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타이베이 하계유니버시아드 탁구 역대 최고 성적 올려

전지희(포스코에너지, 대림대)가 2017 타이베이 하계 유니버시아드를 최상으로 마무리했다. 마지막 날 여자부 마지막 경기로 치러진 개인단식에서 또 하나의 금메달을 따냈다.

29일 대만 뉴 타이베이 시티 신좡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단식 막바지 토너먼트에서 전지희는 루마니아의 쇠츠 베르나데트(세계60위)와 만난 4강전을 4대 0(11-9, 11-2, 11-4, 11-7)으로, 홈팀 대만의 에이스 쳉아이칭(세계8위)과 싸운 결승전은 4대 2(5-11, 11-5, 12-10, 7-11, 11-9, 11-8)로 승리하고 이번 유니버시아드에서만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전지희가 유니버시아드 탁구 여자 개인단식도 우승했다. 무려 3관왕이다. (대만=사진 닛타쿠코리아 제공.)

4강전 상대 쇠츠 베르나데트는 맹렬한 투지를 앞세워 상대를 압박하는 까다로운 스타일의 선수다. 세계랭킹은 60위에 머물러 있지만 각종 대회마다 복병으로 강한 인상을 남겨왔다. 특히 유니버시아드와 인연이 깊어 한국 광주에서 열렸던 직전 2015년 대회 때는 개인단식 동메달을 따기도 했다. 당시 대회 8강전에서 바로 이번 대회 은메달리스트 쳉아이칭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었다. 한층 노련해진 경기운영으로 이번 대회에서는 더 높은 단계의 메달에 도전했지만 전지희(세계20위)가 이를 허용치 않았다.

결승전 상대 쳉아이칭은 묵직한 드라이브를 주무기로 남성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다. 전지희보다 앞서있는 랭킹(8위)이 말해주듯 역시 쉽지 않은 상대였다. 4강전에서는 리우올림픽 동메달리스트 김송이(북한)를 이기고 결승에 진출했으며, 이번 대회 이전까지 역대 전적에서도 전지희가 2승 4패로 뒤져있었다. 재밌는 것은 이번 대회 이전 최근 전적이 바로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였다는 것. 당시 여자단체 준결승전 5단식에서 맞대결해 전지희가 패했었다. 매치스코어 2대 2에서 전지희가 지면서 대만은 결승으로 갔고, 한국은 동메달에 그쳤었다.
 

▲ 쳉아이칭은 묵직한 드라이브를 앞세워 남성적인 탁구를 구사한다. 세계TOP10의 강호를 상대로 전지희가 쾌승을 거뒀다. 월간탁구DB(ⓒ안성호).

하지만 전지희가 어느 때보다도 좋은 컨디션을 보인 이번 대회에서는 상황이 정반대였다. 역시 단체 4강전에서 대만과 한국이 만났고, 4단식에서 둘이 맞대결해 이번에는 전지희가 승리했다. 이 승리로 한국은 단체 결승에 진출하면서 금메달의 발판을 놓았고, 2015년 한국이 홈에서 그랬던 것처럼 대만은 홈그라운드에서 동메달에 머물렀다.

따라서 대회 마지막 경기로 열린 개인단식 결승전은 서로간의 자존심 싸움도 걸려있는 승부였다. 두 선수 다 이번 대회 이후 유니버시아드 출전기회가 없는 만큼 최상의 마무리를 원한 각자의 의지도 뜨거웠다. 홈에서 펼쳐진 대회에서 하나의 금메달도 가져가지 못한 쳉아이칭이 상대적으로 더 절실했지만, 비중 높은 개인단식 금메달로 유니버시아드를 장식하고 싶은 전지희의 야심 또한 그에 못지않았다.
 

▲ 전지희는 내년부터는 세계선수권대회에도 나갈 수 있다. 유니버시아드에서 더할 나위 없는 예열을 했다. (대만=사진 닛타쿠코리아 제공.)

경기는 그에 따라 초반부터 치열한 접전으로 전개됐다. 쳉아이칭이 먼저 첫 게임을 가져갔지만 전지희가 바로 2게임을 만회했다. 3게임을 듀스접전 끝에 전지희가 챙기자 다음 4게임을 다시 쳉아이칭이 가져가는 시소게임이 지속됐다. 승부의 향방이 기운 것은 5게임부터였다. 포인트를 주고받으며 팽팽하게 전개되던 게임을 전지희가 따내 3대 2로 앞서가기 시작하자 쳉아이칭의 추격의지가 약해졌다. 전지희는 6게임도 차분히 풀어냈다. 상대를 8점에 묶어두고 무난한 승리를 챙겼다. 4대 2의 쾌승이었다.

이로써 전지희는 지난 22일부터 29일까지 8일간 치러진 2017 타이베이 하계 유니버시아드 탁구경기를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여자단체전 금메달, 혼합복식 금메달, 여자복식 동메달, 그리고 마지막 날 여자단식에서마저 금메달을 따냈다. 출전한 전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물론 한국의 금메달 세 개에 모두 기여했다. 2015년 대회 때 김민석과 따낸 혼합복식 금메달까지 더하면 유니버시아드 금메달만 네 개나 보유하게 됐다. 당시 복식과 단체전에서도 동메달(양하은)을 땄으니 유니버시아드에서 따낸 메달만 총 일곱이다.
 

▲ 전지희는 유니버시아드와 인연이 깊다. 금메달만 네 개를 보유하게 됐다. 사진은 지난 2015년 혼합복식 금메달 시상식 모습. 월간탁구DB(ⓒ안성호).

전지희는 중국 청소년대표 1군 출신인 ‘귀화 에이스’다. 김형석 포스코에너지 감독의 눈에 띄어 2008년 한국으로 왔고, 2011년 공식적인 한국인이 됐다. 2014년 태극마크를 달고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 김민석과 함께 동메달을 따냈으며, 2016년 리우올림픽 때도 한국대표로 출전했었다. 귀화선수 규정에 따라 세계선수권대회에는 내년부터 출전할 수 있다. 특히 전지희는 지난 7월, 여자대표팀이 중국출신 중진융 코치를 영입하면서 더욱 일취월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첫 출전한 국제대회였던 이번 유니버시아드에서 달라진 모습을 과시했다. 내년 자카르타아시안게임, 첫 세계선수권 출전을 앞두고 경쟁력을 입증했다.

전지희는 경기가 모두 끝난 직후 “이번 대회에 같이 출전한 동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많은 도움을 줬다. 계속해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이며, 생각보다 좋았던 성적도 그래서 가능했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이번 대회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내년 세계대회와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잘 준비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 이번 유니버시아드는 전지희를 위한 대회였다. 무려 3관왕! 개인단식 시상식 모습이다. (대만=사진 한국대학탁구연맹.)
 

전지희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한국 탁구대표팀은 이번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여자단체전과 여자단식, 혼합복식(장우진-전지희)에서 금메달 세 개를 따냈고, 남자단체전 동메달과 남자복식(장우진-임종훈) 은메달, 여자복식(전지희-이은혜) 동메달을 더해 모두 6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대학에 재학 중인 실업선수들을 합류시킨 뒤 온전한 대학팀 소속 선수들과의 경쟁을 바탕으로 상위 입상을 노린 전략이 적어도 이번 대회에서는 100% 맞아떨어졌다. 이번 대회 한국선수단은 박대수 감독, 남자 조용순(경기대), 여자 송윤경(공주) 코치가 이끌었다. 국가대표팀의 김택수, 안재형 감독도 현지에서 조력했다.

하계 유니버시아드 탁구경기 출전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둔 한국 대표 선수들은 30일 오후 5시경 인천공항을 통해 개선한다.
 

▲ 유니버시아드 출전 사상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대표선수단. 모든 일정을 마치고 한 자리에 모였다. (대만=사진 한국대학탁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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