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은-장우진 우승, 임종훈 재발견 한국탁구도 의미 있는 소득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6일간 열린 ITTF 월드투어 2017 코리아오픈이 폐막했다.

23일, 대회 마지막 경기로 치러진 각 종목 결승전에서 한국의 정상은-장우진 조(남자복식), 독일의 산샤오나-쏠야 페트리싸 조(여자복식), 싱가포르의 펑 티안웨이(여자단식), 독일의 볼 티모(남자단식)가 각각 우승했다. 볼 티모는 2002년 대회 때 남자단식에서 준우승한 적이 있다. 무려 15년 만에 코리아오픈 첫 우승을 이뤄냈다. 노장의 위엄이다. 펑 티안웨이는 2009년과 2011년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있다. 세 번째 우승을 달성하며 코리아오픈에서 강한 면모를 다시 한 번 과시했다. 세계랭킹 3위에 올라있는 펑 티안웨이는 이번 대회 1번 시드권자였다.
 

▲ (인천=안성호 기자) 남자단식에서는 독일의 볼 티모가 우승했다. 노장의 위엄!

여자복식 결승전에서 독일의 복식조는 일본 ‘17세 듀오’ 하야타 히나-이토 미마 조의 도전을 3대 1(11-4, 11-3, 3-11, 11-9)로 뿌리쳤다. 여자단식 결승전에서는 이번 대회 1번 시드권자였던 펑티안웨이가 2번 시드 이시카와 카스미를 4대 2(12-10, 6-11, 11-9, 5-11, 11-8, 11-9)로 꺾었다. 최근 무서운 기세로 세계정상을 위협하고 있는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도 각 종목에서 선전을 펼쳤지만, 대학생 선수 안도 미나미가 21세 이하 단식에서 차지한 우승 외에는 큰 소득 없이 끝냈다.
 

▲ (인천=안성호 기자) 여자단식에서는 펑 티안웨이가 우승했다. 1번 시드의 위엄!

오히려 유럽 최강 독일이 여자복식과 남자단식을 가져가며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독일 선수들끼리 결승전을 벌인 남자단식에서는 노장 볼 티모가 자국 후배 프란치스카 패트릭을 4대 0(11-8, 12-10, 12-10, 11-6)으로 물리치고 노장의 위엄을 과시했다. 독일에는 이번 대회에 불참한 옵챠로프 디미트리 등 강자들이 많다. 준우승한 프란치스카 패트릭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독일은 지난 리우올림픽에서 한국을 꺾고 남자단체전 동메달을 따냈던 강국이다. 여자단체전도 은메달을 땄다. 내달 말 자국 뒤셀도르프에서 열릴 세계선수권대회(5월 29일~6월 5일)를 앞두고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워밍업을 한 셈이다.
 

▲ (인천=안성호 기자) 남자단식 준우승자 프란치스카 패트릭도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자국에서 열릴 세계선수권대회가 기대된다.

한국탁구는 이번 대회에서 21세 이하 남자단식과 남자복식을 우승했다. U-21 남자단식에서 2연패에 성공한 임종훈(KGC인삼공사)은 오픈단식에서도 선전하며 4강까지 올랐다. 무라마츠 유토(일본, 세계22위), 츄앙츠위엔(타이완, 10위), 프레이타스 마르코스(포르투갈, 15위) 등등 세계적인 강자들을 연파했다. 비록 4강전에서는 프란치스카 패트릭(독일)에게 패하며 아쉬움을 남겼으나 눈에 띄게 향상된 결정력으로 ‘임종훈의 재발견’을 선언했다.
 

▲ (인천=안성호 기자) 일본도 선전했지만 큰 소득없이 돌아가게 됐다. 아시아 챔피언 히라노 미우는 자국 선배 이시카와 카스미에게 4강에서 패했다.

정상은-장우진 조의 남자복식 우승도 작지 않은 의미가 있었다. 호흡을 맞춘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정-장 조는 작년 유럽선수권대회 우승 조와 결승전에서 대접전을 벌이고 승리했다. 풀-게임접전 끝에 재역전극을 이뤄냈다. 뒤셀도르프 세계선수권대회(개인전)를 앞두고 희망을 살려냈다.
 

▲ (인천=안성호 기자) 남자복식에서 정상은-장우진 조가 우승했다. 세계선수권대회의 희망을 살려냈다. 시상 직후의 모습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한국 탁구는 이번 대회에서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오픈단식에서 남자4강 임종훈과 여자8강 최효주(삼성생명) 외에는 대표선수들 전원이 16강 이하에서 탈락했다. 참가팀이 많지 않았던 여자복식은 네 조나 출전하고도 단 한 조도 입상권에 들지 못했다. 세계 최강 중국의 불참으로 입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었던 이번 대회는 오히려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한국 탁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준 ‘아픈 무대’가 됐다.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보다 단단한 각오와 특단의 대처가 필요할 것이다.
 

▲ (인천=안성호 기자) 여자복식 우승 산샤오나-쏠야 페트리싸 조. 역시 좋은 워밍업을 했다.

물론 희망의 불씨는 아직 살아있다. 짧은 기간 호흡을 맞추고도 유럽 챔프를 꺾고 우승한 정상은-장우진 조의 선전은 세계대회의 메달 가능성도 점치게 했다. 손목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정영식도 서서히 컨디션을 회복할 것이다. 아시아선수권에서 마롱을 꺾었던 정상은을 비롯 이상수, 장우진 등 대표선수들은 남은 기간 훈련의 집중도를 높여 이번 대회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임종훈은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가지는 못하지만 상비군으로서 보다 높이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김택수 남자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회는 직전 아시아선수권대회와 바로 이어진 일정 때문에 선수들의 피로도가 심했다. 아시아선수권과 달라진 대회 공인구 적응도 과제였다. 하지만 선수들의 훈련 과정은 결과를 넘어 내용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빠르게 컨디션을 회복해서 세계대회 준비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인천=안성호 기자) 임종훈의 재발견!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임종훈 외에 한국탁구는 전반적인 부진을 보였다.

2017 코리아오픈은 작년 슈퍼시리즈에서 한 단계 내려선 ‘레귤러’ 대회로 치러졌다. 작년까지 세 등급으로 월드투어를 구분해 치렀던 국제탁구연맹은 올해부터는 ‘플래티넘’과 ‘레귤러’ 두 레벨만으로 구분하고 있다. 코리아오픈은 상금 규모에 따라 플래티넘 등급에 포함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정치적인 상황과도 맞물리며 세계 최정상 중국 등 탁구강국의 선수들이 많이 오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대회를 주관한 대한탁구협회(회장 조양호)와 인천시탁구협회(회장 한창원)가 오래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무리 없이 대회를 주관하면서 국제탁구연맹으로부터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시 레벨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은 일단 닦았다.
 

▲ (인천=안성호 기자) 이번 대회는 환상적인 경기장을 구현하면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탁구는 계속된다.

이번 대회는 이전까지 국내 탁구경기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스포츠 프리젠테이션’으로도 이목을 끌었다. 관전의 흥미를 배가시키는 것은 물론 대회 위상을 보다 높일 수 있는 장치로 인정받았다. 우리 선수들의 선전이 뒷받침될 때 관심도는 최고조에 이를 것이다. ITTF 월드투어 2017 코리아오픈은 막을 내렸지만 탁구는 계속된다.
 

▲ (인천=안성호 기자) 코리아오픈이 폐막했다. 입상자들이 모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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