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대한항공 제23회 아시아 주니어&카데트 탁구선수권대회

▲ (아산=안성호 기자) 아시아 주니어선수권이 폐막됐다. 주니어 전 종목을 석권한 쑨잉샤(중국).

중국탁구 위력 ‘실감’ 11종목 중 우승만 9개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4일까지 6일간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17 대한항공 제23회 아시아 주니어&카데트 탁구선수권대회가 막을 내렸다.
  마지막 날 치러진 남녀 주니어 각 종목 결승전에서도 대부분의 우승은 중국 선수들의 차지였다. 남자단식 왕추친, 여자단식 쑨잉샤, 여자복식 쑨잉샤-치안티안위 조, 혼합복식 왕추친-쑨잉샤 조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중국은 전날 남자 카데트 단식을 석권한 니우구안카이의 우승을 더해 이번 대회 개인전 일곱 종목 중 다섯 개의 우승을 휩쓸었다. 남녀 주니어와 카데트를 모두 우승한 단체전까지 열한 종목에서 무려 아홉 종목 우승을 가져갔다. 특히 최근 ITTF 월드투어에서 세계적인 시니어 강자들을 연파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16살 쑨잉샤는 이번 대회 모든 종목을 석권하면서 ‘앙팡테리블’의 위력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 (아산=안성호 기자) 중국은 거의 전종목 석권에 버금가는 결과를 낳았다. 주니어 여자복식 시상식 장면. 중국이 1, 2위. 한국의 김지호-강다연 조도 3위 자리에 있다.

  작년 태국대회에서 한국에 남자 주니어 단체전 우승을 내줬던 중국은 한국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 투철한 설욕의지를 갖고 어느 때보다도 강한 선수단을 꾸려 출전했다. 결과적으로 거의 전 종목 석권과 다름없는 성적을 내면서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했다. 최근 국가대표팀 주전들의 항명사태 등으로 뒤숭숭한 중국 탁구계 내부 분위기를 아래에서부터 쇄신하기 위한 의지도 중국 청소년 선수들의 호성적에 한 몫 했다는 평가다.
  중국이 우승 못한 남자 주니어 복식과 여자 카데트 단식은 한국의 안재현-황민하 조, 일본의 소마 유메노가 각각 차지했다. 남자 주니어 단식에서 준우승한 키즈쿠리 유토의 일본과 한국과 끝까지 경쟁한 타이완의 유망주들은 다른 종목에서도 선전을 이어가며 가파른 성장세를 과시했다. 일본이 총 8개, 타이완은 총 5개의 메달을 이번 대회에서 획득했다. 홍콩도 3개의 메달을 가져갔으며, 탁구변방으로 분류되던 인도는 남자단체전에서 3위에 오르는 선전으로 특별한 주목을 받기도 했다.
 

▲ (아산=안성호 기자) 우리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모두 6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모든 경기 일정을 마치고 함께 모인 대한민국 선수단.

기대 못 미친 한국선수단, 6개 메달 획득
 
마지막 날 남녀 주니어 복식 4강에 올랐던 한국은 남녀의 희비가 엇갈렸다. 남자복식 안재현(대전동산고)-황민하(중원고) 조는 일본의 우다 유키야-토가미 슌스케 조를 3대 2(6-11, 11-6, 11-6, 7-11, 11-6)로 이긴 뒤 결승에서 타이완의 린윤주-리신양 조와 또 한 번 풀-게임접전을 벌여 3대 2(3-11, 13-11, 7-11, 11-9, 11-7)의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우승했다. 여자복식 김지호(이일여고)-강다연(문산수억고) 조는 우승 조인 쑨잉샤-치안티안위 조에 4강전에서 0대 3(6-11, 5-11, 7-11)으로 패하고 3위로 만족했다.
  전 날 각 부 개인단식과 혼합복식에서 한 종목도 입상권에 들지 못하는 부진을 보였던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 개인전을 남녀 주니어 복식에서 획득한 두 개의 메달로 마무리했다. 준우승 둘(남자 주니어, 여자 카데트), 3위 둘(여자 주니어, 남자 카데트) 등 소기의 성과를 남긴 단체전을 더해 한국대표팀의 이번 대회 종합성적은 금메달 하나와 은메달 둘, 동메달 세 개다.
  지난 2007년 강원도 횡성대회 이후 10년 만에 홈그라운드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두 개 이상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마지막 날 남자 주니어가 값진 메달을 획득했지만 기대에는 약간 미치지 못하는 결과로 대회를 마무리한 셈이다. 압도적이었던 중국세가 일차적인 원인이 됐으나, 일본, 타이완, 홍콩 등 무섭게 성장한 각국 유망주들에게도 기술적으로 정신적으로 자주 밀렸다. 이 대회에서 만난 선수들이 향후 국제무대에서 자주 맞부딪칠 ‘잠재적’ 라이벌 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선수들의 주의를 보다 환기시켜야 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 (아산=안성호 기자) 조금은 아쉬운 성적을 낳았다. 마지막 날 남자 주니어복식에서 값진 금메달을 선물한 안재현-황민하 조.

새로운 도약? 혹은 재출발! 당위성 확인
 
이번 대회 여자대표팀을 이끌었던 박지현 감독은 “우리 팀의 전력이 예전에 비해 많이 약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원인을 선수들에게서 찾기 보다는 육성 시스템에서 찾는 것이 맞다고 본다. 우수 유망주들이 일원화된 조직에서 꾸준히 훈련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체계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강문수 총감독은 “탁구는 짧은 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바라보면서 투자를 해야 하는 만큼 주니어&카데트 이전 호프스 선수들부터 합숙훈련과 해외전지훈련 등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기술을 향상시켜야 한다.”면서 “올해 초 대한탁구협회 차원에서 청소년대표 전담팀을 꾸린 후 국가대표 상비1군과 2군으로 나눠 상비2군은 청소년대표팀에만 집중하기로 했다.”고 일단의 변화 움직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아산에서 6일간 치러진 이번 대회는 결국 한국탁구의 새로운 도약, 혹은 재출발에 적절한 당위성을 제공했다는 의미도 있는 셈이다.
 

▲ (아산=안성호 기자) 여러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했다. 멋들어진 선수입장!

호평 받은 대회 운영! 세계선수권대회도?
  이번 대회는 운영적 측면에서는 큰 호평을 받았다. 대한탁구협회(회장 조양호), 아산시탁구협회(회장 김병대)와 함께 실질적으로 이번 대회의 모든 것을 주관한 한국중·고등학교탁구연맹(회장 손범규)은 개막 몇 개월 전부터 조직위원회를 꾸리고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관전의 흥미를 배가시킨 ‘스포츠 프리젠테이션’을 실행하고, 국제탁구연맹 사이트를 통해 대회 전적을 실시간으로 게재하는 등 역대 아시아주니어대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관중들을 위한 푸짐한 경품도 마련해 관심도를 높였다. 대회를 감독한 ATTU(아시아탁구연합) 담당관이 자주 엄지를 치켜 올렸을 정도다.
 

▲ (아산=안성호 기자) 동호인들이 '대한민국 탁구응원단'을 표방하며 자발적으로 결성한 응원단 '으랏차차'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으랏차차는 이번 대회 이후에도 응원단으로서 꾸준히 활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손범규 한국중·고등학교탁구연맹 회장은 “우리나라는 시니어도 주니어도 아직 세계선수권대회를 치러보지 않았다. 선수들의 기량은 시합경험도 중요하지만 폭넓게 구축된 탁구 인프라 위에서라야 보다 튼튼하게 향상될 수 있다고 믿는다.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이번 대회가 우리 탁구계에 좋은 자극이 됐을 거라고 믿는다. 무사히 행사를 마감한 임원들과 힘든 경기를 견뎌준 선수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러낸 소감을 밝혔다. 또한 “어린 선수들이 보다 많은 해외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탁구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우리 탁구계가 더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2017 대한항공 제23회 아시아 주니어&카데트 탁구선수권대회는 한국탁구의 현재와 미래를 보다 직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6일간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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