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TF 월드투어 플래티넘 2017 일본오픈

미즈타니 준은 중진에서의 지공에 능한 선수다. 하지만 상대에 따라 자신의 스타일을 다르게 들고 나올 수도 있는 노련한 선수다. 실제로 단식 8강전에서 미즈타니는 전진에서의 속공에 능한 이상수의 플레이 스타일에 말리지 않기 위해 테이블 가까이에서 맞받아치고 나왔다. 초반 두 게임에서 자주 선제를 내준 채 결국 게임포인트를 내준 것은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상수도 오랜 경험을 쌓은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미즈타니의 변칙 플레이에 차분하게 대응했다. 상대의 노림수에 말리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기를 불어넣었다. 3게임부터 이상수 본연의 플레이가 나오기 시작했다. 주무기인 짧은 역회전 서비스에 이은 3구 공격을 자주 작렬시켰고, 상대 서비스를 간파해 2구부터 적극적인 치키타를 구사했다. 오히려 당황한 쪽은 미즈타니였다. 네트도 에지도 자주 이상수를 도왔다. 연속 세 게임을 이상수가 가져왔다.
 

▲ 이상수가 8강전에서 잘 싸웠지만 미즈타니 준에게 아쉽게 패했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6게임은 아쉬운 승부처였다. 계속해서 리드하던 이상수는 게임스코어 7-6까지 앞서갔지만 미즈타니의 작전타임 후 순간 집중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서비스를 간파당해 역습을 허용했고, 공격은 테이블을 벗어났다. 내리 5실점하며 역전패를 허용하고 말았다. 승부는 다시 원점.

7게임은 추격에 성공한 미즈타니의 흐름이었다. 지공과 속공을 섞어가며 이상수를 요리했다. 이상수를 6점에 묶어두고 매치포인트를 먼저 잡았다. 그러나 이상수도 그냥 물러서지는 않았다. 위기상황에서도 과감한 공격을 계속해서 시도하며 끝내 듀스를 만들었다. 마지막 순간 연출되는 듯했던 드라마는 끝내 만들어지지 못했다. 서비스를 먼저 잡은 이상수가 특기인 3구공격을 시도했지만 테이블을 벗어났다. 위기를 벗어난 미즈타니가 마지막 랠리도 가져갔다. 10-12. 듀스 끝에 내준 7게임은 전체 승부의 마침표가 됐다.
 

▲ 늘 ‘얄밉게(?)’ 승리를 가져가는 미즈타니 준. 이상수에게는 남은 과제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이상수(27·국군체육부대·세계랭킹13위)가 ITTF 월드투어 플래티넘 2017 일본오픈 남자단식에서 아쉽게 8강에 머물렀다. 17일 오후 치러진 8강전에서 일본 간판 미즈타니 준(세계랭킹 6위)의 벽을 또 다시 넘지 못했다. 뒤지던 경기를 역전시킨 흐름을 지키지 못하고 재역전을 허용한 못내 아쉬운 승부였다. 3대 4(6-11, 9-11, 11-4, 11-6, 11-8, 7-11, 10-12) 석패였다.

비록 패하긴 했으나 이상수는 지난 뒤셀도르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이어 또 한 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선수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8강에 올랐고, 8강전에서도 홈그라운드에서 싸운 세계적인 강호 미즈타니 준과 접전을 벌였다. 이전까지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상대를 맞아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앞서가는 경기를 지킬 수 있는 여유와 관록은 과제로 남았지만 충분히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만은 확보한 경기였다. 미즈타니 준과의 상대 전적도 4전 전패가 됐지만 다섯 번째 경기에서는 달라질 것이다.
 

▲ 그래도 잘 싸웠다. 다시 만나면 달라질 것이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이로써 한국탁구는 일본오픈에서 여자복식을 제외한 모든 일정을 마쳤다. 남아있는 남녀복식 결승전과 남녀단식 4강, 결승전 중에서 한국탁구는 전지희(포스코에너지)·양하은(대한항공) 조가 여자복식 결승에 진출했다. 17일 저녁 경기를 치르는 전지희-양하은 조는 중국의 신예들이 힘을 합친 첸싱통-순잉샤 조와 대결한다.

남자부에서는 임종훈(KGC인삼공사)이 21세 이하 단식을 우승하는 성과를 남겼지만 오픈단복식에서는 입상권에 드는데 실패했다. 중국을 비롯한 강자들이 대거 출전한 플래티넘 대회였다고는 해도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 일본의 기대를 한 몸에 모으고 있는 히라노 미우. 현재 8강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전지희와 싸웠던 16강전 장면. 국제탁구연맹 제공.

한편 이번 대회 남녀단식은 폐막 하루를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4강이 거의 확정됐다. 남자부는 마롱, 쉬신(이상 중국)이 예상대로 4강에 오른 가운데 이상수를 이긴 미즈타니 준이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같은 중국팀 동료들 판젠동과 리앙징쿤이 8강 한 경기를 남기고 있다. 남자복식 결승전에서는 ‘최강조합’ 마롱-쉬신 조에게 홈그라운드 일본의 니와 코키-요시무라 마하루 조가 도전한다.

여자부는 순잉샤, 왕만위 등 중국의 신예들이 4강에 선착했다. 왕만위는 홈그라운드에서 큰 기대를 모았던 이토 미마를 8강전에서 이겼다. 독일의 중국계 수비수 한잉도 타이완의 쳉아이칭을 이기고 4강에 합류했다. 남은 한 경기는 히라노 미우와 첸멍이 현재 벌이고 있다. 아시아선수권에서 첸멍을 돌려세웠었던 히라노 미우가 또 다시 승리하고 개최국의 자존심을 지킬지 많은 일본 관중이 가슴 졸이며 응원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선수들에게 남은 단식경기는 관중석에서 지켜보며 의지를 다질 시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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