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TF 월드투어 2017 코리아오픈 남자단식

임종훈(KGC인삼공사)이 마지막 불씨를 꺼트리지 않았다. 세계 TOP10의 강자 츄앙츠위엔(타이완, 세계10위)을 잡았다.

21일 밤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치러진 남자단식 16강전에서 임종훈은 듀스를 거듭하는 초접전 끝에 4대 3(12-14, 12-10, 13-11, 9-11, 6-11, 11-9, 11-6)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 남자탁구에서 혼자 16강에 올랐던 임종훈은 이로써 8강까지 거침없이 전진했다.
 

▲ (인천=안성호 기자) 임종훈이 세계적인 강호 츄앙츠위엔을 꺾었다. 거침없이 8강까지 진격했다.

츄앙츠위엔은 테이블 가까이에서 버티면서 빠른 스윙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스타일이지만 임종훈은 먼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장기인 서브와 리시브가 좋은 무기가 되어줬다. 상대를 먼저 밀어냈다. 중진 플레이에서는 힘에서 밀리지 않았다. 랠리가 길어질 때면 여지없이 포인트를 쌓아나갔다. 관록을 앞세운 노장의 노련미에 매 게임 접전이 펼쳐졌지만 임종훈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경기는 내내 초접전 양상이었다. 팽팽한 긴장 속에 치러진 첫 게임을 아쉽게 내준 이후 승기는 오히려 임종훈에게 가까워졌다. 만만찮은 상대의 기세에 강자 입장에 있던 츄앙츠위엔이 오히려 당황했다. 듀스에 듀스가 이어진 2게임, 3게임…. 임종훈의 절묘한 백스핀이 자주 상대의 빈 코스를 꿰뚫었다. 끌려가던 경기를 역전시킨 뒤 9점에서 재역전을 허용한 4게임은 아쉬웠다. 승리를 눈앞에 뒀다가 맥이 풀린 채 나선 5게임까지 너무 쉽게 내주는 빌미가 됐다.
 

▲ (인천=안성호 기자) 노장 츄앙츠위엔이 임종훈의 패기에 희생양이 됐다.

역전을 허용하고 위기를 맞았지만 임종훈의 집중력은 다시 살아났다. 상대의 특기인 압박 플레이를 먼저 시도하며 랠리를 주도했다. 상대가 물러서지 않자 노장 츄앙츠위엔도 지친 기색을 보였다. 11-9 승!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고, 마지막 7게임은 임종훈의 승리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체력도 앞서 있었고, 근성에서도 앞서 있었다. 빠르게 점수를 쌓아올린 임종훈은 상대를 6점에서 묶어두고 마침내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KGC인삼공사 소속 실업 3년차인 임종훈(20)은 까다로운 왼손 셰이크핸더다. 서브, 리시브와 디펜스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파워도 겸비했다. 주니어시절부터 많은 기대를 받아왔던 유망주로 각 연령대 대표팀을 모두 거쳐 온 엘리트다. 지금까지 국제대회에서는 코리아오픈 2연패를 비롯해서 지난해 헝가리오픈까지 21세 이하 단식만 세 번을 우승했다. 안정된 경기운영과 수비능력에 비해 공격력에서 약간의 보완점을 지적받아왔던 임종훈은 이번 대회에서 향상된 기량으로 거침없이 전진 중이다. 실업 입단 이후 단련해온 드라이브의 위력이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번 코리아오픈은 ‘완성형’ 임종훈을 과시하는 무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 (인천=안성호 기자) 승리 직후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 임종훈. 아직도 배가 고프다!

임종훈의 세계랭킹은 4월 현재 119위다. 32강전 무라마츠 유토(세계22위), 16강전 츄앙츠위엔(세계10위) 등 세계 상위랭커들을 연달아 꺾으며 랭킹에서도 수직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임종훈은 승리 직후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에게 승리해 기쁘다. 경기 전에는 저런 선수와 시합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한국 유일의 생존자로서 책임감도 있었다. 시합에서는 책임감이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상대가 워낙 빡빡하게 경기하는 스타일이지만 한 포인트 한 포인트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 사실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해주신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자신감도 심어주셨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세계 톱랭커를 상대로 한 승리였던 만큼 임종훈의 말에는 감격이 묻어있었다.
 

▲ (인천=안성호 기자) 최효주는 여자단식 8강전에서 아쉽게 패했다.

감격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임종훈의 경기는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는 8강전을 준비해야 한다.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여전히 한국탁구의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임종훈의 8강전 상대는 포르투갈 에이스 마르코스 프레이타스다. 세계랭킹 15위로 츄앙츠위엔 못지않은 강자다. 임종훈은 “오히려 더 어려울 수 있는 상대”라며 경계했다. 프레이타스는 임종훈과 같은 왼손 전형으로 중진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는 파워플레이어다. 임종훈은 그래도 자신 있게 싸우겠다고 했다. “목표는 정해놓지 않았다. 츄앙츠위엔도 처음 싸워본 상대였다. 프레이타스와도 이번이 첫 대결이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한 경기, 한 경기, 한 포인트, 한 포인트에 집중하겠다는 생각뿐이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하다보면 다시 승리가 찾아올 것이다.

또 한 번 벅찬 도전을 하게 될 임종훈의 8강전은 대회 5일째가 되는 내일(22일) 오후 네시 15분에 시작된다.
 

▲ (인천=안성호 기자) 남자복식에서는 장우진-정상은 조가 결승에 진출했다.

한편 임종훈의 경기 이후 치러진 여자단식 8강전에서 한국의 최효주(삼성생명)가 타이완의 첸츠위에게 2대 4(11-9, 11-7, 5-11, 9-11, 7-11, 9-11)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 여자탁구는 이번 대회 모든 경기 일정을 마감했다. 여자복식 4강에 올랐던 전지희-양하은 조도 4강전에서 일본의 하야타 히나-이토 미마 조에 패했다(3-11, 11-13, 7-11).

남자복식 장우진-정상은 조는 결승에 진출했다. 4강전에서 타이완의 훙츠시앙-양헹웨이 조에게 3대 1(7-11, 11-7, 11-7, 11-6) 역전승을 거뒀다. 이상수-정영식 조는 프란치스카 패트릭(독일)-조나단 그로스(덴마크) 조에게 졌다(9-11, 8-11, 12-10, 10-12). 손목 염증에 시달리고 있는 정영식의 컨디션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이번 대회 한국 경기는 임종훈의 남자단식과 장우진-정상은 조의 복식 결승전만 남았다. 코리아오픈도 이틀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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