9-11, 11-7, 11-6, 6-11, 11-6, 8-11, 11-4) 역전승을 거뒀고, 4강전에서는 세계1위까지 치솟은 주위링에게 4대 1(4-11, 11-6, 11-8, 11-8, 11-6)로 예상 밖 완승을 거뒀다. 뒤이어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자 딩닝(세계2위)과 벌인 최종전은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였다. 또 한 번의 풀-게임접전 끝에 4대 3(11-9, 15-13, 10-12, 11-6, 6-11, 6-11, 11-9)으로 승리한 첸싱통이 결국 우승을 결정지었다. 다음은 우승 확정 직후 ITTF(국제탁구연맹)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 중 일부다.

“이겨서 매우 행복하다. 마지막 7게임은 계속 뒤지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최선을 다했다.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딩닝은 서브에서 많은 변화를 주었고,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내 포어핸드 톱스핀의 가장 큰 특징은 수평 점에서 가라앉는 것이라 생각한다.”

첸싱통과 딩닝의 결승전은 대접전이었다. 첸싱통이 경기 초‧중반까지 3대 1로 앞서며 쉽게 승부를 결정짓는 듯 보였지만, 5, 6게임을 연달아 내주면서 3대 3이 됐다. 추격을 허용한 뒤 마지막 게임에서는 3-6까지 뒤지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첸싱통은 적절한 ‘타임아웃’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이후 8-8 동점을 만들었고, 결국 11-9로 승리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첸싱통의 인터뷰에도 나온 내용이지만, 딩닝은 이번 경기에서도 고비마다 토마호크 서브를 적절히 섞어가며 변화를 꾀했지만 첸싱통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첸싱통이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딩닝을 몰아붙인 경기였다.
 

▲ 첸싱통은 올해 첫 월드투어였던 헝가리오픈도 우승했었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이로써 첸싱통은 올해 헝가리오픈에서 우승한 이후 자신의 통산 두 번째 월드투어 우승을 기록했다. 헝가리오픈이 올해 첫 월드투어였으니 2017년 월드투어 첫 대회와 마지막 대회를 석권하는 재미있는 기록도 세운 셈이다. 첫 우승했던 헝가리오픈에서도 8강전에서 첸멍을 만나 4대 3(12-14, 15-13, 2-11, 11-13, 11-8, 12-10, 13-11)으로 이겼는데, 이번 대회에서도 같은 단계 같은 스코어가 반복된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첸멍과는 국제대회에서 두 번의 맞대결을 펼쳐 두 번 다 4대 3으로 승리했다.

첸싱통은 지난해 국제대회 출전 기록이 두 번의 월드투어(독일오픈, 중국오픈)가 전부였을 정도로 중국 내에서는 기회가 제한적인 선수였다. 하지만 올해 출전 기회가 크게 늘었고, 성적 역시 그와 비례해 눈에 띄게 상승했다. 첸싱통은 올해 스웨덴오픈까지 총 4회의 플래티넘(일본오픈, 호주오픈, 오스트리아오픈, 독일오픈) 대회와 2회의 레귤러(헝가리오픈, 스웨덴오픈) 대회에 출전해 두 번의 레귤러대회 우승을 기록했다(헝가리에서는 복식도 우승했다). 특히 첸싱통은 유난히 풀-게임접전 승부가 많았는데, 여섯 번 참가한 월드 투어 중 네 번의 대회에서 마지막 승부를 모두 풀-게임으로 치렀다. 특히 첸싱통은 앞서 오스트리아오픈과 독일오픈 16강전에서 ‘영건’ 라이벌 들인 쑨잉샤와 왕만위를 상대로 경기 초반 크게 앞서가다 후반 역전패를 당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딩닝에게 역전패 위기를 맞았지만 막판 집중력을 잃지 않았던 이번 대회 성적이 돋보이는 이유다.
 

▲ 중국은 차세대 강자들이 차고 넘친다. 일본오픈 우승자 쑨잉샤. 이 선수는 연말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도 나온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첸싱통은 주위링, 왕만위 등과 같이 화려한 주니어 시절을 보낸 선수는 아니다.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대회 개인단식에서는 우승 경험이 없고, 2014년 상하이 대회에서 류가오양과 함께 여자복식 우승을 차지한 게 최고 성적이다. 중국슈퍼리그(CTTSL)에서는 2013년과 2014년에 다롄(Dalian), 2015년 랴오닝(Liaoning), 2016년에 산둥치루(Shandong Qilu)에서 뛰었다. 슈퍼리그 개인랭킹에서도 아직까지는 ‘TOP10’에 오른 적이 없고, 지난해 13위에 올랐던 게 최고 순위다. 올해 월드투어 정규 시즌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첸싱통으로서는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호기를 잡은 셈이다.

무엇보다도 첸싱통은 중국탁구의 두터운 저변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대회에서의 활약이 더 주목된다. 중국 여자탁구는 세계 최상위권으로 확실히 올라선 주위링, 첸멍 외에도 올해 플래티넘 중 오스트리아오픈을 우승한 왕만위, 일본오픈을 우승한 쑨잉샤 등등 차세대 최강자들이 차고 넘친다. 첸싱통까지 가세하며 다른 나라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12월 열릴 올해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 결과도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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