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선수권 챔피언을 놓고 정영식(미래에셋대우)은 두 번 지지 않았다. 작년 대회 결승에서 맞붙었던 박강현(삼성생명)과 다시 만나 승리했다.

대회 마지막 날인 2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정영식은 박강현을 상대로 첫 게임을 내준 뒤 네 게임을 내리 가져오며 정상을 탈환했다.
 

첫 게임은 불안했다. 초반 무서운 기세로 앞서나갔지만 박강현의 파워에 전열이 흐트러지며 듀스 끝에 역전을 허용했다. 일방적으로 밀리면서 어이없는 패배를 기록했던 작년 대회 결승전을 떠올리게 한 흐름이었다.

하지만 정영식은 작년과 달랐다.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박강현의 기세에 밀리지 않았다. 2게임 중반부터는 차라리 편안하게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상대가 어느 코스 어느 구질로 공략할지를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 길목 길목을 지키며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나갔다.
 

한층 원숙해진 정영식의 경기운영에 당황한 쪽은 박강현이었다. 박강현은 이렇다 할 작전을 펼칠 새도 없이 네 게임을 내리 허용하고 말았다. 4대 1(10-12, 11-8, 11-3, 11-5, 11-9) 정영식 승리!

정영식은 우승 확정 직후 “작년에 졌던 상대를 이기고 한 우승이라 더욱 기쁘다. 첫 게임을 잡아서 빠르게 승부를 내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마음을 비웠다. 마음을 비우니 오히려 경기가 잘 풀렸다.”고 말했다.
 

정영식은 명실상부한 한국탁구 최고 스타다. 지난 리우올림픽에서 중국의 마롱, 장지커 등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탁구계를 넘어 대중적인 스타의 반열에까지 올랐다. 국내 실업랭킹 1위는 물론 세계랭킹에서도 현역 세계10위로 한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올림픽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현재 중국 슈퍼리그에 진출 선전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슈퍼리그 경기경험은 국내 대회에서도 큰 도움이 됐다.

정영식은 “32강전에서 큰 고비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 역전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에서의 다양한 경기경험 때문이었다. 기술적으로도 백핸드 쪽에서 더 많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당장 모레 다시 상하이로 가서 며칠 뒤 시합이 있다. 중국에서도 열심히 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로써 정영식은 작년 대회 결승 패배에 대한 완벽한 설욕전을 펼침과 동시에 세 번째 종합선수권 왕좌에 앉았다. 2012년 66회 대회, 2014년 68회 대회에 이어 매 짝수해마다 우승하는 패턴을 가져가는 중이다. 종합선수권 우승자는 한국탁구 챔피언이다. 정영식은 ‘챔피언’으로서 남다른 각오도 밝혔다.

“올림픽 이후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 같아 다행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도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국제무대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 우선 세계랭킹을 내년 5위권 안쪽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계속해서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