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대표팀 지도자 출신, “한국탁구 전반 수준 높이는데 기여할 것!”

  2017 실업탁구챔피언전이 열리고 있는 철원실내체육관 본부석에 낯선 인물이 앉아있었다. 그는 가끔씩 안재형 여자대표팀 감독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시합을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는 바로 대한탁구협회가 새로 영입한 여자국가대표팀의 중진융(59) 코치였다.
 

▲ (철원=안성호 기자) 중진융 여자탁구 국가대표팀 신임코치. 한국탁구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대한탁구협회는 노메달에 그쳤던 지난해 리우올림픽 이후 여자대표팀 경기력 향상을 위해 외국인 코치를 영입하기로 결정했었다. 그동안 다방면의 채널을 통해 여러 후보자들을 물색해온 끝에 최종 낙점한 인물이 바로 중진융 코치다.
  중진융 코치는 다년간 중국 국가대표팀에서 남녀 선수들을 지도해온 인물이다. 세계 톱-랭커들인 장지커, 마롱, 쉬신, 팡보 등이 모두 청소년 시절 그의 제자다. 여자대표팀을 지도했던 초기 리난, 장이닝 등도 그와 함께 뛰었다고 한다. 대한탁구협회는 지도자로서의 오랜 경험과 우수한 지도력을 영입 이유로 소개했다.
  중국어에 능통한 안재형 감독과 함께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까지 한국 여자대표팀을 지도하게 된 중진융 코치는, 대표팀은 물론 협회가 필요로 할 경우 한국 청소년 선수들을 가르치는 지도자들에게도 탁구 기술을 전파하는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다. 실업챔피언전 여자단·복식 경기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던 그에게서 직접 한국 여자탁구대표팀을 지도하게 된 소감을 들었다.

▷ 한국에는 언제 들어왔나?
▶ 조금 더 빨리 오고 싶었지만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6월 중순경에야 들어올 수 있었다. 따라서 애초에는 6월 초 끝난 2017 뒤셀도르프 세계선수권대회부터 함께 할 계획이었지만, 7월 열린 ITTF 월드투어 호주오픈을 통해 처음으로 한국 선수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호주에서는 전지희(포스코에너지), 최효주, 정유미(이상 삼성생명), 이은혜(대한항공) 등이 뛰었다. 벤치를 보며 이후 지도내용을 구상했다.

▷ 호주오픈 말고 한국 선수들을 볼 기회가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다.
▶ 아직 많이 보지 못했다. 호주오픈 외에는 이번 실업챔피언전이 선수들의 실전모습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각 팀 별로 대회를 준비했고, 호주오픈 전후 국가상비군 훈련도 따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파악하고 돌아보는데 한계가 있었다. 대통령기, 문체부장관기 학생종별 등 이후 여러 대회가 이어진다고 들었는데 대부분 대회들을 현장에서 확인해보려 한다. 성인선수나 학생선수 가리지 않고 재목이 될 만한 선수를 찾아볼 생각이다.

▷ 현재까지 한국 여자탁구에 대한 인상이 어떤지 궁금하다.
▶ 이전에도 국제무대에서 종종 보긴 했다. 보다 관심을 갖고 바라본 인상을 당장 긍정적으로 말하기는 솔직히 어렵다. 우선 기술적으로 한국 선수들은 많이 낙후돼 있다는 인상이다. 두 가지 정도로 크게 드러나는 예를 들자면 한국 선수들은 중국과 비교할 때 회전을 주는 기술이 현저히 떨어져 있고, 스피드는 일본 선수들보다도 빠르지 않다. 회전과 스피드가 탁구의 핵심이라면 보완해야 할 점이 두드러진다. 예전에 한국 여자탁구는 날카로운 공격형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 힘도 좋고 스피드도 빨라서 국제무대에서도 위협적인 선수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선수들에게서는 그런 면모가 잘 보이지 않는다.

▷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해 안타깝다. 그렇다면 발전할 가능성, 희망이 없다는 건가?
▶ 그렇지는 않다. 당장 드러난 현실이 그렇다는 것일 뿐 발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물론 무조건 희망적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힘든 훈련들을 견뎌낼 수 있는 의욕이 있고, 마음의 자세가 돼있다면 일단 가능성은 생기는 것이다. 몇몇 선수들은 지금보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각을 하고 있는 것을 안다. 그런 선수들은 그리고 분명히 눈에 띈다. 하고자 하는 의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선수들이 잘해낼 것이다.
 

▲ (철원=안성호 기자) 한국 입국 직후 태릉에서의 모습. 아직 중국대표팀 복장을 하고 있었다.

▷ 내년 아시안게임까지가 우선 계약기간이다.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은데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듣고 싶다.
▶ 당장 국제무대를 생각할 때 한국 여자탁구의 문제는 현재 선수들의 수준이 중국에서 온 귀화선수들을 포함해서 다 고만고만하다는 거다. 한두 명의 특출 난 에이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선수들이 전체적인 수준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전으로 에이스 역할을 할 선수, 고만고만한 수준이 아니라 특별하게 돌출되는 두 명 정도의 에이스를 우선 집중적으로 키워낼 필요가 있다. 세계대회를 감안하면 그 둘 정도의 에이스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세 번째 선수도 필요하다. 최근까지 양하은(대한항공), 전지희(포스코에너지) 등이 에이스 역할을 해왔는데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처음부터 판을 다시 짠다는 생각으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밑에 어린 선수들!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선수들 육성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았지만 한국탁구 전반의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 한국 선수들이 국내에서 펼치는 실전으로 처음 본 실업챔피언전의 느낌은 어떤가?
▶ 역시 조금 아쉬운 느낌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경기방식이 세계대회 방식도 올림픽 방식도 아니다. 단체전만 봐도 국제대회에서는 선수들이 모두 앉아서 같이 경기를 뛰는데 국내 대회에서는 왜 코치만 벤치에 있는가. 테이블도 지나치게 분산돼 있다. 중국은 모든 경기를 국제대회 방식에 맞춰놓고 진행한다. 국내대회는 어떻게 보면 국제대회에서 잘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훈련하는 과정이다. 외진 곳에서 경기를 하는 것도, 관중이 적은 것도 이해할 수 있지만 그밖에 경기 룰이나 선수기용, 벤치운용 등등은 내부적으로 변화를 줄 수 있지 않나.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국제무대에서 잘하길 바란다면 일단 환경이나 조건부터 국제적 방식에 익숙하도록 맞춰줘야 한다.

▷ 지도자로서의 경력을 간단히 소개해주면 좋겠다.
▶ 98년부터 중국 대표팀을 지도했다. 먼저 여자팀 코치로 시작했고, 2천 년대 들어서는 주로 남자팀을 지도했다. 마롱, 쉬신, 팡보 등은 남자2팀 총감독 시절 직접 지도했던 선수들이다. 남자1팀 코치를 하던 2006년부터는 장지커 등과도 함께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남자2팀 코치를 맡았다. 지도자생활 거의 전부를 중국 국가대표팀에서 보냈다.

▷ 한국대표팀 코치로서의 포부랄까 목표도 듣고 싶다.
▶ 한국여자탁구는 좋은 과거를 갖고 있다. 기반이 있으므로 강인한 한국탁구는 분명 다시 선보일 수 있다. 한국은 최근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에서 연속으로 16강에서 탈락했다. 코치로서 개인적인 목표를 밝히자면 한국 선수들이 다시 성적을 내는 것을 보고 싶다는 것. 시상대에 올라서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 끝으로 지도를 받게 될 여자대표팀 선수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 아직 공식적으로는 한 번도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했다. 8월 초 상비군훈련부터가 시작이다. 선수들에게는 세 가지 정도를 당부하고 싶다. 첫째 무엇보다 탁구에 대한 애정, 잘하고자 하는 열의를 가져야 한다. 다른 어떤 외부적이고 사적인 요인들이 탁구에 대한 열의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가 기술에 관한 문제다. 현재 세계적인 선수들이 구사하는 기술을 자신도 구사할 수 있도록 배워야 한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현재의 기술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 세 번째는 자신만의 탁구스타일을 정립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자신이 어떤 색깔의 탁구를 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알고 해야 한다. 코치로서 열심히 돕겠다.

◈ 성명 : 중진융(钟金勇, ZHONG Jinyong)
◈ 생년월일 : 1958. 10. 10.
◈ 지도자 경력
   - 1998년~2002년 중국 국가대표 여자2팀 코치
   - 2002년~2003년 중국 국가대표 남자2팀 코치
   - 2003년~2005년 중국 국가대표 남자2팀 총감독
   - 2006년~2010년 중국 국가대표 남자1팀 코치
   - 2011년~2012년 중국 국가대표팀 3선 코치
   - 2013년~2016년 중국 국가대표 남자2팀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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