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TF 월드투어 플래티넘 2017 중국오픈

현재 중국 청두에서 열리고 있는 ITTF 월드투어 플래티넘 2017 중국오픈에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홈그라운드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는 중국의 주전 3인이 경기를 ‘보이콧(Boycott)’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주인공들은 바로 마롱, 판젠동, 쉬신! 지난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이상수(상무)와 함께 4강 판도를 점했던 선수들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당연히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들이었다.
 

▲ 중국의 최강자들이 경기를 보이콧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 직후 함께 ‘오성홍기’를 들었던 마롱과 판젠동. 월간탁구DB(ⓒ안성호).

마롱은 중국을 넘어 세계 남자탁구를 대표하는 레전드급으로 성장해온 선수다. 2015년 쑤저우 세계선수권 챔피언, 2016년 리우올림픽 챔피언, 그리고 최근 뒤셀도르프 세계선수권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판젠동은 마롱의 뒤를 이어 세계 최고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선수이고, 쉬신 역시 오랜 기간 중국 남자대표팀 주전으로 활약해온 선수다. 이처럼 큰 비중을 가진 선수들이 다른 곳도 아닌 자국에서 치러지는 대회를 거부하면서 그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들 3인의 기권이 경기 보이콧으로 알려진 것은, 우리 시간으로 23일 오후 8시경 선수들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동시에 올라온 똑같은 내용의 글 때문이다. 영문으로 번역된 내용을 살펴보면, “At this moment we have no desire to continue fighting, because we miss you, Liu Guoliang(지금 이 순간, 우리는 계속 경기를 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류궈량 감독이 그립기 때문이다)” 최근 류궈량 감독은 오랜 기간 감독으로 있던 중국 남자대표팀에서 물러나 중국탁구협회 부주석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선수들은 류궈량 감독이 물러난 것에 대한 항의성 의사 표시로 단체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 유명 코치들도 선수들의 의사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린 코치의 모습이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웨이보에 똑같은 내용의 글을 올린 사람은 이들 3인을 포함해, 현재 대표팀 코치인 마린, 왕하오, 치우쯔지엔까지 6명으로 파악됐는데, 나중에는 동참한 인원이 더 늘어 리앙징쿤, 린가오위엔, 저우위, 류이, 추이칭레이, 첸치(코치)까지 모두 12명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롱, 판젠동, 쉬신 3명의 선수들은 현재 중국 남자대표팀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선수들이고, 같이 동참한 마린, 왕하오 코치 역시 현역 시절 중국 남자대표팀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선수인 만큼 그 파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국가체육총국 대변인 - “메이저 국제대회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이번 행동은, 프로정신(professionalism)과 스포츠윤리(ethics)가 부족한 것이고, 국가명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그리고 관중과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부족한 것인데, 이것은 전적으로 잘못된 행동이다. 우리는 확고히 반대하고, 지지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모든 팀들과 선수들이 애국심과 단결심을 최우선 가치로 삼길 바란다. 사상(Ideology)과 규율(disciplinese)은 선수들의 성적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중국국가체육총국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엄격히 다룰 것을 중국탁구협회에 요구했다.” (출처 : TabletennisDaily)

중국탁구협회 - “오늘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3명의 선수와 2명의 코치에 대해서는 엄격히 조치할 것이다.” (출처 : TabletennisDaily)

이번 보이콧 사태는 중국국가체육총국에서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을 정도로 대단히 일이 커진 상황이다. 중국국가체육총국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를 확실히 잘못된 행동으로 규정짓고, 중국탁구협회에 엄격히 다뤄줄 것을 요구한 상태다. 중국탁구협회 역시 성명을 내고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마롱, 판젠동, 쉬신 3명의 선수와 2명의 코치(마린, 왕하오)에 대해 엄격히 조치할 것이라 발표했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선수들이 현재 중국 남자대표팀의 중요한 주전 선수들이긴 하지만, 상급 단체인 중국국가체육총국 및 중국탁구협회에서 엄중 조치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판젠동-쉬신 조는 복식 4강전에서 어린 일본 선수들에게 뜻밖의 패배를 당했다. 이유가 있었던 걸까. 사진 국제탁구연맹.

한편 지난 22일 개막한 중국오픈은 최강자들의 뜻밖의 행보 탓으로 남자단식 4강이 옵챠로프 드미트리, 티모 볼(이상 독일), 웡춘팅(홍콩), 하리모토 토모카즈(일본) 등 4명의 ‘넌 차이니즈’ 선수들로 짜였다. 하리모토 토모카즈는 8강에서 자국 선배 니와 코키를 꺾고 ‘소년 돌풍’을 이어갔다. 또한 하리모토는 키즈쿠리 유토와 짝을 이뤄 복식 결승에도 진출해있다. 복식 4강전에서 판젠동-쉬신 조가 바로 이 일본의 어린 선수들에게 졌는데, 뒤셀도르프 세계선수권대회 복식 우승조의 패배에는 경기 외적인 원인이 있었던 셈이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 선수들도 출전했으나 8강에 올랐던 김동현(한국수자원공사)이 티모 볼에 패하면서 모든 일정을 마쳤다.

여자단식은 딩닝, 첸멍, 류스원 등 기존의 강자들과 함께 일본오픈을 우승하며 일약 중국 최고 기대주로 떠오른 순잉샤가 4강을 이루고 있다. 여자복식에서는 한국의 전지희-양하은 조가 4강에 올랐으나 역시 중국의 첸멍-주위링 조에 패해 모든 일정을 마쳤다. 여자복식은 뒤셀도르프 세계선수권대회와 똑같이 딩닝-류스원 조와 첸멍-주위링 조가 결승대결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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