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TF 월드투어 플래티넘 2017 일본오픈

‘닥(치고)공(격)’을 넘어 ‘무(조건)공(격)’이다. 이상수(27·국군체육부대·세계랭킹13위)의 무공(武功)은 군인이 되고 나서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모양이다. 다시 ‘무공’ 이상수만 남았다.

지난 뒤셀도르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홀로 한국탁구의 자존심을 지켰던 육군 일병 이상수가 ITTF 월드투어 플래티넘 2017 일본오픈 남자단식에서 또 혼자 남았다. 17일 오전 치러진 남자단식 16강전에서 중국의 린가오유안(세계29위)을 꺾었다.
 

▲ 이상수가 8강에 올랐다. 린가오유안을 꺾은 직후 ITTF 홈페이지에 게재된 모습이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22세의 왼손 셰이크핸더 린가오유안은 세계랭킹은 29위로 이상수보다 낮지만 중국 선수들의 순위가 실력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팬은 없다. 지난 세계선수권대회에도 출전했던 린가오유안은 중국 남자탁구의 차세대 간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선수기도 하다.

하지만 뒤셀도르프에서 장지커(세계4위)도 꺾었었던 이상수다. 오성홍기가 새겨진 중국의 붉은 유니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번 경기에서도 극단의 공격 스타일을 무기로 처음부터 강하게 상대를 몰아붙였고, 그야말로 완승을 거뒀다. 4대 0(11-8, 11-8, 11-7, 11-7)!

경기 직후 이상수는 ITTF와의 인터뷰에서 “상대가 내 서비스를 어려워했고, 나는 많은 공격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내 컨디션은 아주 좋았다. 린가오유안이 떨어져서 긴 드라이브를 자주 구사했는데, 나는 그 랠리들을 대부분 내 포인트로 가져왔다.”고 승인을 밝혔다. 또한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휴식을 취하지 않은 채 어려운 볼에 대비한 훈련을 지속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이상수보다 앞서 경기를 치른 임종훈(20‧KGC인삼공사)은 또 한 명의 중국 스타 팡보(세계11위)에게 1대 4(8-11, 6-11, 11-7, 8-11, 10-12)로 졌다. 세 번째 게임을 잡아냈고, 마지막이 된 5게임에서는 듀스접전을 펼쳤으나 끝내 승리와는 연이 닿지 않았다.

뒤이어 여자단식 16강전을 벌인 전지희(25‧포스코에너지‧세계22위)도 일본의 신흥 에이스 히라노 미우(세계7위)에게 졌다. 풀-게임접전을 벌이며 선전했으나 홈그라운드에서 싸운 히라노 미우에게 막판 집중력 부족으로 3대 4(15-13, 6-11, 6-11, 11-7, 5-11, 11-4, 7-11) 역전패를 당했다. 기대했던 한국 선수들이 모두 패한 상황이어서 이상수의 선전은 더욱 빛났다.
 

▲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장지커도 꺾은 이상수다. 8강전이 기대된다. 사진은 뒤셀도르프 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모습. 월간탁구DB.

하나의 고비를 넘어선 이상수는 이제 또 한 번의 큰 고비를 만난다. 이상수의 8강전 상대는 다름 아닌 일본의 간판 미즈타니 준(세계6위)이다. 린가오유안과 같은 왼손 셰이크핸더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미까지 장착한 한 수 위의 선수다. 이상수도 국제무대에서 아직까지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하고 3전 전패를 당했다. 더구나 미즈타니 준은 홈그라운드 관중들의 열렬한 응원까지 등에 업고 있다.

하지만 이상수도 예전의 이상수는 아니다. 한층 진화한 ‘무공’을 바탕으로 최근 절정의 상승세를 이어갈 태세다. 한일전으로 열리는 8강전이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 현재로선 예측불가지만 이제까지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도 높다. 8강전 경기 시각은 17일 오후(3시 45분)다.
 

▲ 여자복식에서는 전지희-양하은 조가 결승에 진출했다. 삼국지의 승자가 되길! 사진 국제탁구연맹.

한편 개인단식 경기를 아쉽게 마감한 여자선수들은 복식에서 마지막 끈을 이어갔다. 타이완의 까다로운 선수들과 벌인 4강전에서 예상외의 완승을 거뒀다. 전지희-양하은 조가 첸츠위-쳉아이칭 조에게 3대 1(13-11, 3-11, 11-9, 11-3)로 승리했다. 대회 마지막 날 치러질 결승전에서는 현재 치러지고 있는 중·일전의 승자를 만난다. 중국의 공격수들 첸싱통-순잉샤 조와 일본의 수비수들 하시모토 호노카-사토 히토미 조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 누가 올라오더라도 구력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앞선다. 삼국지의 마지막 승자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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