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TF 월드투어 2017 코리아오픈 남자단식

임종훈(KGC인삼공사·20)이 아쉽게 도전을 멈췄다.

22일 밤, 인천남동체육관에서 계속된 ITTF 월드투어 2017 코리아오픈 남자단식 4강전에서 임종훈은 독일의 복병 프란치스카 패트릭에게 1대 4(4-11, 7-11, 12-10, 8-11, 9-11)로 패했다. 코스를 가리지 않고 강하게 걷어 올리는 상대의 강력한 양 핸드 드라이브를 견뎌내지 못했다. 프란치스카는 예상보다 강했다. 네트 앞에서도 임종훈의 스피드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서브도 낮고 짧았다. 임종훈이 이번 대회에서 많은 재미를 봤던 빠른 ‘치키타’도 자주 원천 봉쇄당했다. 경기 스타일로는 오히려 이전에 상대한 강호들보다 상극이었다. 뒤지던 게임을 따라잡아 역전한 3게임에서 희망의 불씨를 살렸으나 거기까지였다. 끝까지 해법을 찾아내지 못한 채 완패를 당했다.
 

▲ (인천=안성호 기자) 임종훈의 도전이 아쉽게 4강에서 멈췄다. 프란치스카 패트릭에게 졌다.

비록 4강전에서 패했으나 임종훈은 이번 대회에서 많은 것을 수확했다. 일단 한국 선수들 중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21세 이하 단식 2연패에 성공했고, 오픈단식에서도 무라마츠 유토(일본, 세계22위), 츄앙츠위엔(타이완, 세계10위), 프레이타스 마르코스(포르투갈, 세계15위) 등 세계적인 강호들을 연파하고 4강까지 올랐다. 뛰어난 디펜스에 비해 보완점으로 지적되던 공격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 모습으로 경기마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강호들을 계속 상대하면서 끌어올린 자신감은 덤이었다. 4월 현재 119위에 머물러있는 세계랭킹도 수직 상승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이상수(국군체육부대), 정영식(미래에셋대우), 정상은(삼성생명), 장우진(미래에셋대우) 등 세계선수권 파견 국가대표들이 모두 초반에 탈락한 상황에서 임종훈은 한국탁구의 마지막 ‘보루’였다. 16강전부터 외롭게 홀로 싸웠고, 경기장을 찾은 관중에게 최후까지 선전을 펼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라이징 스타’가 될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했다. 최종 승부에 이르지 못했지만 2017년 코리아오픈은 임종훈에게 귀중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인천=안성호 기자) 프란치스카 패트릭은 예상보다 강했다. 끝까지 해법을 찾지 못했다.

임종훈은 경기 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유형의 선수였다. 초반에 당황한 것을 끝까지 풀어내지 못했다.”고 아쉬운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저런 상대는 세계적으로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기서 졌다고 좌절하지 않고 다시 시작하겠다.”고도 다짐했다.

이로써 한국은 아쉽게 마지막 날 단식 결승전에 아무도 들지 못한 채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세계 최강 중국의 불참으로 입상 가능성이 높이 점쳐졌던 이번 대회에서 보인 단식에서의 부진은 어느 때보다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임종훈의 ‘고군분투’가 없었다면 가장 많은 관중이 모일 수 있는 토요일에 하마터면 한국의 경기가 없을 뻔했다.

여자는 남자보다 더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삼성생명의 ‘귀화 에이스’ 최효주 혼자 8강에 올랐으나 타이완의 복병 첸츠위에게 졌고, 나머지 선수들은 다 16강 이하에서 탈락했다. 복식에서는 네 조나 참가하고도 전지희-양하은 조만 4강에 올랐다. 전지희-양하은 조도 4강전에서 일본의 어린 선수들인 하야타 히나-이토 미마 조에 패하고 일찌감치 모든 경기 일정을 마감했다.
 

▲ (인천=안성호 기자) 아쉽게 패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많은 것을 수확했다. 임종훈은 좌절하지 않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남자대표팀 김택수 감독은 “성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선수들은 훈련 과정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직전까지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고 돌아왔기 때문에 피로누적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직전 대회와 달라진 대회 공인구 적응에도 애를 먹었다. 이번 대회는 달라진 공으로 단 이틀 훈련한 게 전부였다. 세계대회까지 한 달 남짓 남아있는 만큼 심기일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코리아오픈은 임종훈의 4강전을 끝으로 남녀단복식 ‘2강’을 모두 가려낸 상태다. 마지막 날에는 네 종목 결승전만 열린다. 남자단식은 노장 볼 티모와 복병 프란치스카 패트릭의 ‘게르만 대결’로 벌어진다. 36세의 노장 볼 티모가 전성기의 기량을 방불케 하며 맞은편에서 결승까지 올라왔다. 준결승전에서는 요시무라 마하루(일본)를 4대 2(11-9, 14-16, 12-14, 11-9, 11-2, 11-9)로 이겼다.
 

▲ (인천=안성호 기자) 이제 코리아오픈은 마지막 날 각 종목 결승전만을 남기고 있다. 여자단식 결승에 오른 일본의 이시카와 카스미. 아시아 챔피언 히라노 미우를 4강에서 꺾었다.

여자는 1, 2번 시드 펑티안웨이(싱가포르, 세계3위)와 이시카와 카스미(일본, 세계4위)가 자존심 싸움을 벌인다. 이시카와 카스미는 자국의 ‘무서운 후배’ 히라노 미우를 4강전에서 이겨냈다. 예상 밖의 4대 0(11-9, 11-6, 11-5, 11-2) 완승이었다. 펑티안웨이는 한국의 최효주(삼성생명)를 8강전에서 이기고 올라온 첸츠위(타이완)를 4대 2(11-4, 9-11, 12-10, 11-8, 3-11, 11-6)로 이겼다. 마지막 날인 23일에는 오후 두 시부터 남자복식, 여자복식, 여자단식, 남자단식 결승전이 차례로 치러질 예정이다.

한국도 마지막 날 경기가 있다. 남자복식 결승전이다. 정상은(삼성생명)-장우진(미래에셋대우) 조가 올랐다. 그런데 상대가 또 프란치스카 패트릭이다. 프란치스카 패트릭은 덴마크 선수인 조나단 그로스와 연합해 복식도 결승까지 올랐다. 준결승전에서 한국의 에이스 복식조인 정영식(미래에셋대우)-이상수(삼성생명) 조를 이겼다. 정상은-장우진 조는 프란치스카 패트릭을 상대로 임종훈과 복식조를 포함, 한국 동료들의 설욕전도 펼쳐줘야 한다. 2017 코리아오픈은 이제 단 하루만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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